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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스포주의] 아가씨에 대한 리뷰
게시물ID : movie_58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유어른유
추천 : 8
조회수 : 10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5 19: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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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박찬욱은 내게 단도를 들고 다가왔다. 나는 피식 웃고말았다. 겨우 단도? 그러나 내 발치 앞까지 다가왔을 때 그가 뒤에서 스윽하고 꺼낸 것은 '묠니르'였다. 나는 그 영화를 보고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갔다 돌아와야했다.

파괴적이고 유쾌하고 놀라우며 어디로 튈지 가늠할 수 없는 영화였다. 반전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꽤나 익숙한 로맨스같으면서도 나를 상상하지 못하게 했다. 어쩌면 나의 식견이 짧은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왠지모를 통쾌함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는 많은 것을 반성해야했다. 원작 '핑거스미스'를 보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감히 영화를 보며 어줍잖은 예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을 안할 수가 없게 만들기에 또한 그 예상을 부수어주었기에 나는 이번 영화가 맘에 들었다.


<영화를 안봤다면 발걸음을 물리도록하자.>


영화 보기전에 동성애코드가 있다는 것은 들었었지만 그냥 장치로만 사용된 것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엔 그냥 동성애코드가 아닌 사람과 사람에 의한 사랑 그 자체였다. 이성이고 동성이고 왜 따져야하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랑이 흐를 수 있는 것이 사람 아닌가? 라는 생각을 들게했다. 그리고 상당히 로맨틱했다. 살짝 추운날 뜨거운 커피위에 얹어진 초코가루를 살살 뿌린 생크림을 한 입 무는듯한 감동이있었다. 

왜 여자와 여자의 사랑을 보면서 나는 사랑을 느꼈고 감동을 받은 것일까? 내가 게이라도 되는 걸까? 미안하지만 나는 게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 영상에서 숙희와 히데코 사이의 시선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면 사랑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가까워진 그들의 거리에서 숨소리는 치명적이었고 시선은 살인이라도날듯한 매력이었다. 서로의 몸에 닿는 손길은 그 무엇보다 부드러웠고 사랑하는 이를 쓰다듬는 선이었고 행동이었다. 히데코가 숙희의 뺨을 때리는 장면은 격정적인 사랑의 분노, 자신을 밀어내는 숙희, 거짓을 고하는 숙희를 사랑하기에 참지못하고 나아간 자신을 향한 채찍이었다.

결국 그들은 각자 처한 구렁텅이에서 그들이 느끼는 사랑 때문에 그들을 구원한다. 뭐 그 후의 이야기야 뭐....

그리고 이 사랑에는 당시의 조선과 일본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당시 조선은 일제가 강점하는 상황이었고, 그 한반도 안에는 투쟁,배신,욕망,무관심등이 한데 엉켜서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아니 그 광기자체는 제국주의에 들어간 일제의 폭주와 광기의 여파였다고 할 수 있다.

친일파들은 온갖 미사여구를 붙여가며 일본에 대한 아름다움을 말했지만, 여기서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은 결국 추악함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귀족들, 친일파, 일본 귀족이 되고자하는 밑바닥 사기꾼 역시 그 추악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몸에 오물을 뒤집어 같은 모습이 되기를 갈망한다. 조진웅이 연기한 히데코의 이모부는 그 친일파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 같았다. 그들의 아름다움이란 인간의 본능만을 쫓다 추악해져버린 욕망이었고, 그들은 그것을 잔뜩 포장하여 예술이었고 삶의 작은 낙으로 여겼다.

사실 전쟁과 수 천년 이어져 내려오는 남자들의 세계, 남자들만의 욕망이 가득한 세계에서 여자들은 부속품 조악한 노리개일 뿐이었다. 물론 일부는 그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해온 사람도 있고, 그 세계의 남자임에도 동등한 대우를 해준 남자가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당시의 세계에서 여자의 사회적 지위는 흑인 바로 위 였다. 동양으로 좁힌다면 양반 계급의 끄트머리, 노비계급의 끄트머리... 끄트머리에 존재했다. 모계사회의 영향이 남아있던 시대가 있었지만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히고 물욕과 재물에 취한 근대 초의 세계는 여자의 자리는 남아있기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의 남자여도 일제에게는 부속품과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는데, 여자는 오죽했을까? 그리고 일본 여자도 사실 무사들의 세계였던 일본 사회에서 지금까지도 그 사회적 지위가 낮은 것을 보면 말할 것도 없다. (예능에서도 수위가 높은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세계의 정점을 달리던 제국주의 국가인 일본의 문화란 사치에 사치를 달리고 극에 달하는 쾌락을 향해 갔을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히데코를 가둬둔 추악한 욕망의 세계가 그려졌을 것이다. 그런 일본 문화를 동경한 친일파나 사기꾼은 그 가녀린 일본 여인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 것인지, 조선인 하녀 숙희를 어찌 씹다 버릴 것인지에 몰두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약하고 순진하다고 생각했기에 그 시대의 권력자들을 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기꾼에게는 사기꾼은 할 수 없는 진짜 사랑이라는 변수가 있었고, 이모부에게는 자신의 순진한 새끼새가 괴물 뺨치게 영악할 줄은 생각도 못했으리라. 결국 그 변수들로 인해 숙희와 히데코라는 연인은 탈출할 수 있었다. 

너무 멀리나가는 느낌이지만, 사기꾼은 조선인이 아닌 일본인이었고, 히데코는 일본인이 아니라 조선인이었다. 몰락해버린 조선의 조선인 하녀와 사치의 끝에서 희롱당하던 일본인 귀족 히데코는 서로의 바닥을 보고 비웃음과 이용가치를 본 것이 아니라 동질감과 사랑을 느꼈고, 일본인이 되려는 조선인, 아니 사실상 일본인인 이모부와 사기꾼의 시선에서는 그것을 간파할 힘도 능력도 없었다. 결국 여기서 말하는 일본인이란 단순히 일본인이 아니라 욕망에 묻혀서 사람을 보지 못한자들이고 조선인이란 욕망이 뒤섞인 욕망천지의 세계에서도 사람을 볼 수 있던 사람들인 것이다.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욕망을 위해 사는 사람과 욕망에 이용당하던 사람의 시점과 감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쓰고보니 나 자신도 정신이 없어 무슨말인지 헷갈린다. 그만큼 많은 생각과 어려움을 준 영화인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나에게 유쾌통쾌함을 주고 로맨틱한 달콤함과 더러운 잔인함을 느끼게 해줘서 정말로 고마운 영화이다.


형편없는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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