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망태, 남편, 물고기
게시물ID : dream_12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콤핑크
추천 : 0
조회수 : 71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1/07 21:22:30
옵션
  • 창작글
"내가 첫째를 잃어버렸을때는 너무 이상했어.
분명히 옆에 있던 애가, 잠깐 그 사이에.
워낙 숫기도 없고 겁도 많은 애라, 항상 꼭 내 옆에 붙어있었는데.
10살 치고는 몸집도 또래보다 훨씬 작았지.
그 쪼그만 것이 멀리 갔으면 얼마나 멀리 갔겠어, 순식간에.
그런데도 온 동네를 헤집어도 없는거야.
 
아무래도 느낌에 이거 뭔가 잘못된거 같다...
울면서 파출소에 가서 우리 아들 좀 찾아달라고,
'진정하고 침착하게 당시 상황을 이야기해보라' 하대,
이미 엄마의 느낌이라는 게 있는데... 내가 진정이 되나,
횡설수설, 그래도, 있는 그대로 말했는데... 내 말을 안믿는 눈치더라고.
거기가 사람도 많지 않은데 어떻게 애가 순식간에 증발했겠냐는거야.
 
신고접수를 해주긴 했는데, 나를 미친 여자처럼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
만약 납치된 거면 몸값을 요구하는 연락이 올거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하대,
대체 그게 할 소리야? ... 나는 지금도 경찰을 안믿어요.
그게 벌써 십수년된 것 같은데 나는 아직도 억울해서 잠을 못자.
우리 애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런데 요즘은 더 어린 애들이 그렇게 사라진다며,
세상이 어떻게 이렇게 되었대, 그 엄마들은, 애들은 어쩌고..."
 
 
"아이를 버릴땐 비닐로 두번 싸요.
00마트에서 제일 큰 비닐 있죠. 노란색.
그걸로 아래서 한번, 위에서 한번.
제대로 잠들었는지 확인하고요.
그 비닐에 안들어가면 못버리는 거예요.
입근처에 가위로 숨구멍을 뚫어줘요.
새벽에 내놓고 망태에게 글을 남겨요.
[서울시 00구 00동 123] 이렇게.
아침에 나가보면 아이는 없을거예요"
 
-- 여기까진 꿈속에서 들은 이야기--

 
 
-- 여기서부터는 꿈속의 내가 겪은 이야기 --
 
잠에서 깨니까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이 집도 침대도, 가구도 다 익숙하고, 내가 결혼한 것은 알겠는데,
이 남자를 어떻게 만났는지, 결혼식은 어떻게 했는지 그런 것들이, 기억이 안나는 거예요.
 
남편한테 잃어버린 아들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나는 분명 내 애가 딸이었던 것 같은거예요.
그럼 내가 이혼남이랑 결혼을 했나...?
 
아침부터 정신이 혼미해서요. 내가 몸이 어디가 안좋은가... 
갑자기 인생절반의 기억이 뭉텅하고 사라졌는데 이걸 얘기해야 되나...
 
근데 아침밥을 먹으려고 마주보고 앉았는데, 내 남편도 이상하더라고요.
이랬나, 저랬나? 자꾸 뭘 물어봤다가도 아니야- 해버리고는...
혹시 나랑 똑같이 기억이 안나나 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죠.
화들짝 놀라면서 사실 자기도 그렇대...
첫째부인이 누구였는지, 아들은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나랑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이 안난대요.
그럼 뭐가 기억나냐고 했더니, 내가 어제 물고기를 꼭 사달라고 했대요.
그래서 오늘 퇴근길에 사오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다. 그건 확실히 기억이 난다,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이상하다, 우리 어제 뭘 잘못먹었나, 퇴근후에 같이 병원을 가보자 이야기를 하고,
남편은 출근 준비를 했어요. 남편이 이것저것 챙기다가 주머니에서 무슨 명함이 나왔는데,
세탁소 명함치고는 고급져보였어요.
뒤집으니까 '기억이 안날때도 있죠'라고 누군가 펜으로 써놨더라고요.
나는 처음보는 명함이고, 거기에 써있는 주소도 낯설은데,
남편은 이걸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여기에 당장 가봐야겠다고 하는 거예요.
퇴근하고 가보라고, 말했더니, 아니래요.
여기가 어디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명함은 확실히 기억난대요. 누군가한테 받았던 기억이 또렷하대요.
 
회사에 전화를 걸어 대충 핑계를 대고, 같이 차에 탔어요.
네비에 주소를 찍고 얼마 안걸려 도착을 했는데,
평범한 상가건물 한켠에 작은 점포더라고요. 이렇게 작은 가게에서 무슨 세탁을 한다고.
작은 세탁기 하나, 벽쪽에 옷이 몇벌 걸려있긴 했지만... 이런 세탁소가 있나, 황당했어요.
 
들어가자마자 주인남자가 남편을 알아보더라고요. 단골손님인 것처럼요.
'양복 세탁 맡기려고 오셨죠?'
그리고 나를 보고는, '오랜만입니다' 빙글-하고 웃는 것이 기분 나빴어요.
나는 그 세탁소도, 그 남자도 생전 처음보는 것 같은데.
마치 이런 우리 부부의 상황을 아는 것처럼,
능글맞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남편은 얼떨결에 양복 상의를 맡겨두고 영수증을 받아 나왔어요.
아까는 경황이 없어 몰랐는데 바로 앞에 물고기를 파는 가게가 있더라고요.
온 김에 물고기를 살래? 하고 남편이 물었어요.
대충 쓱 훑어봤는데 기분도 찜찜하고, 그냥 가요. 하고,
그 가게를 지나 상가 출구 쪽으로 걷다보니,
또 물고기를 파는 가게가 있네...
 
그런데 진열되어있는 것들 중에 한 작은 수조랑 거기에 들은 물고기들이 너무 낯이 익은거예요.
정확한 기억이 나는건 아니었지만 '아 내가 사달라고 한게 이거였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얼른 이걸 사가자, 했어요.
 
돌아오는 길, 차안에선 서로 아무말이 없었어요.
우리가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서로뿐인 것 같은데, 둘다 제대로 된 기억이 없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고... 남편은 묵묵히 운전만, 나는 그냥 수조안에 물고기들만 쳐다보면서 집까지 왔죠.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현관문을 여는데 무슨 쪽지가 툭-하고 떨어져요.
'00이가 오늘 죽어야합니다. 오늘 밤11시 20분 000 삼거리'
쪽지를 든 내 손이 덜덜 떨려, 이 이름은 남편이 잃어버린 아들이름인데.
남편에게 건내니 남편도 사색이 되었어요.
'이게 대체 무슨 말이예요?'라고 물으니 '모르겠어... 모르겠어 나도... 가봐야 알 것 같아'
 
둘다 벌벌 떨면서 들어와 쇼파에 앉았어요.
경찰에 신고를 해야하나, 병원부터 가야하나,
대체 하룻밤 사이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더디게 시간이 갔어요.
 
날이 어둑해질때까지 서로 기억의 퍼즐을 맞춰보려고 했는데 도무지 접점이 없는거예요.
거실에 놓인 액자말고는 앨범이 없더라고요,
내 기억엔 장농안에 우리 앨범이 있던 것 같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나왔어요.
 
거실 액자안에 사진들만 다시 찬찬히 보았죠.
사진이나 액자로 봤을때 우리가 결혼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웨딩사진 속에 우린 행복해보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아무것도 기억이 안날 수가 있나.
 
사진속에 남자는 분명 남편이 맞고, 그 여자도 내가 맞는데,
나는 왜 이 사진을 찍은 기억이 안날까요.
남편이 잃어버린 아들의 사진은 3~4년전에 찍은 사진인 것 같았어요.
배경에 TV가 있었고 방영중인 화면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그게 몇년전에 했던 프로그램이라는 건 기억이 났어요.
 
이전에 남편이 누구와 결혼을 했었는지,
아이를 어떻게 잃어버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대요, 어떻게 이혼했는지도요.
하지만 나와 새로운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아이 사진을 거실에 둔건 아직 잊지 못했다는 뜻이겠죠.
나도 그걸 이해했으니 사진을 두게 했었나봐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기억나는 건 한정적이고,..
밥도 들어가지 않고, 그저 멍하니 시계만 쳐다봤죠.
10시 반이 조금 넘어서 우리는 쪽지속의 장소로 갔어요.
모르는 남자 둘이 한 아이를 데리고 우리쪽으로 걸어와요.
 
나는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어요. 
사진속의 아이와 하고있는 모습이 똑같아요.
안경도 입고 있는 옷도, 몇년이 지났는데 그대로예요. 사진속에 있던 것과 똑같아요.
 
그 아이일리가 없어요. 몇년동안 그대로라는게 말이 안되잖아요.
그 아이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아이처럼 똑같이 보이게 꾸몄다고...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때 둘중 한 남자가 이야기했어요.
'그럼 지금부터 얘가 00고요... 저기서 사고가 나는 걸로...' 하고 손을 들어 저쪽을 가리켰어요.
차 한대가 길가에 서있고 문이 열려있어요.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서있는 차쪽의 더 뒤쪽에 커다란 덤프트럭이 서있는 게 보여요.
 
남편과 나는 경황이 없어요,
이게 무슨 상황인지 묻기도 전에 한 사람은 아이를 서있는 차에 태우고 있고요,
남은 한사람이 우리에게 말해요.
차에서 내려서 뛰래요.
아까와 반대편을 가리키면서 '두 분이라도 사셔야죠. 빨리 가세요'
덤프트럭이 시동거는 소리가 들려요.
서있는 차안에, 남편의 아들말고 또래 여자아이도 있는 것 같아요.
'혹시 저게 내 딸일까?' 난 그쪽을 돌아보려는데, 
남편이 갑자기 내 손목을 잡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해요.
'쳐다보지마, 쳐다보지말고 뛰어'


 
 
 
출처 낮잠을 잤는데 꿈이 너무 생생해서 적어봐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