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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남자와, 지금 사람과의 사이에서 갈등중입니다.
게시물ID : gomin_908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퓨마s
추천 : 3
조회수 : 1286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0/10/22 05:00:33
5월에 2년 반을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습니다.
그 사람은 시험을 위해 올해 초부터 가을학기 직전까지 저와 멀리 떨어졌던 사람입니다.
당연히 그 통보도 전화였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학기를 한달 남기고 휴학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병원에 가서 심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별 걱정은 안했습니다. 이렇게 싸우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풀렸거든요.
그런데 싸이 방명록에 갑자기 올라온 글에 그 곳에서 원래 알던 누나와 사귀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계속 울었습니다. 우울증 치료제가 아니었으면 정말 뛰어내렸을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렇게 학교를 떠나 집에 있을 때 메신저로 계속 잔소리를 해 주던 사람이 두 명 있었습니다.
한 명은 그 헤어진 분의 형이었고 하나는 같은 모임에서 작년 초부터 알던 선배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위로를 받고, 특히 그 선배와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집에 있으면서 몇몇 사람을 만났으나, 확실히 마음이 정리되지 않아 결국 다 끝나버렸습니다.
8월 중순에 대회 참가를 위해 학교로 일찍 갔습니다. 대회의 파트너는 그 선배입니다.
한동안 그 선배와 거의 하루종일 매일 있다시피 했습니다. 그러다 정이 들어, 사귀게 되었습니다.
그 선배는 제가 처음입니다. 남 일에 정말 신경 안쓰고 냉정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저에게는 대하는 것이 너무나 다릅니다.
알아 갈 수록 그 선배가 사실은 너무 여려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가을학기가 되어 헤어진 그 사람이 다시 복학했습니다.
너무나 서로에게 익숙해서, 만남이 늘어갔습니다.  얘기를 하다가, 그 사람이나 저나 서로에게 너무 의지하고 살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사람도 힘들 때 항상 저를 찾았습니다. 그 누나라는 사람이 있어도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나를 의지하지 않고서도, 나 혼자 살 수 있는 법을 알아가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추석연휴가 끝나는 날 헤어진 그 사람과 밥을 먹게 되었는데, 대뜸 자기가 헤어졌다고 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얼마 안 가 헤어질 거라는 건 알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빨라 놀랐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다시 나한테 오고 싶어한다고요.
그렇냐고 그 사람에게 물으니, 자기는 그냥 마음만 가지고 있을 뿐, 나에게 다시 오라고 할 입장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실은 저는 헤어진 그 사람과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학교로 돌아와서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상처가 많은 사람인 줄은 알지만 정말 많더군요.
자기를 표현할 줄도 모르고, 늘 손해보고 살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문득 저 사람 옆에는 내가 있어야 하는 것이 옳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사람을 감싸 줄 수 있는 것이 나라면, 내가 그 일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공유하던 추억도 너무 많았습니다. 부모님께도 서로 인사를 드렸고, 사실 시험을 치고 난 가을에 상견례를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내 일상이 되었습니다.
좀더 그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사실 저는 처신을 똑바로 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헤어진 그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겠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헤어졌던 그 사람은 내가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그 사람과 어디까지 관계가 있는 줄도 압니다.
저는 사람과의 인연을 끊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애초에 헤어진 그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된 것도 그랬고, 이렇게 돌아가겠다고 해놓고는 만나고 있던 사람과의 인연도 끊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사람은 이번학기를 끝으로 졸업하게 되고 서로 다른 지역에 있으므로 자연스레 끊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헤어졌던 그 사람이, 그 사람과 인연을 지속하면서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헤어질 때까지 그 사람과 관계를 하지 말라 했습니다.
전 그걸 수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최대한 그런 분위기를 피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 사람에게 마음은 이미 식은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보수적인 사람인지는 몰라도, 익숙한 것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다가 더더욱 제가 그렇게 마음이 돌아서게 된 결정적 원인은 바로 지속할 수 없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이전에 헤어졌던 그 사람과는 양가 모두에게서 인정을 받고 있었던 상황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그 사람은 최소한 저희 집에서라도, 절대 인정해 줄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절대'라는 것이 어디있는가 하실 지 모르겠지만, 종교적 이유라 하시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곳에서는 저희 집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 또한, 그에 대해서는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서, 정말 완고합니다. 무신론자니까요.
거기서부터 뭔가 어긋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정말 따뜻하게 잘 대해줍니다. 가장 힘들 때 제 이야기도 많이 들어줬고,
의존적이었던 제가 스스로 서려는 데 많은 이야기를 해 줬습니다.
지난번과 다르게 제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그 사람의 역할도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에 시작할 때 이런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전엔 너무 멀리 봐서 힘들었으니, 일단 이 상황에서 내가 좋은 쪽으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선택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고민이 들었습니다.
저는 적어도 연애와 결혼을 별개라 생각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로 잠깐의 언쟁이 있었는데, 큰 언성은 아니었지만 결정적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매몰차게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사람의 여린 면을 보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떠나가면, 더 이상 그 사람은 사람을 믿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더러는, 자기가 종착역이 되어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내가 행복한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 말까지 들으면서, 정말 속이 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상처를 받을 겁니다.
또한 같은 집단 안에 있으면서 얽힌 많은 인연의 끈들 때문에, 쉽사리 끊기도 힘듭니다.

지금 전에 헤어진 그 사람이나 지금의 그 사람이나, 둘 다 마지막 학기입니다.
둘 다 저와 연고도 다릅니다.
다만, 지금은 전에 헤어졌던 그 사람과의 인연을 졸업 이후에 끊고 싶지 않습니다.
헤어졌던 그 사람은 학교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그 사람은 이번 학기가 마지막일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은, 그 사람과의 인연 자체는 졸업까지 이어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졸업을 하면서 자연스레 인연을 놓고 다시 헤어졌던 그 사람에게 가려고 합니다.
졸업 이후 느슨해진 인연이 자연스레 끝나면, 그 사람의 상처도 작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헤어졌던 사람과 다시 만나기 때문에 헤어지자는 말은 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일단 결론을 이리 내린 상황입니다.
다만 제가 이러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는 것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이럴 것을 한 사람에게 민폐 끼치면서 시작한 제 잘못도 큽니다.
혹은 헤어졌으면서도 인연을 잘 끊지 못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처신도 똑바로 하지 못했고, 대응도 미지근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까지 기울었는지도 모릅니다.


제게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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