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슬픈 글을 올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애도의 의미에서 씀.

어제 가족모임이 있어서 청주에 내려갔다 서울로 올라오는데 
밤 9시경 오창IC를 타려고 램프로 진입할 때, 우측 차선끝 부분에 
작고 검은 물체가 보이길래 순간 직감적으로 로드킬이구나!
싶어 급히 핸들을 꺽었고 차를 세울까말까 짧은 고민을 했지만
뒤에 대형트럭이 따라붙어 그냥 램프를 따라 톨게이트에 도착.

톨 진입 전에 차를 세우고 담배를 한대 피우면서 고민 시작.
시간도 늦었는데 그대로 가느냐, 너무 멀리 지나쳐서 멀기도 하고,
그러나 그 동안 로드킬 당한 냥이 사체를 두 번이나 챙겼던 내가
그냥 지나친다면 어찌 냥이를 사랑할 자격이 있겠느냐는 스스로의
양심을 저버린다면 우리들의 친구 길냥이들을 볼 면목도 없을 것
같고, 또 그대로두면 과연 누가 치울 것이며 분명이 어두운 밤길
다른 차량에 치이고 치어서 사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워 했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차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정차시키고 로드킬 된 
냥이의 사체를 챙기려 길을 나섰습니다. 
한 10분만 시간 내자고 생각하면서...

오ㅏ~ 근데 그 가로등도 별로 없는 오창IC 원형램프가 어찌나 
먼지... 그런 어두운 고속도로를 역방향으로 걷는 날 보는 다른 
운전자들은 아마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봤을 것 같더라구요.  

현장에 다다르니 아니나다를까 우리의 친구 야생 길냥이가 
도로에 비교적 깨끗한 상태로 평화롭게(?) 옆으로 누워 
영원히 잠을 자는 녀석을 보자니 안타깝기도 하고, 고단한 
야생 길냥이의 묘생을 마치고 냥이들의 천국 고양이별로
일찍 가게되어 차라리 잘 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거기로 가면 헤어졌던 제 엄마냥이 아빠냥이 형제자매냥이
먹이, 영역 가지고 싸웠던 이웃냥이 등 다 만날 테니까요.

차도 바깥 풀숲으로 옮겨뉘우고 배를 만져보니까 체온이 
없는 걸 보니 로드킬 당한지 시간이 많이 흘렀나 봅니다.
 
해서 그 녀석을 안아들고 왔던 방향으로 다시 올라가는데 넘나
멀고, 무거워 중간에 한적한 곳에...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을 
곳에 내려놓고 그 너석의 명복을 빌어 주었습니다.

이름도 없이 태어났을 텐데... 
공장(?) 창고(?) 한 동만 있고 인적도 드문 곳에서 뭘 먹고 
살았을지, 친구냥이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얼마나 외롭고
고독했을지... 마음이 그저 짠~ 했습니다. ㅠㅠ;

묻어줄 곳도, 장비도 없어서 한적한 곳 가드레일 안쪽에 뉘이고
그 녀석 얼굴에는 끼고갔던 장갑을 덮어주고 올라 왔습니다.
차ㅁ으로 잘 핬다고 생각되는 게, 만일에 바쁜 상경을 핑계로
그냥 왔다면  처참할 그 녀석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사는 동안 그냥 지나쳤다는 죄책감에 시달렸을 텐데...
더 이상 험한 2차, 3차 로드킬을 당하지 않게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지금도 홀가분 하네요.

아무튼 운전을 그렇게 오래 했어도 아직 오드킬 저지른 경험이 
경험은 없는제... 운전자분들! 야생동물을 치었으면 뒷처라도 
해줘야 그나마 좌책감을 덜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일부러 사고를 저지를 사람은 없겠지만 그것도 한 생명인데,
그냥 가버리면 마음의 뺑소니범 되는 겁니다. 
모든 동물을 좋아할 자격이 없는 거라고요.
.
.

나의 사랑스런 동생였던... 그리운 도둑아!
며칠 후 동생... 아들... 아니 증손자 뻘되는 길냥이 한 녀석이
너네 별에 곧 갈 텐데... 잘 기억해 두었다가 꼭  챙겨라!
걔는 오창 허허벌판에서 외로움, 고독과 벗삼아 살았던 길냥이야.
그 녀석 이름은... 무명. 이름이 없을 테니 '무명'이라고  불러줘라.


평하롭게 잠을 자듯이  별로 혐오스럽지 않으니... 
이해들 하고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