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내가 마비노기를 시작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젊어서 세상을 방황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근심걱정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 나이 17살.
아버지가 계신 나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어릴 적에 자주 어머니와 함께 왔었던 이 나라지만.. 그날 따라 새로웠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원룸을 판자로 나누어 두개의 방과 거실을 나눈 듯한 집... 그곳으로 나는 들어갔다.
아버지는 당시 나에게 공부할 책과 낡은 컴퓨터.. 그리고 Poket Wi-Fi 라고 하는, 우리나라 Wi-Fi egg 나올 때 비슷한 와이파이 기계였다.
그 때 처음으로 마비노기를 접했다.
무언가 여느 게임보다는 사뭇 다른 느낌을 풍기는 이 게임.. 역시 뭔가 나를 이끌었다고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때, 설치시간만 48시간 걸리는 것을 견딜 수 없었을테니..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조국을 떠난지 한 달 가까히 되는 날.. 첫 캐릭터를 만들었다.
처음 튜토리얼을 기대하고, 접속을 했는데.. 이게 웬.. 그냥 바로 티르코네일로 뚝- 떨어져버렸다.
뭘 해야 되는지 모르는채.. 성당 옆 나무 근처에 서서 광장에서 재미나게 이야기 하는 사람들을을 바라만 보았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데.. 키보드에 한글이 없다.
그 후로 나는 매일매일 마비노기에 접속했다. 대화할 사람도 뭘 해야하는지도 몰랐지만, 접속해서 켜놓고 공부를 했다.
심심하면 TV 프로그램을 보듯이 사람들의 대화를 보고 나혼자 웃었다. 보기만 해도 재밌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통해 영문 자판에서도 IM 설정으로 한글을 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낸 나는 다시 마비노기에 접속해 외쳤다.
"된다!!!"
류트서버 티르코네일 5채널
그 말은 내게 아주 친숙한 말이다. 채팅을 칠 수 있게 되자. 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안녕하세요" 부터 시작했다.
내가 만난 밀레시안들은 모두 친절했다. 여태 수백가지의 게임을 해봤지만, 마비노기는 게임..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사람들과 대화하는거에 한창 심취해 있는 동안.. 사람들이 하나 둘 파티를 지어 무리를 떠나갔다.
"사냥 같이 가실래요?"
나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다. 그렇지만 같이 갈 수 없었다. 설치 시간만 48시간 걸리는 이 험난한 인터넷 속에서는 사냥은 무리였다.
인터넷 속도 최강국 한국에서조차 서버렉이라는 고유 렉이 존재했었기 때문에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여우를 타겟으로 삼아 스매쉬를 시전하면, 스매쉬가 눌려 시전 되는 시간이 7~12초였다. 서버에 입력하고 응답 받는 시간이
그렇게 걸리는 것이였다.. 한국에선 0.01초.. 디펜스는 물론, 모든 스킬에 딜레이가 걸리게 되자.. 사냥은 힘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다이나믹 패치" 이후 유저이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대전을 즐기는 사람들을 눈여겨 보았다.
화려하고, 같은 동작이지만 서로가 심리전을 펼치는 또 다른 전장이였다. 나는 열악한 인터넷 환경 때문에, 사냥을 평범하게 할 수 없었음으로
여우라던가 알비던전에 몬스터 행동 패턴을 모조리 외웠다. +7초 이상을 예상하여 스킬을 쓸 수 있을만큼..
그 때부터였다. 사람들이 대전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 사람이 다음에 무슨 스킬을 쓸지 패턴이 보였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전을 지인과 장난치듯이 즐길 수 있게 되었고, 나를 처음으로 상대(죽게)해준 분이 늘 초보자 옷만 입는다고,
캐릭터 가슴팍에 X 문양이 박힌 로브를 선물해줬다.. 처음으로 초보자 옷을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