아주 어렸을 때 서울 강동구에 살았어요.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 저녁이면 또래 친구 대여섯이 모여 바가지나 큰 그릇을 들고 아무 집이나 들어가서 "안녕하세요. 밥 좀 주세요."하면 어머님들이 오곡밥에 갖가지 나물, 고추장에 참기름까지 주셨고 호두와 땅콩같은 부럼들도 한 주먹씩 집어주셨죠.
싹 다 모아서 쓱쓱 비벼먹고 부럼도 까 먹고 민둥산에 올라가 못으로 구멍 뚫은 분유 깡통에 철사를 연결해 손잡이를 만들어 잔가지 넣고 불 붙여 쥐불놀이 실컷하고 느지막히 집에 기어들어가면 그릇은 어디다 팔아먹고 왔냐고 어머니께 등짝을 맞기도 했죠.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무슨 1.4후퇴시절 얘기냐며 옛날 사람 취급합니다. 나이도 겨우 한살 차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