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1년째 멍집사 생활을 하고 있는 남양주 거주 여징어예요.
냥이는 오유생활하며 사진으로만 영접하다가 약 1-2년 전부터 거주빌라에 길냥이들 끼니를 챙겨주는 분이 생기며,
자연스레 눈인사하는 냥이들이 생겼어요.
까망이는 올겨울 한파 끝날 때쯤부터 빌라에 나타난 아이인데,
이녀석 꼬리 상태가 처음부터 너무 안좋았어요.
중간은 피딱지와 고름이 엉겨있고 상처 기점으로 끝 부분은 고름이 가득 차 있는지 부풀어 있었어요 ㅠㅠ
이렇게 아픈 꼬리를 하고 처음보는 순간부터 냥냥도 아니구 짹짹 참새소리를 내며 다가와서 애교를 부리는데...
저는 정말이지 녹는 줄 알았어요.
마음은 너무 안쓰러운데,
집엔 내눈에만 애기인 할멍이가 다른 동물은 질색하기에, 끝까지 책임지고 기를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에,
그저 집앞에서 만나면 십분이고 이십분이고 배만 쓰담쓰담,
무릎에서 골골거리는 동안 콧잔등을 간질간질 해주기만 했어요.
그러다 어느날 이 아이가 3주간 나타나지 않았어요.
어떻게 된걸까, 사고라도 났나, 꼬리 염증이 몸까지 무리를 줬을까, 걱정도 해보고,
자려구 누웠다가 일어나서 빌라도 서성여보고. 아 진짜 안좋게 됐나보다.
생각할때쯤 멍멍이와 산책을 나갔는데, 밥을 먹다 절 보고 짹짹 소리내고 있더라구요! ( 멍멍이땜에 옆엔 못오고 )
눈물이 찔끔 나는걸 참구, 멍멍이를 서둘러 들여보내고,
까망아 너 어디 갔다 왔니, 꼬리 괜찮니, 언니 걱정했잖아 ㅠㅠ. 내일도 꼭 와야해. 하고선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오유에서 어렴풋이 본 고양이협회 홈페이지를 찾아 까망이 사연을 올렸어요.
꼬리 상태가 긴급하니 포획이 시급하단 담당자님 말에 통덫을 신청하고,
덫이 도착한 그 날, 늦은 퇴근 후 집 앞에서 통덫 사용법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있는데,
신기하게도 까망이가 바로 나타났어요.
협회분께 전화를 드려보니, 협력 병원이 차로 1시간 이내인 가깝다면 가까운 곳이길래, 바로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갔지요.
한시간동안 짹짹소리 아닌 냥냥대며 우는 아이 달래면서 병원에 도착해서 인계 후 집으로 돌아 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접촉사고가 나서 경찰서도 들리구요, 귀가하니 새벽인 집에 돌아오는 길이 멀던 하루였네요.)
택시에서 딱 내려, 까망이가 밥먹고 있는 모습이 익숙한 내 동네가 살에 닿으니 눈물이 막 나더라구요.
우씨 아까 생각해보니 병원에서 제대로 인사도 못해주고 왔는데,
너무 급하게 먼 도시까지 떨어트려놓고 온거 아닌지, 가는 내내 울었는데 괜히 내 욕심 아닐까 등등.
구조 다음날인 저번주 금요일에 까망이는 바로 수술에 들어갔어요.
까망이가 집고양이 였는지, 어릴때 꼬리를 묶어서 자르려다가 실패해서 묶인 부분 위로는 썩어 들어가고 있었대요 ㅠㅠ
썩은 꼬리를 자르는 수술과, 중성화 수술 같이 진행됐다고 해요.
치료가 끝나면 입양 또는 제자리 방사가 되는데,
협회분께서 까망이는 사람을 너무 잘따르고 순해서 입양이 좋을 것 같다고 하세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ㅠㅠ
정말 고양이가 아니라 참새 같아요. 짹짹거리는 소리가 너무 귀엽거든요!
까망이는 수컷이고, 2살 추정이며, (나이는 협회에 자세히 여쭤봐서 업데이트 할게요)
도봉구 방화지역에서 수술 후 회복중이예요.
제 눈에만 아기 참새처럼 이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아픈 꼬리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던 까망이예요.
혹시 까망이를 끝까지 책임져주실 집사님 계실까요?
(꼬리 부상 사진이 보시기 따라 징그러울수도 있기에 사진은 댓글 첨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