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사 열전
이의민 조
이의민이, 자신을 믿고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약속하니 그 사람은 고을로 들어가 사람들과, “장순석 일당은 지금 왕이 보낸 자가 아니니 죽인들 우리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이다.”라고 의논한 후 밤에 군사를 동원해 포위 공격해서 백명을 죽였다. 그 머리를 잘라 길 좌우에 늘어놓고 이의민을 기다렸다. 의종을 객사 깊은 곳에 가두고 사람을 시켜 감시하게 했다. 곧이어 인도를 받아 성으로 들어온 이의민은 곤원사(坤元寺)의 북쪽 연못가로 의종을 끌어내어 술 몇 잔을 올렸다. 그리고는, 그의 척추를 꺾어 버렸는데 손놀림에 따라 지르는 비명소리를 들으며 껄껄 웃기까지 했다.
박존위가 의종의 시체를 이불에 싸서는 가마솥 두 개와 함께 연못 가운데로 던져 넣었다.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크게 일면서 모래먼지가 마구 일어나므로 사람들이 모두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 절의 승려 중에 헤엄 잘 치는 자가 가마솥을 건져내고 시신은 버렸다. 시신이 여러 날 동안 물가로 떠올라 있어도 물고기나 새들이 뜯어먹지 않았다.
義旼曰, “我在, 勿憂.” 其人遂入州, 謀諸衆曰, “純錫輩, 非今王所遣, 殺之何害?” 夜以兵圍而攻之, 斬數百人. 列其首於路之左右, 以待義旼, 幽毅宗于客舍, 使人守之. 乃引義旼等入城, 出毅宗至坤元寺北淵上, 獻酒數盃, 義旼拉脊骨, 應手有聲, 便大笑.
存威裹以褥, 合兩釜, 投之淵中, 忽旋風大起, 塵沙飛揚, 人皆呼噪而散. 寺僧有善泅者, 取釜棄屍, 屍出水涘有日, 魚鼈烏鳶不敢傷.
범행 묘사가 ㅎㄷㄷ 한데, 하나씩 풀어봄
* 獻 헌납하다 헌, 酒 술 주, 數 여러 번 盃 술 잔
(의종을 만나서 이의민이) 술을 여러번 헌납했다 -> 시해 전에 작정하고 술 먹인 듯
* 義旼 이의민, 拉 납치하다 납, 脊骨 등뼈
네이버 한자 사전에는 拉은 '꺽다'의 의미도 있는데, 위키 중영 사전에는 pull, push의 의미만 있음
이 글자는 '납치하다'의 의미로 강제로 끌어당겼다, 낚아채다 정도로 보는게 맞을거 같음
따라서, 이의민이 의종의 등뼈를 끌어당겼다, 낚아챘다 정도의 의미로 파악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 應 응하다 반응하다 응, 手 손 수, 有聲, 소리가 있다, 소리를 질렀다
일부러 손을 쓰다 應手 를 앞에 적고 有聲 을 뒤에다 적은 것은 이 행위가 1번에 끝나지 않음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손에 반응하며, (따라서) 소리가 있었다
즉, 이의민이 의종의 등뼈를 낚아채며 여러차례 힘을 주었고, 의종은 이의민에 손에 반응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 便 (문장 앞에서 부사역할) 갑자기 문득, 大笑 크게 웃었다
이의민은 이를 보고 갑자기 크게 웃었다
그 전에 백여 명의 머리를 잘라다 길거리에 진열해 놓는 포악한 자들입니다
처음부터 살해를 목적으로 했으면, 무기를 사용하면 될껄 왜 저렇게 술까지 먹이고 작정하고 손으로 시해를 했을까
아마도 임금의 신체는 함부로 훼손하여서는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 그렇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딱히 근거는 없)
땅에 묻지 않고 물 속 깊은데 빠뜨린 것은 세상에 영영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함 입니다
절의 중은 재물을 탐할 목적으로 가마솥을 꺼낸 것이 아니라, 임금의 시신을 감히 어쩌지 못해서
가마솥만 분리하여 시신을 떠오르게 한 소심한 대응을 한 것은 아닌지?
이 당시 몽골 초원에서 귀족은 칼 등의 무기로 땅에 피를 흘리지 않게 하고 가능한 온전한 모습으로 사형시켰다고 하는데,
그 방법이 등뼈를 부러뜨리는 것이더군요
징기스칸의 라이벌 자무카가 이런 방식으로 사형 당합니다 (1206년)
이의민의 고려 의종 시해는 1173년
이의민이 의종의 등뼈를 부러뜨려 시해하였는데
이는 당시 초원에서 성행했던 사형법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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