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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NoSleep. Clayton이야.
글을 업데이트하는데 공백 기간이 좀 길어서 그렇지, 난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죽진 않았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아마 Elizabeth가 날 죽이면, 여기다 내가 죽었다고 글을 올릴지도 몰라.
그녀가 날 죽이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직 성공하진 않았어.
그래도 항상 걔 덕분에 긴장하면서 지내고 있지.
내가 요즘 뭘 하고 지내는 지는 말해줄 수 없어. 걔가 이 글을 읽을 걸 나도 알고 있으니까.
(안녕 Liz, 잘 지내? 엿이나 처먹길 바래.)
일의 진행이 느리긴 해도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면 족할듯해...
왜냐면 좇아야 할 목표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거든.
다시 한 번 내 과거를 들춰볼게.
왜냐면 부분적으로는, 이유가 뭐든, 너희가 이걸 계속 읽어주니까.
또 내가 이런 결속감...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근데 사실은 어쩔 수가 없어서야.
뭘 해야할지 알수가 없어, 벽에 가로막혀서 어떤 식으로 진전시켜야할지 감이 안 와.
뭘 어떻게 해야할지는 알고 있는데, 언제 어디서 해야할지를 모르겠어.
세상에 종말을 가져올지도 모를(물론 추측에 불과하지만) 일을 막으려면 '누구를, 언제, 어디서'라는게, X발 굉장히 중요하단 말이지.
내가 놓친 게 있는 거야. 분명해.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 있는 거야.
아마 내 과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X같은 자기성찰이나 뭐 그런걸 해야겠지.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 그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야.
그러니까 얘기가 삼천포로 빠져도 이해해줘. 오랫동안 잠을 못잤거든.
또, 맨날 존나 애매한식으로 말해서 미안해.
그치만 시간순서로 말해줘야해.
Claire의 일처럼 이건 너희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게 아니야.
그저 내 눈으로 본 걸 너희한테 말해주는 것 밖에 안 돼.
저 번 글에서 내가 처음 그 '눈'(자칭 우리 차원의 신이라는)과 만났던 걸 말했었지.
댓글에선 '개체'랑 별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고 별로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많았어.
사실이야, 별로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
근데 적어도 우리 주변 사람들을 괴물로 만들어놓지는 않잖아.
그러니까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해야지.
' 눈'에 대해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 - 그는 많은 것들을 그의 주변에 간직하고 있어.
전지적인 수준의 힘을 가졌을지도 몰라, 그게 아닐수도 있지만.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가 모든 걸 알고있다 해도 나한테는 X발 일언반구도 없어.
머릿속에 별로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르는 '지식'을 가지고 생생했던 DMT여행에서 깨어났지만, 논리를 담당하는 뇌의 일부분은 그게 정교하게 조작된 환상이라고 주장했어.
또 내가 그 환상을 보고도 뭘 해야하는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누가 '그릇(Vessel)'인지도 몰랐어.
그저 컬트 집단과 '개체'가 굉장히 위험한 존재라는 인상만 뚜렷하게 느꼈고, 그들이 내가 그들의 일에 관심을 가지는걸 탐탁치 않게 생각할 것이라는 것만 알았지.
내 인생이 위험에 처할수도 있었어.
만약 이 모든 일이 다 사실이라해도 16살짜리 애한테는 벅찬일이었지.
압도되고, 두려워하고,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면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걸 했어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지내는 거 말야.
난 고등학교 1학년을 더 조용하고 엄숙하게,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보냈어.
마약에 심취한 친구들이랑은 멀어지고, 정신줄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Alan, Lisa와 지내는 걸 낙으로 삼았어.
물론 걔들한테 내 DMT여행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지.
시간은 항상 그러하듯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고 지나갔어.
'그' 기억은 희미해져갔고, 그러한 일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게 점점 쉬워졌어.
그러다가 어떤 소문이 퍼졌어.
고등학교 3학년 때, Elizabeth가 한밤중에 학교안에서, 마치 태어날때의 모습처럼 나체로, 또 온몸에 그을음이 묻은채로 발견됐어.
그녀 뒤로는 불길이 1층부터 터널을 타고 올라와서 치솟고 있었어.
사람들은 그 터널을 보수유지 통로처럼 이용해서 그녀를 구출했대, 그리고 불은 고장난 보일러에서 시작된 거였대.
Elizabeth가 거기에 있었던 건 그저 우연이었댔어 - 반항적인 학생 하나가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다가, 재수없게도 적발된거라고 말야.
모험심 강한 여자애가 자기네 반 교실에 있는 해치가 어디로 통하는지 궁금해서 들어갔다가, 용감하게도 치솟는 불길에서 살아남았대.
18살 여자애가 얼마나 무서웠겠어.
근데 저건 신문에서 그랬다는 거고.
아마 걔네 아빠 입김으로 저렇게 포장해서 기사를 쓴 거겠지.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렸어.
왜 거기에 있던 걸까? 옷은 왜 홀랑 다 벗고?
불이 난 거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Elizabeth가 어딜 가든 평소보다 많은 눈들이 따라다녔어.
물론 걔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넘어갔지.
더 밝게 웃고, 더 어깨에 힘이 들어갔어.
그런 관심을 즐긴거야. 걔는 그걸 존나 좋아했어.
그 날 밤에 진짜 있었던 일은 아마 그녀가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을 거야.
하지만, 나랑 Claire가 몇 년이 지나고, 그 해치가 어디로 통하는지 알게 됐어 - 지하 깊숙한 곳에 그 집단이 사용했던 비밀의 방이 있던 거야.
아마 그 방이 숨겨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왜 거기서 불이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날 밤부터 뭔가가 변하기 시작한건 분명해.
그 리고 Elizabeth가 그때부터 변하기 시작했어.
전에는 상대적으로 정상 같았는데 - 영악한 눈과 교활한 미소를 짓긴 했지만 - 그 후엔 완전히 미스터리한 애가 된거야.
걔랑 별로 얘기하는 걸 꺼려했던 나까지 그걸 눈치 챘을 정도면 말 다했지.
애가 좀 산만해지고 으스댔어.
권력에 대한 존경심도 없어졌고.
우리 시장이었던(그리고 그 집단의 리더였던) 걔네 아버지랑도 스스로 멀어지려고 했고, 걔네 어머니도 아버지랑 곧 이혼해서 떨어져 지냈어.
왜 그랬는지는 몰랐어. 관심이 없었지.
18살의 Liz는 완전히 탈선하기 시작했어.
그 집단이 걔가 그러고 다니는걸 가만히 뒀다는게 신기했어.
자기들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을지 내가 아는데.
아마 그 사람들의 힘을 넘어서는 파워를 가지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무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다 내 추측이야.
Alan 은 걔한테 빠지다 못해서 미쳐가기 시작했어.
내가 보기에 Elizabeth는 Lisa를 될 수 있으면 계속 무시하려고 했던 것 같아.
우리는 그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졸업했어.
특히 Liz랑 Jess는 우리가 상상도 못할 영예를 떠안고 졸업했지.
그러고나서 2009년 초에, Alan은 Liz랑 Jess를 어떤 하우스파티에서 만났어, 그리고 갑자기 어느 순간부터 그년들이 내 인생에 끼어들기 시작한거야.
Alan은 마침내 자기가 원하던 걸 얻었어: Elizabeth의 의미심장한 미소를 알아보는 그들의 세계에 동참하게 된거지.
그들만 알아듣는 이야기는 점점 심해져갔어.
Liz는 분명히 Alan의 관심을 받는게 좋았던 거야.
난 걔가 가끔 만취했을 때 슬그머니 옷을 다 벗고 빗속에서 춤을 추는걸 몇 번 목격한 적이 있어.
아니면 벌겋게 달궈진 나이프 끝을 자기 피부에 갖다 댄다거나.
방 안에 있는 모든 사람한테 키스한다거나.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거나.
빌어먹을 Fleetwood Mac의 노래의 패러디처럼.
10대 애들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들 있잖아.
그치만 그게 뭐든간에 Alan이 걜 더 좋아하게 만들었어.
Jess는 그저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지만, 걔도 똑같이 Elizabeth의 환상에 빠져있는 것 같았어.
걔들은 지들이 나쁜년들이라고 생각되는 걸 좋아했어.
한창 반항할 때니까.
Lisa랑 나만 그걸 꿰뚫어 볼 수 있었어, 하지만 Alan은 우리가 "질투"하는 거라고 했지.
염병, 가엾은 Lisa.
남자친구가 '개체'에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꼴을 보고만 있어야 한다니.
내 눈엔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어.
싫었어.
걔들은 저녁에 모여서 비디오 게임을 하거나 맥주를 마시는걸론 만족하질 못했지.
대신 Alan을 꼬여내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위험한 모임을 갖게 만들었어.
지금 와서 보면, 아마 그 사람들은 그 컬트 집단의 멤버거나 그들의 자식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자기 아버지랑 관련 없는척했지만, Elizabeth는 계속 그 사람들이랑 가까이 지냈어.
Alan은 Liz가 컬트 집단에 대해 말하는걸 들어본 적이 없댔어.
Jess도 마찬가지고.
여튼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와중에, 난 계속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
내 기억이 맞다면 처음 그런 악몽을 꾼 건 2009년 6월이었을 거야.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까 내가 무슨 관 안에 있었는데, 아마 산 채로 묻힌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현실에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
분명 침대에 누워서 자려고 했었던 기억은 있는데 말이야.
내가 납치를 당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만 들었어.
그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는 못하고, 그저 떨면서 점점 숨이 막혀왔어.
숨 쉴 공기가 점점 없어져간다는 공포, 밀실 공포, 어두움 속에서 정말 1초, 1초를 생생하게 느끼면서 몇 시간을 갇혀있었어.
그러다 결국 질식해서 기절했지.
나중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벌떡 일어나보니까 침대 위였어.
그치만, 그 관 안에서의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그게 진짜 있었던 일인지 헷갈렸어.
다른 악몽들은 부끄러움, 죄책감, 분노의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나타났어.
꿈 속에서 사람들은 날 약자, 멍청이, 가엾은 것이라고 불렀어.
내가 시도조차 하고 있지 않다고 사람들이 뭐라하는 꿈도 꿨고.
항상 그런 꿈을 꿀 때마다 침실 천장을 보면서 헐떡이며 잠을 깼던 기억이 나.
“뭘 시도해? 뭘 시도하냐고?”
답은 없었어.
하지만 다음 날 밤에, 더 끔찍한 악몽이 날 찾아왔어.
내 가족이 불에 산태로 타는 꿈이었어 - 너네 어머니의 눈알이 뜨거운 불 속에서 열기에 터져버리고 볼 위로 줄줄 흘러내리는 걸 보고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해 봐.
그게 얼마나 잊기 힘든 장면인지. Alan의 손, 발목에 녹슨 체인이 묶여있고 능지처참을 당하면서 나한테 “좀 처 보라고, 제발!”라고 소리지른다거나.
아직도 머릿속에서 관절이 꺾이는 소리가 들리고, 얇은 피부 아래에서 척추 뼈가 전부 분리되는 게 보이는 것 같아.
또 Lisa의 허리가 부러지고, 손과 발이 완전히 밖으로 꺾여나간 채로 "대체 왜 찾아보지를 않는거야?"하고 소리치기도 했어.
그런 일이 일어나면, 그게 뭘 뜻하는 건자 깨닫기는 했던 것 같아: 상기시키기 위한 장치말야.
그래서 내가 잊어버리지 않도록.
컬트 집단이나, '눈'이 했던 말들에 대한 꿈도 있었어.
마치 그 여행이 그래야 했다는 듯이, 기억에서 잊혀지질 않았어.
그래도 난 한 1년 간은 잊어보려고 계속 노력했어.
그러다 나는 2010년 9월에 마을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지역대학에서 2학년을 보내고 있었어.
Liz는 Alan을 설득해서 1년 휴학을 시켰지만, Jess는 PSU에 붙어서 Portland로 이사갔어.
물론, 자주 놀러오긴 했지.
그 때가 그 일이 일어나기 한 두 달 전이었을 거야.
나 는 수업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어.
일상에 너무 지쳤을 때 자주 숲 속 길로 돌아돌아서 혼자만의 드라이빙 타임을 가지곤 했거든.
아직도 기억나는 게 길가엔 눈이 쌓여있었고, 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었어 - 내 생일이 Jess랑 Liz의 생일이랑 가까웠기 때문에 트리플파티를 준비하고 있었지 - 그러니까 한 12월 초 였을 거야.
한 5~6시 쯤이었나, 겨울이라 어두웠는데, 히터도 켜놓고 좋아하는 음악 CD가 있어서 괜찮았어.
그래서 그 때 기분이 좀 좋았어.
컬트 집단이나 '눈'은 전혀 신경도 안 쓰였고 말야.
그 러다 산 속의 S자 코스에 다다랐어 - 진짜 구불구불한 산 속의 S자 코스에. 그래서 속도를 좀 줄였지.
난 그 길을 수 천 번쯤 다녀봐서 눈 감고도 운전해서 빠져나갈 수 있었어.
근데 길 중간에 왼 쪽으로 빠져나가는 갈림길이 나와서 소스라치게 놀랐어.
아까 말했듯이 그 길을 수 천 번쯤 다니는 동안은 단 한번도 그런 길을 본 적이 없었거든.
그 때 내 생존본능 모드가 갑자기 꺼지기라도 했었는지, 미쳐가지고 처음보는 그 길로 들어가버렸어.
그런 충동이 왜 갑자기 들었을까?
그냥 막연한 호기심이었을거야, 어린애들처럼 위험속에 뛰어들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아마 '눈'이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날 그렇게 만들었던 것 같아.
그냥 두 번도 생각 안하고 바로 그새 길로 들어가버렸어.
길 가에 가로등은 없었는데, 마치 원래 거기 그 길이 있었다는 듯이 길바닥은 포장 돼 있었어.
뭐 산 속에 트랙터 같은 게 너무 자주 다녀서 자연스레 생긴 길 같은 게 아니라, 진짜 2차선에 노란 중간선까지 그려진 포장도로였어.
그저 내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건 동쪽 방향으로 길이 나 있던 거라는 정도.
그 방향이면 정확하게 산등성이 중간으로 뚫고 들어가는 방향이었어야 하는데, 그 길엔 터널 같은 게 없었어 - 아직도 그 길 위에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커다란 달이 떠있던 게 기억나.
눈도 쌓여있지 않았고, 길이 얼어있지도 않았어.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길가의 나무에는 하얀 크리스탈 같은 것들이 가지에 잔뜩 달려있었는데, 그 밖에 헤드라이트가 비추지 못하는 곳은 아예 검은 어둠뿐이었어.
공허같은 어둠말이야.
그리고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공허처럼 차갑고 검은 생각이.
길 은 마치 화살처럼 곧았고, 눈 앞에서 나타나고 지나가면 사라지기만을 반복했어.
저 멀리서 헤드라이트에 비치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지 한 1~2분 정도 차를 몰았던 것 같아.
뭔가 창백하게 하얀 게 반짝거리고 있었는데, 너무 멀리 있어서 확실히 뭔지 볼 수는 없었어.
그게 뭔지는 몰라도 내가 차를 몰고 가는 길 한가운데에 서 있어서, 속도를 줄여야했어.
근데 속도를 줄이는데도 그 형상이 커지는 속도는 변하질 않았어.
점점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난 깨달았지.
그게 나한테 달려오고 있다는 걸.
그 게 나한테 어떤식으로 이상하게 달려왔는지, 저렇게 설명할 수 밖에 없겠다.
처음엔 그게 뭐 사슴이나 그런 건 줄 알았어, 알비노 사슴 뭐 그런거 - 말했듯이 어둠속에서 아주 창백한 하얀색이었으니까.
돌연변이 사슴이 더 말이 되잖아, 달려오는 모습도 굉장히 이상했고 - 길을 지그재그로 달려오면서 절뚝거리고 가끔 엎어지기도 했어.
그치만 그럴 때마다 스스로 일어나서 다시 내 차를 향해, 나를 향해 달려왔어.
무 슨 광견병이나 미친 좀비같아서 점점 무서워지긴했는데, 난 500kg가 넘는 쇳덩이을 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만약에 내가 저 X신 같은 광견병 알비노 사슴새끼한테 공격받는다 쳐도, 그냥 깔아뭉개고 지나가면 됐어.
근데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게 확실히 사슴은 아니라는 걸 알게됐어.
사람이었지.
그 사람은 개나 곰이 뛰듯이 네 발로 나를 향해 최고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어.
몸이 상당히 길어보이긴 했어, 상체가 무슨 사슴처럼 길었고, 팔다리는 사람의 것보단 두 배는 길었으니까.
그 때쯤 되니까 그 사람이 헐떡거리면서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언어로 웅얼거리면서 떨고 짖어대는 걸 들을 수 있었어.
난 그 사람이 내 차 바로 앞으로 달려들길래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어.
그 사람은 짐승처럼 내 차 범퍼에 부딪치기 직전에 몸을 틀어서 멈춰섰고.
긴 시간 동안, 그 사람은 내 트럭 앞에서 구부정하게 앉았다 일어나길 반복했어.
몸은 무슨 후드에 가려져 있었는데, 수척한 척추 뼈는 후드 위로도 툭 튀어나와보였어.
그러다가, 그게 천천히 후드 안으로 손을 집어넣더니 내 트럭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어.
난 완전히 마비돼서 그 것이 내 쪽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만 있었어.
아주 여위고 홀쭉한 얼굴, 이가 거의 다 빠진 입 - 그나마 남아있던 이빨도 부러지고 누렇게 변색돼있었어.
또 지저분한 수염이 길게 늘어져있었고, 잔뜩 떡진 갈색 머리는 늙어서 회색으로 변하고 있었어.
분명히 기억하는건, 상체가 너무 길어서 그것이 발을 내 범퍼에 기대고 있었다는 거야.
아마 평균적인 사람의 길이보다 정확하게 두 배나 긴게 아니었지만, 거의 그 정도로 길어보이긴 했어.
팔이랑 손가락은 존나 얇고 길게 뻗어있었고.
전체적인 실루엣이 이리저리 뒤틀리고 홀쭉했어.
뭐 “초자연적인” 방식이 아니라 "선천적 질환" 때문인 것 같아보이긴 했지.
그 미친남자는 다른 짐승보단 스라소니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내 차 앞유리로 올라왔. - 유연하고 나긋나긋이 짐승처럼.
눈은 완전히 하얀색이었고, 눈동자는 무슨 바늘로 찍은 듯이 아주 작은 빠딱한 점 같았는데 약간 사시같아 보였어.
눈알은 거의 빠질 것 처럼 튀어나와있었는데, 눈병에 걸린 것처럼 가장자리가 시뻘갰어.
마판증후군걸려서 태어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소름끼치게 아파보였어.
그리고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30cm정도 떨어진 앞 유리에 길쭉한 얼굴을 들이댔어, 그가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뭐라 말할 때, 숨이 유리를 뿌옇게 가렸지.
그가 말 할 때마다 입은 무슨 바늘처럼 앞유리에 닿아선, 진 시몬즈처럼 길다란 혀가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렸는데, 혀는 검은색, 회색으로 얼룩덜룩했어.
미친, 그 사람은 진짜 심각하게 아파보였어.
그리곤 앞유리를 느끼하게 핥았는데, 그가 핥은 부분엔 반투명한 점액이 남았어.
그러다 갑자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다가 멈춰서 조용해졌어.
그의 눈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지.
그는 뼈만 남아 앙상하고 마디도 너무 많고 손톱은 다 자라지도 않은 징그러운 손가락을 들어서 나를 가리켰어.
그 가 다음에 말한 말과 목소리는 선명하게 들렸어.
“너! 너도 '그'를 봤구나! 넌 '그'의 것이야! 나처럼!”
그리곤 미친 것처럼 낄낄대다가 앞유리를 몇 번 더 핥았어.
마치 내 얼굴을 직접 핥고싶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어.
내 트럭 안에서도 그 남자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거든.
“크게 기뻐하라!” 그 사람이 속삭였어.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계곡을 헤맬지라도, '그'가 너와 함께할 것이니, 악마도 두려워 말라. 그래. 그래. 아멘.”
그리고는 앞 유리 위, 천장으로 기어올라갔어.
그 썩어 문드러진 징그러운 면상을 치워주고 내 위로 사라져줘서 살짝 고마웠지.
그리곤 내 눈을 감았어.
코로 싶게 숨을 들이쉬면서 구역질, 두려움, 분노를 참았지.
그 남자는 내 트럭 천장 위에 몇 분동안 앉아서 쇳소리나는 목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있었어.
“너희가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면, 난 너희 안에 살 것이고, 너흰 내 사랑 안에 살 것이다.”
난 대체 X발 뭘 해야 할 지 몰랐어.
운전을 하면 그가 떨어질거고, 그렇게 되면 살인죄가 씌워질까봐 무서웠지.
그의 X신 같은 DNA는 내 차 곳곳에 묻어있고.
핸드폰은 그 빌어먹을 산 속에서 아무런 신호도 못잡았어; 따라서 경찰을 부르는건 불가능했지.
그래서 그 끔찍하고 긴 시간 동안, 난 그냥 기다렸어.
그러다 그 남자가 조용해졌어.
누군가가 내 바로 위에 앉아있는데, 정확히 어느 부근에 있는지 알수가 없으니까 X 같았지.
그가 부스럭거리고 움직이는 소리가 아예 멎었어.
그 남자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어떻게든 내려갔을 거라고 생각했지.
앞으로 1~2분 동안, 그 사람의 소리가 더들리지 않으면, 조용하고 천천히 트럭을 몰아서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어.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
그러다가 고기썩는 냄새가 확 올라왔어.
주변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룸미러를 들여다 봤지.
그가 거기 있었어, 그 길고 혐오스러운 얼굴이 내 얼굴과 너무도 가까이 있었어.
내 바로 뒤에 말이야.
내 빌어먹을 트럭 안으로 반쯤 들어와 있던 거야.
어떻게 했는지 알 순 없었지만 조용히 뒷 창문을 열고 몸을 우겨넣고 있었어.
룸미러를 확인하는 X 같은 10초 동안, 그 새끼의 얼굴이 거의 내 어깨에 닿았어.
혀는 흔들거리고, 입냄새는 존나 썩은내가 났어.
그의 다리는 여전히 트럭 천장 위에 있었는데, 그렇다는 건 상체는 상상도 못할 방식으로 비틀려있었다는 얘기지.
우리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그 남자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다가 걸린 사람 처럼 움직임을 멈췄어.
입은 상당히 과장된 모양으로 "오"하고 있었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는 다시 트럭 밖으로 기어나갔어.
표정은 광기어린 기쁨에 사로잡혀선 바뀌질 않았고, 숨소리를 색색거리면서 낄낄댔어.
난 그가 트럭을 거의 다 빠져나갈 때 쯤 얼른 고개를 돌려서 뒤를 봤어.
아마 X발 당장 꺼지라고 소리치려고 그랬나봐.
솔직히 왜 그랬는지 기억은 안 나.
그 남자는 트럭 뒤로 스물스물 기어내려가서 웅크리고, 내가 자길 못볼거라는 듯이 킬킬거렸어.
그가 무슨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어 하는게 분명했어.
난 그 남자한테 얼른 썩 꺼지라고 소리질렀지.
내 글러브 박스에 있지도 않은 총으로 당신을 쏴버리겠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그제서야 그 남자는 트럭 밖으로 도망갔어.
그리곤 길 한가운데에서 허리를 쭉 펴고 일어섰어.
X 같은 새끼 키가 한 210cm는 돼보였어, 내 기억이 과장된 걸수도 있지만.
무슨 이상하게 꼬여서 자란 나무처럼 가만히 서서, 길다란 팔을 들고 길다란 손가락으로 내 앞을 가리켰어.
길 저편을 말야.
“왼 편 마지막 집,” 그가 꺽꺽거리면서 말했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나면서.
“그리고 아침이 밝을 때까지.”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어.
이젠 뭔가 두려워하는 것 같았어.
난 그가 무슨 공포영화 70선을 생각하는건지 빌어쳐먹을 피터팬을 생각하는건지 알 수가 없었어.
그는 계속 내 차 앞쪽을 가리키면서 군인처럼 뒷걸음질 쳤어.
그리고 재빠르게 좌향좌를 틀더니 길 옆으로 사라졌어.
어두운 숲속으로.
그 남자의 악취는 계속 내 차 안에 남아있었어.
구역질을 참아가면서 창문을 열고 운전을 시작했지.
난 어쨌든 그 전에는 거기 있지도 않았던 미스터리한 그 길을 따라 몇 시간을 더 운전했어.
그 몇 시간 동안 계속 같은 구간만 있는 것 같았어.
내 트럭에 있는 시계만 시간이 지나고 있다는 걸 알려 줄 뿐이었어.
난 계속 방향을 틀어보기도 하고, 후진해보기도 하고, 별 X랄을 다 해봤어.
근데 곧은 직선도로랑 어두운 숲 말고는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어.
커브나 언덕조차 없었지.
그 러다가 어느순간부터 짜증이 나서 그냥 길을 벗어나 가파르고 울퉁불퉁한 능선을 따라서 오른쪽으로 차를 꺾었어.
그러자 한 순간에 어둠이 닥쳐왔어.
앞 유리에 블라인드가 쳐지듯이.
아니면 내 눈이 지 멋대로 감겼거나 내가 장님이 된 듯이.
내 눈앞에 핸들을 잡은 내 손조차도 보이질 않았어, 내 뒤의 길도 보이지 않았고.
달도 없고, 별도 없었어.
그저 내 트럭 대쉬보드에 있는 시계의 야광 녹색 빛만 어슴푸레 빛났지.
근데 그 빛 마저도 시계 주변으로는 밝히질 못했어.
무슨 어둠이라는 것이 살아있는 생물이라서 광자를 몽땅 잡아먹고 사는 듯 했어.
그래도 난 계속 그 어둠속에서 가파른 비탈길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운전해 내려갔어...
그러니까 점점 어둠이 물러나고 시야가 밝혀지기 시작했어.
마치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소의 밤처럼.
그리고 앞을 보니 아까의 그 빌어처먹을 X 같은 직선도로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 있었어.
잠깐 동안은, 한 새벽 3시쯤까지는, 존나 내가 귀신에 홀려서 무슨 무한루프 지옥에 빠진 줄 알았어.
울음음 터트리고 비명을 질렀어.
또 미친 사람처럼 웃어제꼈어.
그렇게 밤이 지나갔지.
내 가 그 무간지옥에 빠진지 한 8~9시간 쯤 지났을 때, 해가 나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난 내가 익숙한 숲길에 있다는 걸 깨달았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난 우리 마을 바로 옆에 있던거야.
마지막 건물이 서 있고, 산 속으로 길이 뻗어있는 곳에.
난 그 곳을 굉장히 잘 알아 - 언덕이랑 숲 속 길도 존나 X발 잘 안다고 -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그 곳에 있을 수가 없었어.
불가능한 일이었어.
말 그대로 불.가.능.했단 말이야.
근데 어쨌든 난 거기에 있었어.
숲의 끝에.
나무들 너머로 마을이 보였어, 해가 뜨면서 천천히 깨어나는 우리 마을이.
난 다리 너머의 울창한 숲 속에서 반쯤 마른 개울의 졸졸거리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어.
그 리고 그 곳엔, 길 왼편엔, 그 컬트 집단의 교회가 있었어.
거기에 교회가 있는 건 알고 있었지.
일반적으론 '헤이븐', 공식적으로는 '주님의 빛 교회'라고 불리던 곳이야.
이제 겨우 밝아지기 시작하는 오전 6시에, 그곳은 어둡고 공허했어.
그리고 내 집과 침대를 그리며 그곳을 지나갈 때, 내 트럭은 교회의 빨간 양문 앞에서 멈추고 시동이 꺼져버렸어.
난 겨우 그 밤이 보내고 나니까, 그런 사인을 알아볼 수 있게 됐어.
멍청하게 생각하면 안 됐던 거야.
'눈'은 나한테 특별히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악몽과 같은 고문을 하면서 내가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해왔던 거야.
내가 헤이븐으로 쳐들어가서 내가 찾아야 할 사실을 찾아내는 것을.
그래서 난 따랐어.
그 이후의 모험에 관한 내용은 다음 시간에 풀어놓을게.
많은 모험 중에 첫번째 모험이었지만.
이번 글도 충분히 길어졌다고 보거든.
참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재밌는 점은, 이 긴 글을 쓰면서 내가 아직 좇지 않았던 몇가지 목표가 생각났다는 거야.
아마 거기에 뭔가 새로운 사실이 있지 않을까.
나중에 글을 또 올릴 수 있을 때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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