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엄마가 초등학생일 때(지금 50살 정도이니, 적어도 40년 전) 통학에 걸어서 1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길에는 산이 하나 있었다.

별 특이한 곳은 없는 평범한 산이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는데

그 산에서 낯선 길을 발견했다.

항상 같은 길을 지나가는데 이런 길이 있었던가? 생각하며

그냥 그 길로 가게 되었다.

걸어가는데 점점 행복해지는 것 같았다.

일직선의 길이 쭈욱 이어져 있었고, 한참 걸어가니 나가는 길이 보였다.

그 나가는 길 너머에는 익숙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문득, 걸어온 길이 신경 쓰여서 돌아보니

왜 걸어오며 눈치를 못 챘나 싶을 정도로 늘어선 무덤 무덤 무덤...

돌볼 자손이 없는 무덤이었는지 풀이 무성했다고 한다.

갑자기 엄마는 무서워져서 집까지 뛰어 갔고,

그걸 어머니(내 할머니)에게 말씀 드렸지만

"그런 데가 어딨니"하고 딱 잘라 말하셨다고 한다.

게다가 평소 1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5분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네 맘대로 조퇴하고 그러면 못 써"하고 혼나셨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도 발끈해서 할머니를 데리고 그 길을 찾아보았지만 당연히 찾을 수 없었고

거짓말하는 건 어디서 배웠냐고 더 크게 혼나며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다음 날 혹시 몰라서 그 전날 들어간 걸로 추정되는 산길을 찾아봤지만 찾지 못 하고

결국 그 행복해지는 묘지 길은 그날 본 게 전부라고 한다.

묘지가 있는 곳으로 간 것치고는 악귀가 나온 것도 아니고,

그냥 나가는 길로 집이 이어져 있던

별 것 아닌 신기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