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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독서테이블을 둘러싼 두 여인의 신경전
게시물ID : humorstory_4456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모붬
추천 : 1
조회수 : 9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4 0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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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강남교보에는 여러사람이 앉아서 책 읽을수 있는 독서 테이블이 있다. 

하지만 자리가 몇개 없는 탓에 테이블 주변에는 항상 사람으로 바글거린다. 누가 자리에서 일어나기라도 하면 먹이를 발견한 하이에나처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든다. 나도 여느 하이에나들처럼 30분간의 치열한 자리쟁탈 끝에 한석 차지하고 책을 읽고 있었다. 

열심히 독서에 몰두한지 30분쯤 지났을때, 오른쪽에서 책을 읽던 사람이 일어났다.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갑자기 날라온 가방. 그런데 하나가 아니고 둘이었다. 그 가방들은 결승선을 앞둔 단거리 주자들처럼 시간차 없이 옆 의자에 하나, 책상에 하나 놓여졌다. 아니 던져졌다고 해야 맞을것이다. 그리고 5초의 시간이 흘렀다. 주인없이 가방들은 자리에 앉아있었다. 아무도 앉지 않고 있었다. 
그 정적이 이상해 뒤를 돌아봤는데 두 여자가 한 자리를 놓고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한 여자는 젊은 20대 여성으로 보였다. 적당히 꾸민듯 보이는 화려한 꽃무니 투피스에 깔끔한 청바지, 긴 생머리는 도심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의 세련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맞은편 여성은 30대 주부로 보였다. 마른 얼굴에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은듯한 억셈이 얼굴에 보였다.  

서로 노려보고 5초 정도 찰나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내게는 그 어색함으로 인해 시간이 왜곡된 것처럼 길게 느껴졌다. 그때 20대 여대생 (내 추측)이 정중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짐을 동시에 놨네요.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하죠~?" 

몹시 당황하지만 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였다. 
30대 주부 (내 추측)은 복식호흡으로 힘이 실어 강한 어조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아 제가 급하게 볼께 있어서요~. 얼른 읽을께요." 

라고 말하며 여대생이 대답할 틈도 없이 잽싸게 의자를 뒤로 빼고 자리에 앉았다. 과연 아주머니의 저돌성은 대단하구나 라며 속으로 감탄했다.
여대생은 눈앞에 벌어진 상대방의 당당함과 약간의 무례함에 당황해보였다. 하지만 그녀도 지지 않았다. 그 자리 옆에 책을 놓고 서서 주부를 내려다 보았다.. 계속.. 20분이 넘도록...계~속 주부를 노려봤다.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자리를 내주길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주부의 철면피를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서서 자리를 지킨지 30분째, 아주머니의 팔을 톡톡 두드리며 특유의 나긋나긋함으로 말했다.

"저기.. 잠깐 보고 일어나신다고 하셨죠. 언제까지 읽으실 생각이에요?"

주부는 잠시 고개를 들어 그녀에게 대답한다.

"아 잠깐만요. 제가 곧 시험이 있어서요..조금만 더 확인할께요" 그리고는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대생의 머리에서 점점 스팀이 차 오르는게 눈에 보이는 듯했다.

그녀는 5분뒤 다시 주부의 팔을 톡톡두드리며 말한다. 그래도 여전히 나긋나긋했다.

"아뇨 잠깐보고 일어나신다고 해서 양보해드린거잖아요. 이러시면 안되죠."
"아니 번호표 뽑은것도 아니고, 누구나 앉아서 책읽는 자리에요 여긴. 정 그러면 직원 불러와서 얘기를 하시든가"
"아뇨 그거랑 상관없죠. 저희끼리 금방읽고 일어나신다고 말씀하셨으면 약속을 지키셔야죠."

주부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설왕설래하다가 다른곳에 자리가 나자 여대생은 주부에게 한마디 하고 잽싸게 자리에 앉았다.

"그런식으로 살지 마시고, 말씀하신 것은 지키세요."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단한 집요함을 보여준다..

주부는 자리로 가는 여대생을 보며 한마디 하는것을 잊지 않는다.

"저럴시간에 다른자리 가서 책이나 한장 더 펼쳐보겠다. ㅉㅉ"

이렇게 서로 싸우고 10분 뒤, 주부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진다.

내게는 주부가 여대생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싫어 일부러 시간을 버팅긴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말로만 들었던 여자들의 신경전을 직접 보니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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