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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따위로 만들어놔서 미안합니다. 청년 여러분.
게시물ID : sisa_738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템=레이
추천 : 17
조회수 : 83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6/01 19:31:26
전 35살입니다. 저도 청년이라면 청년이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청년은 바로 이 시대의 수많은 장그래, 묻지마 살인사건의 피해자, 스크린 도어 사건의 희생자들입니다.

그래요. 엄밀히 말하면, 제가 직접 잘못한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전 그저 평범하게, 열심히 살았어요. 어디가서 자랑은 못해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러나, 이 생각들에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대가 사발면 하나를 지참하고 땀흘려 일하다가, 꽃도 채 피우지 못한채 스러져 갈때, 난 오늘 저녁에는 치킨을 먹을까, 고기를 먹을까 고민했습니다.

잘못된건 아니죠. 제가 열심히 일 해서 번 돈으로 사 먹는거니까. 근데, 그대의 소식을 듣고 난 후에 그렇게 미안할수가 없었습니다.

부끄럽게 살지 않았지만 미안했던 이유는, 내가 어른이기 때문입니다.

은수미 전 의원의 연설처럼 '헬조선' 을 외치는 청년들에겐 돌아갈 자리가 없어요. 말로는 헬조선, 헬조선 하면서 살아왔지만 솔직히 딱히 불편함을 겪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그게 부끄럽단거에요. 난 과연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을 해 왔던가? 란 질문에 대답을 할 수가 없더군요.

아무것도 없는 청년들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대처럼 비정규직이라도 열심히 살거나, 도덕과 양심은 깡그리 무시한채 뺏어서라도 쟁취하거나.

후자의 청년은 성공한 소시오패스가 되어, 남들을 짓밟아 올라 가라는 소시오패스 양성 자기개발서를 씁니다. 그리고 계속 성공을 거두겠죠.

 그 청년이 꼰대가 되어, '나 때는 다 그랬어' '젊어서 그 정도 고생이 고생이냐?' 를 외치며,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막말을 던지죠.

그리고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또 다른 소모품, 우리의 소중한 청년들을 비정규직으로 뽑습니다.

 묻지마 살인사건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언론에는 온갖 혐오와 자극적인 사실만 넘쳐나고 정작 중요한 사회 안전망 구축, 시스템 개혁, 실업과 복지문제는 아주 짧게 다뤄집니다.

 심지어 그 희생을 이용해 자신들의 기득권과 혐오를 주장하는 무리들까지 생겨 났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납세자로서, 주권자로서 미안합니다. 나라를 이 따위로 밖에 못 만들어서.

힘 내란 말도 못 하겠습니다. 이미 넘칠 정도로 힘을 내고 있는걸 알기 때문에.

그래도 염치 없지만, 부탁합니다. 지치지 말아줘요. 포기하지 말아줘요. 그대들이 이 나라의 근간이자 희망이고 미래입니다.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약속 한가지 하겠습니다. 열심히 싸울게요.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누군가 그대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줘요. 그리고, 함께 합시다.

실패 할지도 몰라요. 이 헬조선이 더 악화 될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래도..염치없는 말이지만 난, 우리 어른들은 그대들을 믿습니다. 

꽃길만 걷게 해 줄수는 없어도, 적어도 그대들보다 먼저 쓰러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만 기억해줘요.

마지막으로..다시 한번 정말 미안합니다.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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