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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소설 중간 정리 및 릴레이 소설 2부 스타트!(스압주의)
게시물ID : panic_883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야이게웃기냐
추천 : 10
조회수 : 87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6/04 01:32:34
안녕하세요. 은빛미리내(닉언죄ㅡㅜ)님이 진행하신 공게 릴레이 공포소설에 빠져서 쓰다가 길어지길래 중간 정리 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는데요, 중간 중간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위해 약간의 내용과 진행 문체에 대한 편집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쓴 댓글이 고쳐진거에 대해서 언짢게 생각 하시다면 그점에 대해서는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ㅠㅠ.
그래도 최대한 댓글 쓰신것을 안건드리려고 했어용...;;;
그리고 맞춤법, 오타도 나름 교정해봤습니다. 잘 다듬으면 잘짜인 소설 하나 나올 것 같군요
아, 중간에 내용의 흐름을 완전 방해하는 글은 넣지 않았습니다.(죠죠러가 있는건 느낌탓이겠지
 원글은 http://todayhumor.com/?humorbest_1259727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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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마을.
조용하던 이 마을에 큰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뒷산에있는 공동묘지의 묘지들이 파헤쳐진 것.
오래된 묘지들부터 근래에 만들어진 묘지까지…….
어떠한 이유 에선지는 몰라도 모든 묘지들이 파헤쳐져있었다.

 '74개라…'
마을 이장은 파헤쳐진 묘지를 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파헤쳐진 묘지의 수가 10년간 유동인구가 없던 마을 주민수와 동일 했기 때문이다.
파헤쳐진 자국을 보면 동물의 소행이라고 할 수 없을정도로 삽이나 곡갱이 같은 도구의 흔적이 있었고, 열려진 관속은 하나같이 텅 비어 있었다.
이러한 작은 마을에 일어난 심상치 않은 일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퍼졌고, 언제 폐간 되도 전혀 이상하지않을 작은 신문사에서 일하던 기자 성지영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다.
그녀는 파헤쳐진 무덤에 대한 진실을 캐기위해 선배 정갑수와 함께 취재하기로 마음 먹고 사건이 일어난 마을로 향했다.
서울에서 불과 3시간 거리라고는 믿기지 않을 시골 모습은 마치 과거로 온 듯한 착각마저 들게했다.
기와집이 즐비해있는 마을 골목을 걸어올라가자 저 멀리 유독 눈에 띄는 기와집이 보였다.
평소 화끈한 그녀의 성격대로 걸음을 재촉하는 지영을 잡은건 갑수의 손이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마을 입구에서부터 지금까지 노인을 못 봤어."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시골이라하면 노인들이 많은 곳 아닌가.
지영은 잠시 생각에 빠져 마을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20대에서 30대로 보이는 청년 6명. 그게 전부다.
그 때 지영이 가려던 그 기와집에서 누군가 나왔다.
 허리가 굽어진 노파였다
 노파는 흐릿한 눈으로 둘을 쳐다보더니 지영이 다가가려 하자 황급히 문을 닫았다
 
"십년째 대문 밖을 나서 본 적이 없는 분이에요."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아까 지나친 청년중 하나 였다.
자세히본 청년은 아주 마른편이였다.
광대뼈도 튀어나오고 옷사이로 나온 팔다리는 앙상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눈빛만은 날카롭게 지영과 갑수를 쏘아 보고 있었다.
 
 "여긴 무슨일로?"

청년의 말투는 단호하고 차가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문사에서 나온 정갑수 기자입니다. 이쪽은 성지영 기자. 파헤쳐진 묘지가 있다고 해서 취재차 오게 되었습니다."

갑수는 웃으며 인사를 건냈지만, 청년은 기분 상한 표정으로 경고했다.

 "별 일 아니니 그냥 가시는게 좋을거요."

취재요청을 단칼에 거절하는 청년.
하지만 이런 일이 기자생활하면서 한 두번 겪은 일이었던가? 갑수는 한번 더 취재요청을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으나 어느 새 다른 청년들이 빼빼 마른 청년 주위에 모여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기와 성지영을 적대적인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그는 일단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흐음…"
갑수의 낮은 한숨에 지영은 되려 밝은 투로 말했다.
 
 "왜요 정선배~ 뭐 냄새라도 맡았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아까 그 청년들 말이야…. 다들 깡마르지 않았어? 몇몇은 옷속에 붕대같은걸 하고 있더라고… 으음? 저게 뭐지?"
 
갑수가 가르킨 방향은 마을 저수지 였다.
그곳에는 천조가리 같은것이 둥둥떠 있었고 저수지가 가까워질수록 그들은 그것이 무언지 확실히 알수 있었다.
천쪼가리가 아니라 죽어서 물에 반쯤 잠겨 떠다니는 두루미들.
그 때문인지 두루미들만 잠긴 물 주변만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때 한쪽에 서서 뭔가를 보던 지영이 소리쳤다.
 
 "아악…! 서…선배!"
 
저수지 옆 커다란 나무 기둥 뒤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갑수는 주먹만 한 돌을 집어들고 나무로 다가갔다.
 
 "…아…악……."
 
또 다른 청년 한 명이 물에 흠뻑 젖은 채로 드러누워 신음하고 있었다.
 "이, 이봐요. 뭐야 당신. 다… 다쳤어요?"
청년은 고개를 번쩍 들고 갑수를 쳐다봤다. 청년의 얼굴에는 갓 난듯한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는 쇳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당신 누굽니까… 왜 여기 있어요. 빨리 나가요. 나가… 나가… 여기 있으면 안 돼… 아……."
 "무슨 일입니까? 이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갑수는 청년을 흔들면서 질문을 던졌지만 청년의 눈은 점점 빛을 잃어갈 뿐이었다.
 
 "이봐요, 정신차려요. 나는 취재하러 나온 기잡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준다면 할 수 있는 뭐든지 돕겠습니다. 이봐요!!"
 
그러자 청년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더니 갑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시…시체가…살아있어요. 무덤… 시체…가……."
 
회광반조라 했던가.
마지막 힘을 다해서 말을 한듯, 청년의 눈은 감기고 숨소리는 점점 옅어져만 갔다. 갑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일어나 지영이 서 있는 쪽을 돌아봤다.
그때 갑수는 보았다, 아니 느꼈다고 하는게 더 어울리겠다.
어느새 잿빛으로 뒤덮힌 하늘을 비추기라도 하듯, 무엇이 하늘이고 물인지 그 경계선을 알 수 없는 저수지에 무언가가 있다.
기자의 본능일까, 갑수는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렸다.
갑자기 터진 플래쉬에 놀란 지영은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선배… 이 사람…숨을 안 쉬어요…"

남자를 흔들어보던 갑수는 그의 주머니에서 철자가 틀린 메모를 발견했다.

 '1974년, 그 때 모든거시 시작댔다.'

자리에 주저앉은 지영을 억지로 일으킨채 정갑수는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그 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차…차 까지만 걸어봐"

죽음을 바로 앞에서 본게 충격이 컸던 듯, 지영의 다리는 풀려있었다. 이대로는 취재하러 다니기 힘드니 일단 차로 가서 지금까지 봤던것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눈에는 멀리 자신의 차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마을 남자들이 들어왔다.
불안한 예감이 든 갑수는 방향을 틀어 한 손에는 지영을, 다른 한 손에는 휴대폰 플래쉬를 킨 채 오래된 창고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들이 창고에 도착하자마자 굵은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입춘이 지난지는 좀 됐지만 아직 겨울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기에 창고 안은 꽤 쌀쌀했다.
갑수는 오들오들 떠는 지영의 어깨에 입고있던 자켓을 걸쳐주었다. 싸늘한 기온 탓도 있지만 사건이 주는 긴장감도 한몫 하리라.
자신은 살인사건이나 여러 강력범죄 취재를 숱하게 해봤지만 아직 신입인 성지영은 이런 사건이 처음일 터였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베테랑인 자신도 처음 겪는 사건이다.
정갑수는 담배를 빼어물고 생각했다.

 '청년들만 보이는 마을, 모르는 눈치인 이장, 그리고 10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던 노파...아?'

그랬다. 노파가 있었다. 10년동안 나오지않았다면 그전에는 외출을 했을 수도 있다는 소리.
그 노파라면 아까 숨진 청년의 품속에서 발견된 74년부터 시작되었다던 노트의 메모 내용을 알 수도 있지않을까?
갑수는 빗속에 행여 망가질까 자신의 카메라를 지영에게 맡기고 간단한 필기도구만 챙긴채 창고를 나섰다.

 "지영아, 나 아까 그 노파에게 빨리 갔다올게. 기다리고 있어."
 "선배! 나도……."

지영은 갑수를 따라나서려했지만 아직 다리에 힘이 풀린 상태였다.
그녀는 빗속으로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정갑수-
 
'씨발 21세기에 휴대폰 안터지는데도 있나?'
 
갑수는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지영은 조금전 청년의 죽음을 목격한 뒤로 얼이빠져 지금은 쓸모 없었다.
 
 '그놈 핸드폰이라도 확인하고 올껄…'
 
하지만 이미 노파가 살던 집이 보였다.
집이 가까워 질수록 노파의 집은 아까와 다른 모습이였다.
마루와 기둥에 피가 튀어 있었고 마당에도 빗물에섞인  피가 있었다.
상당한 양이 였다. 비릿한 냄세와 앵앵거리는 파리들은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어??!!'

갑수는 덜컹거리는 소리에 몸을 숨겼다.
문이 열린 것이다.
갑수는 수풀사이로 집을 살폈다.
집에서 나온것들은 사람이였지만 행동은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나온사람은 네명… 좀전에 청년들처럼 깡말랐고 저마다 연장을 들고 있었다.
그들을 살펴보니 눈은 뻥 뚫린듯 검고 퀭했다. 그리고 개들이 냄새를
 맡듯 고개를 들썩거리며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어둠이 깔린, 한적하다 못해 당장이라도 공포영화의 희생자가 될 것 같은 이 분위기.
몸을 숨긴 갑수의 이마와 등엔 빗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줄기가 흐른다.
마치 냄새를 맡는 듯한 그들의 모습에 갑수는 몸을 움츠리며 휴대폰으로 녹화를 하기 시작했다.
지영에게 벗어준 자켓 탓인가, 그는 몰려오는 한기에 조금씩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마을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저들은 누구고 저 피는 누구의 것인지.
 '74…74…'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녹화하던 그 때 갑수의 머리에 헤드라인 하나가 스쳐갔다.
 
‘1974년 시골 살인 사건. 마을 고아원 원장이 논두렁에서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 목격자 없음. 원장의 부인은 행방불명. 중학생 딸은 원장의 친척에게 입양.’
 
2년전 가십거리라도 가져오라던 부장의 지시에 ‘40년전 오늘’이란 기사를 썼던 그였다.
 
“그래 어쩌면…”
 
바로 그 때 휴대폰이 울렸다. 빗 소리 속에서도 너무나도 또렷하고 힘차게 휴대폰이 울렸다.
 
“어떤 새끼야!”
 
 4명의 남성들은 어둠을 향해 외쳤고 갑수는 뛰기 시작했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무 뿌리에 걸려 구르고…….
휴대폰만은 손에 꼭 쥔 채 어디로 향하는 길인지도 모르는 수풀을 헤치며 뛰었다.
얼마나 뛰었을까, 쫓는 사람이 없다는 걸 알게 된 정갑수는 휴대폰을 켜보았다.
 
‘선배.. 밖에 선배에요?’
 ‘선배.. 지금 문 두드리는 거 선배 맞아요? 왜.. 말이 없어요…’
 ‘누가 드ㄹ어 오ㅏㅅ요'
 
 연달아 날아온 지영의 문자가 화면에 떠있었다. 갑수는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내내 그의 머릿속은 온갖 불안한 생각들이 뒤엉키고 있었다.
 
 '누가 들어온거지? 누가..? 니미, 이 자식은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통화음이 가긴 갔지만 계속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안내음이 그를 괴롭혔다.
혹시하는 마음에 휴대폰을 보니 통화권 이탈 표시가 떠있었다. 갑수는 마음이 급해졌다.
 
 '전화기는 어떻게 울린거지? 잠시 통화 되는 구역에 서있었던걸까?'
 
지영이 숨어있던 창고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였던것 같다.
하지만 지금 턱까지 숨이 차오르게 달렸는데도
 창고는 보이지 않았다.
 
 '분명 이방향이였는데...'
 
갑수는 가쁜 숨을 내쉬며 호흡을 정리했다.
오는길은 그리 멀지 않았기에 분명히 외우고 있었다.
혹시나 지영의 비명소리 같은게 들리지 않을까
 귀기울여 봤지만 그런 소리는 커녕 바람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말그대로 적막했다. 자신이 밟고 있는 풀소리 외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분명 길을 외우고 그대로 돌아나왔건만 그의 앞에는 처음 보는 길이 놓여져 있었다.
어디서부터 길을 잃은걸까?
정갑수는 연결되지 않는 통화버튼 누르기를 포기하고 적막함 속에 귀를 기울였다.
그 때 나무 사이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두려움에 속삭이듯 외치자 자그마한 그림자가 어둠속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
첫날 보았던 노파였다.

 "그 애기씨는 놔두고 가라카이. 뭐하러 외지사람이 와서 이 사단을 만드는교?"
애기씨...? 지영을 말하는 것인가?
갑수는 정신을 차리고 노파에게 질문했다

"제 후배에게 무슨 짓을 한겁니까?"

노파는 대답이 없었다.
 
 "대답해 보라고!! 지영이는 어디있어???"
 
노파는 아무말 하지않고 갑수를 등졌다.그리고 천천히 숲속으로 걸어갔다.
갑수는 멀어져 가는 노파를 붙잡으려 했지만 갑자기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걸음을 뗄 수록 고통은 심해져갔고 머릿속에 어떤 목소리가 울려펴지기 시작했다.

'오지마.오면 죽여버릴…….'
 
 

'허억....!"
갑수는 튕기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꾸...꿈?'
주변을 둘러보자 낯선 방안이였다.
어디서부터 꿈이였을까? 내가 언제 잠든거지?
 '정신이 들어유?'
젊은 목소리의 남자 목소리가 들리는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30살쯤 되어보이는 젊은 남자가 갑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
 '요 마을 이장 김덕춘이라구 해유.'
 '이장이라구요???'
마을 이장과는 일면식은 없지만 통화는 한번 했었다.
목소리로 어림잡아도 60대이상이였다.
그런데 이렇게 젊어보이는 사람이 이장이라니..
정갑수는 황당하다는듯이 입을열었다.
 
"저기, 이장님....."
 
갑수는 이장을 부르고서야 곰곰히 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서 기절을 한거지? 아니 잠 들었던가? 지영이는 같이 오긴 한 건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은 갑수는 머리를 어지럽히는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차근차근 이장에게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장님. 제가 잠든건지 기절한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 쓰러져있었습니까?"
 "반나절쯤 더 됐쥬? 아마?"
 "그럼 혹시 제가 여기 찾아왔....?"
 
갑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장은 물을 내밀며 말했다.
 
"아녀유~ 서만산 입구 쪽에 쓰러져 있는 댁을 지가 델고 온거유. 힘들어서 혼났구먼. 그런데 쓰러져 있음 클나유."
 
이장님은 어린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정감가는 말투를 자연스럽게 쓰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혹시 제 주위에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까?"
 "글씨? 없던디유? 글구 동네에 산짐승에 물려 죽은 사람이라도 나오면 보통 찝찝한게 아니여유. 그래서 후딱 들쳐업고 왔쥬."
 
이장의 말에 갑수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환상이고 꿈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날도 늦었는데 여기서 묵고 가유. 5만원만 받을텐께 저녁도 한 상 들고 가고"
 
이장이 내미는 물그릇을 받아 내려놓은 갑수는 어찌된 영문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었다.

 '대체 그 노파는 뭐고 또 이장은 어떻게 그 숲속에서 나를 발견해서 집에 데리고 온거지?'
 
찝찝한 마음에 이장의 숙박 제의를 거절하면서 무심코 전화기를 본순간, 지영에게 했던 여러번의 통화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의 시각도. 이 두개의 사실을 확인한 순간, 그는 확신이 들었다.
 이건 꿈이 아니다.
 
 "이장님. 저에게 무슨짓을 한겁니까?"
 "응? 무슨 짓유?"
 
 갑수는 급히 경계태세를 갖추었다. 지영에게 걸었던 통화기록의 마지막 시각과 지금 시각의 차이는 불과 1시간밖에 되지않았다. 그런데 이장은 반나절도 더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휴대폰을 내밀며 통화기록을 보여주니 이장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가고 있었다.
 갑수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며 불안한 생각이 확신으로 바뀜을 느꼈다.
 
 "다, 당신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나랑 같이온 여자는 어딨지?"
 
 목소리를 깔며 말하자 이장의 미간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눈빛은 떨리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일들…그 쪽이 생각하는만큼 그렇게 간단한 일이아니여……더이상 알려고 하지마…."
 
 갑자기 목소리를 깔며 말을 낮추는 이장. 그 모습이 섬짓해보였지만 갑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알았으니 지영이는 어딨어? 그 여자만 보내주면  그냥 떠나주지."
 "그 여자는……흠…."
 "뭐야 그 반응은? …만약 혹시 그 아이가 잘못 되기라도 하면 당신 가만 안나둬."
 금방이라도 죽일듯이 노려보는 그의 눈빛에 굳어있던 이장의 표정이 조금 풀어진듯 보였다
 "저수지쪽으로 가보슈."
 
못이기는척 툭 던지는 이장의 말 한 마디에 갑수는 서둘러 저수지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저수지쪽으로 뛰어가면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발신표시가 뜬다.
발신표시를 확인하자마자 갑수는 자신이 강력범죄를 취재하면서 친해진 오진명 형사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이 마을에 벌어진 사건은 일개 기자인 자신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사건이었다.
 
 "오형,내 말 들려?"
-어어~ 갑수 어쩐일이야?
 "다른 말 필요없고 여기 xx시 xx마을인데.."
 
갑수는 오진명 형사에게 마을 위치를 알려준 후,혹시 몰라 주변에 떨어진 각목하나를 들고 뛰었다.
아까 우리를 쳐다보던 남자들이 계속 거슬렸다. 혹시 그놈들이…?
저수지가 가까워오자 갑수는 두려운 마음이 일었으나 지금 무슨 짓을 당했을지 모를 지영을 생각하면 하찮은 감정일뿐이었다.
이윽고 도착해보니 자신이 그녀에게 걸쳐줬던 자켓이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자켓을 주워들고 보니 그 주위의 흔적들에 눈길이 갔다. 굉장히 수상쩍은 발자국들.
 그리고 시선으로 그 흔적의 끝에 다다르고 보니, 매우 수상한 흉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더욱 수상한 건 환하게 불빛이 켜져 있었다는 것. 더 지체하지 않고 갑수의 발걸음과 촉은 그 집으로 향했다.
 
 '뭐냐 이 마을은 도대체?'
 
잠시 심호흡. 그리고 시간 확인.
 
 '8시 25분, 저수지 옆 수상한 흉가.'
 
행여나 모를 일에 대비해 간단한 메모를 하고서 문 손잡이를 돌렸다. 동료를 찾아야된다는 마음이 더욱 그를 재촉하고 있었다.
 
 철그럭-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낡은 집 특유의 곰팡이 냄새가 풍겨왔다.
여느 티비나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흉가는 어둡고, 서늘하고, 무서움이 느껴졌다.
각목을 쥔 손이 살며시 떨려왔지만,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 때, 갑수는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보고 집어 들었다.
그에 손에 들려있는 건 낡은 신문 한 장.
시선으로 '기적의 저수지! 전국민이 주목…!!'이란 헤드라인이 달린 신문이었는데… 해당 작성 기자가 다름아닌 '갑수' 자신이었다
밖에서 보면 환했지만, 안에 들어와보니 어두운 흉가.
바닥엔 자신이 썼던 신문 기사.
갑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아직도 꿈에 있는건지, 아니면 무언가에 홀린건지...
일단 주머니에 구기듯 신문지를 넣은 갑수는 건물 안을 미친듯이 헤집기 시작했다. 여러 정황이 혼란스러웠지만 일단은 지영이 먼저였다.
예전에 교회였던듯, 흉가 안에는 부서진 예수 십자가상과 넘어진 단상, 길다란 나무벤치가 어지러이 흩어져있었다.

 '지영은 어딨지?'

건물 내부를 샅샅이 뒤져봐도 성지영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헤집을수록 자욱히 먼지만 피어오를뿐이었다.
그러던 그의 눈에 단상 옆 작은 예배실로 보이는 방이 띄었다.

 철컥철컥

 서둘러 달려가 문고리를 돌렸지만 잠겨있었다.
여기다. 여기에 있다. 그의 촉이 강하게 말하고 있었다.

 쾅쾅쾅.

 "야 성지영. 내 말 들리냐?"
강하게 문를 두드려봤지만 아무 응답이 없다. 갑수는 문에 귀를 대보았다. 희미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아 씨팔..엿같네."

갑수는 자켓을 어깨에 단단히 덧대고는 문에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강한 몸통박치기.

쾅! 후두둑…….

다행히 문짝이 낡은 덕분인지 쉽게 부술수 있었다.
급히 일어나 안쪽을 살펴보니 한쪽 구석에 지영이 쓰러져있었다.

"얌마! 야! 정신 좀 차려봐!"
황급히 지영을 일으켜보니 홀린듯 넋이 나가 있었다.
초점없는 눈은 반대편 벽을 보고 있으나 갑수의 다그침에도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좇됐다…일단 나가자 지영아"

지영을 끌다시피 밖으로 나온 순간, 저수지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허우적거리듯 버둥거리며 걸어 가는게 보였다.

 "저게 뭐지…?"
비가 온 탓인지 뿌연 물안개에 가려져 잘 안보이긴했지만 실루엣에 팔다리가 있는걸로 봐서는 사람이 확실했다. 하지만 움직임은 어딘가 비정상적이었다.
분명히 앞으로 걷고 있는것 같은데 팔은 뒤로 걷듯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윽고 그것이 시야 확보까지 되는 거리에 다다르자 갑수는 욕지기가 치미는 것을 간신히 추스를수 있었다.

 "……!!"

뻥 뚫린 눈에 썩어 문드러진 양 뺨, 앙상한 팔다리…그리고 내장이 조금 튀어나와 있는 찢겨진 배.

 "우욱, 큭……."

 그러고보니 아까 저수지 근처에서 만난 청년이 숨지기 직전, 시체가 살아있다고 한 헛소리가 생각났다. 아니, 이제는 헛소리가 아니다.
갑수는 한손에는 지영을 끌어안고 한손엔 각목을 쥐었다. 저 정체불명의 생물이 달려들기라도하면 있는 힘껏 대가리를 빠개어 버리리라.
하지만 다행히도 그것은 갑수가 있는 곳까지 오지는 않았다. 그것은 힘겨운 걸음을 걷더니 두루미가 떼죽음 당한 근처에서 멈추었다. 그리고는 와르르 주저 앉더니 두루미의 피가 섞인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앙상한 몸은 그대로였지만 자잘한 생채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배에 난 상처도 아물고 있었다. 하지만 머리쪽은 재생이 안된듯, 그대로였지만 다른 부위는 마치 애벌레가 허물을 벗듯 오래된 피부가 우수수 떨어지고 있었다.
 이 놀라운 광경에 정갑수는 한동안 넋이 나가있었다. 이제 현실에서 이루어질만한 광경이었던가?
 이제는 사람이 형상이 갖추어진 그것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그는 급히 아까 주워든 신문지를 펼쳐보았다.

 "1974년 3월 24일……."

날짜를 확인한 그는 품속의 자신의 취재노트를 펼쳐보기시작했다.
 1974년 3월 24일.
자신이 햇병아리 시절, 처음으로 지면에 실렸던 기사였다.
 "기적의 저수지. 전 국민이 주목. 세포재생에 탁월한 성분 검출. 평균연령 100세 시대 더이상 꿈은 아닐것……."
 그랬다. 어떤 화상 흉터를 입은 사람이 길가다 저수지 근처에서 멱을 감았는데 흉터가 한달도 안되서 나았다는 소문이 퍼져 그 기사를 쓰기에 이른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진이 저수지 물을 퍼다가 조사했었는데 세포재생에 도움되는 물질이 있지만 상처에 영향주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발표했던게 생각났다. 그저 작은 동네의 해프닝정도로 끝난 일이었다.

 팔락팔락.

그러다 바로 다음달 취재내용에 눈이 갔다.

‘1974년 시골 살인 사건. 마을 고아원 원장이 논두렁에서 둔기에 맞아 숨진 채 발견…….'

한달도 안되어서 같은 마을의 기사를 두개나 쓴 것이다.

 '이 마을 정체가 뭐지?'

갑수는 이 마을의 세 번째 기사가 될지 모르는 눈앞의 광경을 노트에다 메모하고는 지영을 안아들고 빗속을 헤치며 마을 외곽으로 걷고, 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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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기 까지네요.무지하게 깁니다- -;; 초스압 ㄷㄷ.. 여기까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당.
여러 분께서 릴레이 작업한거라 설정이 좀 틀어질 수도 있었지만 꽤 흥미진진하게 이어나가지더군요.
이후부터 댓글로 내용 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새는 공게에 글쓰는 재미로 사는거 같네요. 공게 흥해라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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