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아 앙대 신청이 끝났어 그래서 그냥 올립니다
게시물ID : mabinogi_1219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8
조회수 : 6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6/11 21:30:10

크놀드.PNG

꼬르륵.

어린 표범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라스파 활화산, 꺼지지 않는 화산이 불타는 이곳은 비가 오는 때만이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화산의 돌벼락, 그 어느 구석에 틀어박힌 어린 것은 제 체온 하나 지키지 못하는 모양 그대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꼬르륵.

어린 표범은 제가 내쫓길 때를 떠올렸다. 가장 열심히 자신을 싸고 돌았지만 가장 매정하게 자신을 내친 어미에게 원망의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으르렁대지도 못했던, 어미 젖이나 빨며 그 품을 굴러다니던 새끼일 때 자신의 목을 물어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겼다. 자신을 숫제 귀한 보물마냥 끌어안고 살던 어미였다. 어떻게 그녀를 원망할 수 있을까.

꼬르륵.

제 배에서 나는 소리가 듣기 싫어 잠시 으르렁대던 어린 표범은 곧 그것조차 기운을 뺄 성 싶어 자신의 몸을 핥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축축하게 젖은 몸은 비가 그치고 나서도 한참이 걸려서 마를 것이다. 눈에 띄는 제 외모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알고 있다. 작은 표범은 혀를 내밀어 자신의 흰 털을 핥았다. 내려 깐 붉은색 눈은 어둑한 곳에서도 노랗게 번득였다.

 

작은 표범은 알비노였다.

라스파 활화산, 화산재로 뒤덮인 검고 척박한 땅. 그 뜨거운 열기에 버틸 수 있는 것은 흔하지 않다. 땅에 납작 붙어사는 풀이나, 그 여남은 풀마저 온통 뜯어먹고야 마는 커다란 사슴벌레. 말라 비틀어진 그것을 물어뜯고 사는 들개 떼나, 들개를 채먹고 사는 가고일. 무엇을 먹고 사는지도 모를 발록 떼. 그리고 그 중간에 버티고 선 흑표범들은 그리 좋은 입지에 선 것은 아니었다. 그 증거로, 원래라면 단독으로 움직였어야 할 표범들이 무리를 지어 사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말라비틀어진 땅에 자신들이 자리를 잡았는지는 모를 계제였으나 그들에게 당장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었다. 다행히 개체 수가 많은 것은 아니라, 뿔뿔이 흩어진 여러 무리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제법 잘 살고 있었다. 그리고 작은 표범이 있던 무리는 불행히도 그리 큰 무리가 아니었다.

온 몸이 하얗게 물든 표범이 눈을 끔뻑이자마자 보고 듣게 된 것은 자신을 향해 이를 드러내고 있는 어른들이었다. 본능적으로 어미의 품을 파고들자 어미는 낳은 제 새끼 중에서도 제일 흰 그 아이를 품에 꾹 안았다.

태어난 지 보름이 되지 않아 어린 표범은 자신이 무리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냥할 수 있는 전력이 늘어났다는 것보다, 이 검은 흙으로 뒤덮인 땅에서 희게 빛나는 것은 저 뿐이었다. 가고일에게 채여질 뻔까지 했다. 저를 내보내자고 목울음을 울리는 무리에게 제 어미는 이 애가 젖을 떼기만 하면 내보낼 터이니 더 이상 말을 떼지 말라 했다. 그리고 그만큼 어린 표범에게 얹힌 연습은 혹독했다. 그리고 정말로 젖을 떼자마자 어린, 흰 표범은 아무도 오지 않을 먼 외곽으로 쫓겨난 것이다.

 

꼬르륵.

제 털을 다 고르고 먼 끝을 바라보던 표범의 눈에 희뿌연 뭔가가 걸렸다. 저가 잘못 본 것인가 해서 눈을 비비고, 꿈쩍인 뒤 다시 보아도 저 먼 곳에서 보이는 흰색은 또렷했다. 온몸의 털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사냥감이다!

 

스스로 잡을 수 있는 작은 사냥감은 흔치 않다. 맛으로 고르기엔 배부른 소리라 지금까지는 사슴벌레나 뜯으며 살았지만, 저 하얀 털뭉치가 만약 고기라면 오랜만에 먹는 별미라는 소리가 된다. 그야말로 온 몸의 털이 후드득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고기, 고기! 절로 입에 침이 고이고, 온 몸이 들썩이는 즐거운 생각. 고기다!

하얀 표범은 조용히 몸을 낮추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다가섰다. 머리 속은 저 작은 짐승의 목을 물어 부러뜨릴 생각으로만 가득하지만 그것은 행동으로 보여서는 안된다. 축축히 젖어내린 빗방울이 지금만큼 반갑기 어렵다. 자신의 기척도, 냄새도 완벽하게 지워내 줄 빗물에 몸을 흘리며 조심스레 표범은 표적에게 다가갔다.

못 먹고 잠 못 자 마구 상해버린 자신의 흰 털과는 차원이 다른, 윤기 자르르 흐르는 흰 털의 작은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또 침이 꿀떡 넘어간다. 간에 기별이나 가겠나 싶은 크기였지만 특식 이상은 될 터였다. 제 기척을 느끼지도 못했는지 흰 고양이는 자기에게 등돌린 그대로 엎드려 있을 뿐이었다. 하나, , , 잘 먹겠습니다-!

 

달려든 그 순간 눈앞에 별이 번쩍 튀었다. 정수리를 뭔가로 찍혀버린 탓에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어 흰색의 털은 흙먼지에 더러워졌다. 처음 듣는 이상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흰색 표범?’

 

고개를 흔들며 비척비척, 간신히 몸을 일으키자니 뭔가가 온 몸을 꽉 눌러 잡았다. 몸을 뒤틀어 그것에 벗어나보려고 해도 힘은 점점 더 강해질 뿐이었다. 허리께와 목 뒤가 잡혀 씩씩대는 중에 문득 든 생각은, 아까 그 고양이가 어떻게 날 누르고 있냐는 의문뿐이었다.

 

꼬맹이.”

누가 꼬맹이야!”

 

목울대를 한껏 울리며 험악하게 울부짖자 누르는 힘이 한층 더 강해진다. 그것에 반항해봐야 제 몸에 더 아프기만 할 것 같아 얌전히 당하고 있자 아주 조금, 그 누르는 힘이 약해졌다.

 

너 표범이니?”

보면 모르겠어?”

난 흰색 표범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러지.”

나도 나말곤 본 적 없어!”

가족은?”

없어!”

덤빌 거야?”

 

그 한마디에 그 작은 머릿속이 핑핑 돌아갔다. 덤빌 거냐고? 아니, 덤벼봐야 못 이길텐데. 하지만 방심한 것을 노리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다가도 이 힘빠지고 배고픈 몸으로는 못이길 것 같다.

 

덤빌거냐고 물었어.”

아니.”

그럼 놔줘도 되니?”

아프니까 빨리 놔 줘.”

 

상냥하게 야옹대는 목소리가 묘하게 짜증난다. 이윽고 목 뒤에 눌려있던 압력이 사라지자마자 몸을 털고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나려던 작은 표범의 코에 구미 당기는 냄새가 스쳤다. 휙 고개를 돌리자, 이상하게 생긴 것이 있었다. 엄마가 피하라던, 먼 발치에서 딱 한번 보았던 인간이라는 것의 모양과 비슷하게 생긴 것에서는 아까 맡았던 고양이와 똑같은 냄새가 났다. 머리(로 짐작되는 것) 위에 삐죽하게 솟은 귀와, 손발의 끝에 보이는 흰 털과 도톰한 발바닥 살이 아니면 인간이라고 말해도 충분해 보였다. 온몸에 털이 부족해 보이는 대신 머리에는 자신과 같은 흰색 털이 길게 자라나있었고, 민둥한 몸에는 이상한 얇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배죽하게 꼬리도 솟아 있었다.

물론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다. 작은 표범의 신경은 그 앞의 커다란 고깃덩어리에 온통 집중되어 있었다. 저거 하나만 먹어도 사나흘은 충분해 보일만큼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그야말로 하늘에서 하고 떨어진 것이다. 돌아선 발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한 모양 그대로 고개만 돌려 그것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자니 고양이같은 것이 말을 걸었다.

 

배고프니? 줄까?”

 

준다고 하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작은 표범은 온몸을 날려서 그것에 입을 들이댔다. 하지만 그것이 입에 닿기 전에 고기는 뒤로 잡아빼지고, 자그마한 앞발에 자신의 턱이 붙들렸다. 자신만만한 푸른 빛의 눈동자가 자신의 불그레한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어째 몸이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어 몸을 뒤로 잡아 빼려고 해도 고기의 냄새가 자신을 꽁꽁 묶어둔 듯 했다. 이윽고 고양이 비슷한 것이 건넨 제안은, 사리 분별 안되는 어린 표범에게는 정말이지 물마시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 날 따라온다고 하면 이걸 줄게.”

 

밀레시안이던, ‘투아하 데 다난이던 모두가 똑같이 배울 중요한 한가지가 있다.

 

[낯선 사람이 뭔가를 준다고 해서 따라가선 안 된다.]

 

하지만 이 작고 어린, 굶주린 어린 것이 그런 것을 알 리가 만무하다. 희고 작은 표범은 눈 앞의 파란 눈의 것이 하는 대로 고개를 아래 위로 끄덕였다.

 

그래!”

 

온 얼굴을 이상하게 구기는 파란 눈의 것의 얼굴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흰색 표범은 눈 앞의 만찬을 즐기는 것에 완전히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에일.”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어?”

 

검은색으로 온 몸을 휘감은 자그마한 소녀의 옷은 언뜻 상복과 비슷해보였지만 화려한 보라색의 레이스로 치장되어있다. 머리를 잡아 맨 리본도, 가느다란 팔목에 휘감긴 금속의 팔찌도 선명한 보라색으로 온통 존재감을 흘려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눈을 사로잡는 보라색은, 흰 피부와 검은 머리칼 사이에서 빛나는 그녀 자신의 눈동자다.

 

그냥, 비오니까 옛날 생각.”

네 언니? 였던가. 그 분?”

언니라고 부르기엔 좀 그렇지만, . 대충 맞네.”

곧 왕성에 들어가야 해. 너도 옷은 갈아입어야지, 기껏 머리 염색도 다 끝냈잖아?”

 

사근사근 건네오는 소녀의 말에 여자는 온통 인상을 구겼다. 치렁치렁한 드레스 차림이 무색하게도, 푹신한 의자에 마구 구겨진 채로 늘어져 다리를 건들거리던 검은 피부의 여자의 마구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소녀와 같은 색깔의 안광이 깜빡였다. 배죽이 미소를 짓는 얼굴이 벌써부터 심상치 않아 보라색의 소녀는 곤란한 미소를 얼굴에 떠올렸다.

 

나 안가면 안돼? 멘디.”

혼난다?”

아아앙-.”

 

나이가 두 배 가까이 나 보이는 두 사람 중, 외려 키가 커다란 쪽이 작은 쪽에게 갖은 앙탈을 피워댄다. 자못 어색한 모양이었지만 두 사람은 익숙한 듯 했다. 투정을 한창 부리다가, 에일이라고 불린 여자는 곧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 방금 피워댄 투정이 무색하게 옷을 차려입기 시작했다. 보라색 소녀는 그 옆에서 드레스의 끈을 잡아매주는 등 시시콜콜한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곧 붉은색과 짙은 회색으로 된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자는 자신의 드레스 색과 같은 색의 붉은색 귀걸이를 착용하는 것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을 끝냈다. 문득 목에 바짝 달라붙은, 깃털로 장식된 목걸이를 그녀가 더듬자 보라색의 소녀는 까치발을 들어 그 목걸이를 유심히 바라봤다.

 

슬슬 고칠 때 됐어?”

아직 괜찮은 것 같아. 뭐 없어도 변신은 가능하고.”

힘들까봐 그렇지.”

괜찮대도.”

 

방긋이 웃음을 건넨 소녀는 먼저 길드 홀을 나섰다. 그 뒤를 검붉은 여성이 따라 나갔다. 밑보여선 안되지. 이번 사교도, 탑을 빼앗겨선 어디 가서 써먹지 못한다. 촛불 아래서 벌어지는 싸움은 만만히 볼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몇 번을 거치면서 똑똑히 배웠다. 완전히 연회장에 들어서기 전, 송곳니를 완벽하게 감춘 흰색의 표범은 자신의 마스터의 귀에 나직하게 속삭였다.

 

나 이번엔 벽에 붙어서 웃고만 있을게.”

그건 마음대로 해, 에일. 애먼 발을 밟는 것보단 낫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넘 오래걸렸어잉 ;ㅅ ; 인장신청은 못했지만 쓴걸루 만족할랍니다..................비..비평...둥글게..둥글게.........한시간..반..걸렸다요....오들오들오들


 

출처 http://todayhumor.com/?mabinogi_121988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