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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의 어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게시물ID : cook_1813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刀카게殺者
추천 : 4
조회수 : 73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31 11: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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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에 올라온 닭도리탕 에 리플을 달려다가 긴 글이 될 거 같아서 새로 글을 씁니다. 

이 글을 읽으시기 전에 티비에서 사극에 나오던 동네 잔치를 생각하고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키우던 가축은 잔치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동네 잔치용으로는 소와 돼지를 잡아서 손님들을 대접했으며, 

한 사람을 위해서는 닭을 이용해서 요리했습니다. 

그 어렵던 시절에 사위가 처가집에 방문했을 때 장모님이 닭을 토막내서 주셨을까요? 백숙으로 조리된 닭다리를 장모님이 직접 뜯어내서 사위한테 권하셨을 겁니다. 

즉, 닭은 보통 백숙의 형태로 한마리가 통채로 가마솥에서 푹 익혀진 후, 1인 1마리의 형태로 나오는 조리법이 정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오래된 닭 레시피에는 통채로 익힌 후에 초계탕이나 닭곰탕을 조리할 때 처럼 살을 갈기갈기 찢는 경우는 있었지만, 대부분은 한마리 통채로 조리되서 식탁에 나왔죠. 


6-70년대 외식 문화가 태동하던 시기에 양계장이 도입되서 대량생산 된 닭이 나오긴 했지만, 어려운 시절에 닭을 1인 1마리 먹기는 부담 스러웠을 겁니다. 그래서 닭 한마리를 여러 명이서 먹기 위해서는 닭을 부위별로 잘라서 내놓는 방식이 도입됩니다. 물론 후라이드 치킨이 나왔던 80년대 말까지도 통닭은 지금 처럼 조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닌 한마리를 통채 익힌 전기구이 통닭이 대부분이었고요. 

닭을 토막내서 조리하는 음식은 크게 닭도리탕과 안동찜닭, 닭갈비 정도로 크게 나눌 수 있죠. 닭한마리 도 있지만, 이건 다 익힌 상태에서 토막내는 것이라서.. 생닭을 토막내는 거 보다 익힌 닭을 토막내는 게 쉽다는 것을 닭요리를 한번이라도 해보셨던 분은 아실 겁니다.  

위에 언급한 3가지 요리의 시작은 7-80년대에 대량생산과 외식문화의 태동으로 생겼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황교익씨도 저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 일이 있으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전 닭도리탕의 도리가 새라는 뜻의 일본어라는 것에 반기를 듭니다. 해방 후 20년이나 지나서 보급됐던 닭도리탕인데, 일본어의 잔재가 들어갔다? 이건 넌센스죠. 

한 마리 통채로 조리했던 옛 방식과 달리 닭을 토막내서 만는 현대식 조리법에, 윗도리 아랫도리 라는 부분이라는 의미의 도리에서 닭도리탕의 어원이 생겼다고 믿고 싶습니다. 

사족 1) 국립국어원이 반성해야 되는게, 닭볶음탕을 닭도리탕 대신 쓰자고 했는데, 우리나라 요리명에 조리법을 2가지 병행해서 쓰는 단어가 있던가요? 볶음이면 볶음, 탕이면 탕이지, 볶음탕이 뭡니까? 우리나라 요리명의 기본은 (재료) + [(형태)] + (조리법) 입니다. 닭볶음탕 처럼 (재료) + (조리법) + (조리법) 은 말도 안되는 소리죠.. 이러니 국립국어원이 월급 루팡 소리 듣고 사는 거겠죠. 

사족 2) 닭도리탕이 아니라 조림의 형태라서 이름을 바꿔야 된다고 하는 소수 의견도 있던데, 30여년전에 부모님 손 붙잡고 갔던 음식점에서 먹었던 닭도리탕은 지금보다 국물이 훨씬 많아서 탕이라고 불러도 좋을 형태였습니다. 요즘은 국물을 재료에 잘배게 하기 위해서 조림의 형태를 띄긴 하지만, 예전에는 국물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조리법이 지금에 와서 바꼈던 것이지.. 닭도리탕이 처음 생겼을때는 탕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사족 3) 제 글 읽어보시고 맘에 드시면 추천보다 닭내장탕 잘하는 곳을 리플로 알려주세요. 요즘 닭내장탕 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드네요. 닭요리하면 부산물로 나오는 게 닭내장인데, 닭똥집(근위)는 시장에서 파는 걸 봤는데, 닭내장 파는 곳은 못봤네요.. 닭내장탕이 닭요리 중에서 제일 맛있거든요.... 소주 안주로도 그만이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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