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집은 빌라였습니다.
뭐 지금도 빌라에 살고는 있지만 뭐 여튼.
이런 빌라나 아파트에는 센서식으로 되어있는 전등이 복도 천장에 달려있곤 하죠. 이건 겨울 밤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녁에 가족끼리 거실에 모여서 영화를 보다가 아버지가 마실거리 좀 사오라고 해서 제가 심부름을 나가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잔돈 좀 남는걸로 간식 좀 더 사올 생각으로 가득차있었죠.
현관문 열고 나가기 전까지는 평소랑 같았습니다.
그전까지는요.
제가 현관문을 열고 나선 다음 순간, 어둡던 복도에 불이 켜졌고, 불이 꺼져있어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한 제 눈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한 형체가 정확히 저를 바라보고 있는 채로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바로 옆집 사는 아줌마였습니다.
순간 기겁해버린 저는 비명을 지르며 넘어질 기새로 뒷걸음질쳤지만, 그 모습을 본 옆집 아줌마는 여전히 미동도 않고 씨익 미소짓더군요.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씨익 웃었습니다.
여담으로 제가 살던 빌라의 센서등은 상당히 민감해서 사람이 아래에 서있는 상태에서 꺼지려면 정말 미동도 없이 있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 뒤로 이사를 하게 됐지만, 저는 그 사건이 지금도 뇌에 들러붙다시피해서 어두운 복도나 센서등이 있는 곳을 혼자 가게 될때는 겁이 납니다.
뭐가 서있는채 절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그때 그 아줌마의 웃는 얼굴이 계속 떠올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