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평당원 고양이쌤님께서 쓰신 소설입니다.
난 철창 안에서 태어났다.
이곳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난 빛을 보지도 못했을 거다. 우리가 태어나던 날, 오랜만에 비릿한 피비린내를 맡은 고양이들은 철창으로 몰려들었다. 엄마는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몸을 둥글게 말아 우리를 감쌌고, 그 와중에 막내는 숨을 쉬지 못해 죽었다. 굶주린 고양이들은 발톱을 있는 대로 뽑아 철창 속으로 뻗어댔고 엄마의 등엔 수많은 상처가 생겼다.
배고픔으로 이성을 잃었지만, 그만큼 힘도 없었던 그들은 이내 우리를 포기하고 언제나처럼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앉은 자리는 다들 다르지만 그들의 시선은 항상 한곳을 향한다. 빛이 조금 새어 들어오던 문틈.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다.
가끔 문틈이 벌어지고 빛이 들어오면 먹을 것이 생긴다. 인간은 여기저기 냄새나는 사료를 뿌려대고, 곰팡이 가득한 물그릇에 물을 또 채워준다.
또 가끔은 새 식구가 생긴다. 어디서 데려오는지 모르지만 나이도 생김새도 다양한 고양이들이 안 그래도 비좁은 방 한켠을 차지한다. 처음엔 문틈을 긁고 하악질을 해대며 눈을 번득이지만, 곧 멍청한 눈빛으로 문틈을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있기만 하게 될 것이다.
고요하기만 하던 문밖에서 익숙하지 않은 인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집에서 다른 인간의 목소리를 듣긴 처음이라 귀를 기울여 본다.
"이제 이 애들은 저희가 데려간다고요!"
"당신 같은 사람들 매번 왔지만 못 데려갔어요. 얘들은 내 거라고요. 내 소유물이니까 내 맘대로 키우는데 누구 맘대로 데려간다는 거예요!"
"잘 모르시나 본데, 이제 법이 달라졌어요. 개도 고양이도 물건이 아니란 말입니다. 당신같은 사람을 *애니멀 호더라고 하는 거 알아요? 이런 식으로 키우는 거 명백한 학대라고요, 학대! 예전처럼 벌금 몇십만 원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이젠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고요!"
죽은 내 동생까지 합하면 모두 44마리의 고양이 모두 시에서 운영하는 보호소로 옮겨졌다. 예전에 보호소에서 탈출했다는 회색 고양이는 10일 후면 우리 모두 안락사라는 걸 당할 거라고 했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우린 모두 살아있다. 그냥 살아있을뿐만이 아니라 냄새만 맡아도 군침도는 사료와 깨끗한 물, 포근한 방석까지. 몇몇은 새로운 인간과 함께 이곳을 떠났다.
"넌 코트가 아주 특이해서 곧 좋은 집사를 만날 수 있을 거야. 걱정 마."
인간들은 알려나. 내 코트는 엄마 코트를 똑 닮았단 걸. 엄마에게 듣기론 인간들은 워낙 이랬다 저랬다 하니까 믿을 수 없는 동물이라지만, 엄마 등에 듬성듬성 새 털이 나고 있는 걸 보면 조금은 믿어줄까 싶다.
*애니멀 호더: 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닌 수집하는 행위에 가까운 사람들. 동물 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착하여 동물 사육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행위를 말한다. 동물 학대의 유형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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