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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스릴있잖아
게시물ID : humorbest_12186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0
조회수 : 3693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3/10 13:13:06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3/10 01:45:39
 
 
 
 
 
그 점쟁이는 한 번도 틀리는 법이 없었다.
돈과 배짱만 있다면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들도 점집에 다녀와서 무엇을 보았는지 알려준 적이 있다.
그 예언이 실제로 일어나는 광경을 수차례 목격했다.
 
여러 생각할 것 없이 나도 직접 점집으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내가 워낙 호기심이 강한 편이라서.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은 정말 엄청났다.
 
수정구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집 근처 뒷골목을 걸어가는 내가 보였다.
어디선가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건조하고 차가운 공기가 내 코끝을 스쳤다.
그러더니 수정구가 꺼졌다.
내가 죽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점쟁이가 말하길 죽기 직전 상황은 보이는데 죽는 모습은 안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딱 필요한 만큼만 수정구에서 볼 수 있다나.
 
그 이후로 삶의 자세가 바뀌었다.
위험한지 아닌지 이미 알고 있으니 대담해졌다.
내가 죽을 운명인 그 뒷골목?
집으로 갈 때 다른 길로 가면 된다.
그 골목만 피하면 걱정거리 하나 없었다.
번지점프나 스카이다이빙도 맘껏 하고 걱정없이 상어 옆에서 수영을 했다.
예언 덕분에 나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신에 흐르는 전율에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다고 인지하고 있으니 이내 김이 빠졌다.
그래도 여전히 익스트림 스포츠나 오지 탐험을 즐기고 있다.
지난 달에는 황소 달리기도 했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최근에는 좀 더 색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 해가 지고 나면 외투를 입고 그 골목으로 산책을 나간다.
조금 걷다보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머리칼을 스치는 찬바람도 느껴진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되는 기분이다.
절벽이나 상어, 황소 앞에서도 굳건했던 기상이 한 걸음씩 나아갈 수록 무너져가기 시작한다.
수정구가 꺼져버렸던 바로 그 장소에 도착하면 가슴이 옥죄어오고 머리끝이 쭈뼜 선다.
미친듯이 요동치는 심장 때문에 귀뚜라미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바들바들 떨며 눈을 감고 기다린다.
이제 죽는건가.. 하고.
 
계속 눈을 감은 상태로 발걸음을 옮기며 서슬퍼런 칼날이 날라오거나 정체 모를 짐승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들지 않을까 마음의 준비를 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더이상 견딜 수 없으면 다시 눈을 뜬다.
이 길의 끝에 다다를 수 있을지 죽음이 미소를 짓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바로 이 순간 내가 정말 살아있음을 느낀다.
 
 
 
 
 
 
출처 Simple Thrills
https://redd.it/4998kg by Llo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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