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이야기거리가 바닥을 보이네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릴때 귀신을 보고 겪은건 많지만 그냥 그뿐입니다. 귀신을 보기만했지 딱히 해프닝은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굳이 쓰자면 귀신을 봐서 무서웠습니다. 이 한 마디가 끝이예요. 이런건 쓰기가 참 민망한 기분이 듭니다. 걔네들도 절 무시했으니...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는데요, 지금도 그 기억을 떠올리면 몸서리를 칩니다. 기분도 더러웠고요. 이제부터 그 때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저희 가족은 청주 봉명동에서 2년 살다가 현재 살고 있는 가경동으로 이사를 옵니다. 여기서도 어머니께서는 장사를 하셨는데 여기서 돈을 많이 버셔서 봉명동에서 얻은 손실을 메꾸고 그동안 모은 돈을 합해 현재 건물주로 전직을 하셨습니다. 이번 가게는 전 가게의 적자 여파 때문이었는지 그리 크지않았고 생활공간이랑 점포랑 붙어있었어요. 그래서 전 매일 뒷문으로 집을 오갔죠. 좀 불편하기도 했지만 서서히 적응하던 중, 기억하기도 싫은 일을 겪습니다. 아마 이때 쯤이었을거예요. 서서히 밤공기가 더워져 이불을 안덮어도 딱 자기 알맞은 온도가 되던 때. 그 때는 방이 하나밖에 없어 온가족이 한데 모여 잤었는데 전 아버지의 코골이 때문에 잠에서 깨곤 했습니다. 여느 때처럼 코골이에 깬 저는 아버지의 코골이를 멈추려고 코에 손을 댔는데 안잡혀지는겁니다. 잘못잡았나 싶어서 계속 시도해봐도 제 손이 아버지 얼굴을 통과하더군요. 잠결이어서 어리둥절하고 있는 도중 제 자리를 보니 제가 있었습니다.
'........???'
뭔 상황인지 감도 안잡혀서 한 10분간 그대로 앉아있었네요.
'난 여기있는데 왜 내가 저기에 있는거지?'
처음에는 제가 죽은 줄알고 엄청 절망감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제 몸뚱이를 보니 숨은 쉬고 있더라고요. 무지 신기했습니다. 10분간 혼자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유체이탈이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현상을 직접 겪으니까 되게 신나더라고요. 유체이탈이라고 결정내리자마자 지금의 저는 영혼체니 어디든 갈 수있다는 사실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그렇습니다. 어리다고 해도 전 남자입니다. 그리하여 전 여러분이 투명인간이 되면 가고싶었던 곳을 향해 갑니다.
'어..? 뭐야.'
하지만 집 부근까지만 이동이 되고 거기서 더 갈라치면 뒤에서 잡아당기는 느낌이 나는겁니다. 아무리 용써도 한 50미터정도 갔나? 그 거리가 한계였습니다. 다른 유체이탈 이야기 들어보면 막 멀리까지 돌아다니던데 제가 겪은 유체이탈은 빌어먹게도 이동거리가 제한이 되어있었죠.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그냥 집밖에 돌아다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더군요. 몇 시 길래 사람들이 이리많나 싶어 집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20분 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완전 주택가라 이 시간에는 사람들이 별로 돌아다니지 않는 동네인데 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렇게 사람들을 구경하는데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여자분들 같으면 작은 핸드백이라도 들법한데 모두다 빈손이었었고 남자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표정들이 다 없었습니다. 생기 하나 없는 무표정으로 오가니 살짝 무섭더라고요. 되게 기괴한 풍경이었습니다. 혼자 속으로 저 사람들이 울 동네 돌아다니는 귀신인가 싶기도 했어요. 난 지금 영혼 상태니까 같은 영혼을 쉽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것이죠. 사람들은 어디론가 가는듯 한 지점을 향해 똑같이 향해 가더군요. 그 사이를 오가는 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마냥...중간에 어떤 남자가 절보며 인상쓰긴 했지만 그 뿐이었어요. 뭔가 할게 없을까 싶어서 옆집 친구네도 가보려고 했지만 뭔가에 가로막혀 못들어가고.. 윗집에 사는 제가 좋아하는 여자애 방에도 놀러가보고도 싶었지만 역시 뭔가에 또 가로막혀 못들어가고(망할 노진구새기).....할 수 있는건 다해봤지만 다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재미없어져 집앞 평상에 앉아 쉬는데 갑자기 몸이 움찔 하더군요. 흔히들 눈빛이 느껴진다라고들 하죠? 그게 강하게 느껴지는 곳으로 눈을 돌리니 저 멀리서 이상한 것이 제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겁니다.
'.....뭐야 저건.'
그것이 한 30m정도 오자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키가 한 2m는 되어보였고 땅바닥을 덮을 정도로 긴 짙은 검정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손톱은 너무 길어 비틀어져 있었고 피부는 화상 입은 것처럼 기괴하게 주름져있었습니다. 옷은 하얀색이었는데 한복도 아니고 드레스도 아니었어요. 그냥 헐렁하고 긴 원피스 느낌이었는데 군데 군데 까만 얼룩이 묻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았는데...눈은 없고 코와 입만 있었습니다. 입은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어요. 길을 지나다니는 다른 사람들은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는데 자기 혼자 래퍼처럼 중얼중얼 거리니 더 눈에 확 띄더군요. 뭐야 저 미친X은..하면서 보는데 그 여자(?)분이 걸음을 멈추더군요. 그 때 눈은 없지만 확실히 그 여자가 저와 마주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굴이 마주친 순간, 생존 본능이 경고음을 강하게 울리더군요. 아니나다를까..그 여자가 저와 마주치자 씨익 기괴한 웃음을 짓더니 매우 빠른 속도로 제 쪽으로 뛰어옵니다.
'미친미친미친미친!!'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1초도 안되는 그 찰나의 순간 바로 집안으로 들어가 제 몸으로 다이브했습니다. 몸이 가벼워서 그런지 엄청 빠르게 달릴 수 있더군요. 유체 상태를 벗어나 진짜로 심장이 뛰는 몸으로 깨어보니, 바람이 매섭게 부는 탓인지 아니면 그 여자가 문을 두드리는 것인지.....가게 유리문이 큰소리로 덜컹덜컹거렸습니다. 마치 사람이 문 손잡이를 잡고 앞뒤로 잡아당기는처럼요. 한 10분간 이어졌는데 그 순간이 어찌나 길던지....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오들오들 떠니까 어머니께서 슬금 잠에서 깨시더군요.
어머니: ..너 안자고 뭐해? 나 :귀신 ㅠㅜ 귀신이 나 잡으러 와 ㅜㅜㅠ힝 ㅠㅠㅠ 어머니: 엄마 있잖아. 걱정마.
아직 잠에 취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신 거지만 그 때는 왜 그리 안심이 되었던지..실제로 어머니께서 저를 안아주시자 5분도 안되어서 문 덜컹거림이 사라졌습니다. 그대로 저는 긴장이 풀려서 잠든건지 기절한건지 그 뒤로는 생각이 안납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만약 집앞이 아니라 집에서 좀 떨어진 거리에서 그 기괴한 여자를 만났더라면 지금 살아 있을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요. 바로 집앞에 있었기에 피할수 있었지 좀 더 떨어져 있었더라면 십중팔구 그 여자에게 잡혔을겁니다. 치타에게 쫒기는 가젤 입장이 이런건가 싶기도 하더군요. 이 사건 이후, 가끔씩 제가 귀신을 보고 놀라니까 어머니께서는 아시는분이 목사로 계시는 교회에 저를 보냅니다. 그 영향인지 서서히 귀신 보이는 빈도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저는 '외할머니께서 불교신자이신데 왜 교회로 보내냐'하니까 어머니께서는 '넌 교회가 맞아'라고 하십니다. 이거는 왜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시는 분은 댓글로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본 귀신 중 절 해치려한 귀신은 그 여자가 유일합니다. 무슨 귀신인지 감도 안잡히네요. 정체나마 알면 좋으련만... 아, 여담으로 유체 상태니 혹시나 분홍옷 입은 그 아줌마를 볼 수있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주위에 없더군요. 좋은 곳으로 승천하시지 않았나 싶어요.
후에 다른 글을 읽어보니 '영혼은 같은 영혼을 볼 수없다.'란 글이 있었는데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면 먼저 떠난 반려동물을 영영 못만난다는 소리잖아요. 그럼 슬퍼요ㅜㅜ. 먼저 떠난 제 턱시도 코숏 양말이가 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데........그리고 유체이탈인지 꿈인지 모르겠지만 한번 경험해봤었고요. 또 아직도 궁금한건데 왜 집 주변 이외에는 못움직였을까요? 아직까지도 무지 엄청 아주 안타깝습니다. 내 꿈이..내 간절한 꿈이...ㅜㅜ 다른글 읽어보면 아주 그냥 씽씽 멀리도 날아다니던데....아오
아무튼 여러분도 혹여 유체이탈을 경험하시게 되면 바로 몸으로 도망칠수 있게 근처에서만 노십시오. 생령을 노리는 악귀가 곁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탕같은데는 절대 가지 마세요.
출처
청주 가경동에서 초등학교 6학년 이맘때쯤.
유체이탈때 저도 못가봤으니 여러분도 못가야합니다(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