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어쩌다보니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핵심 스탭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40여일 간의 고생과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겐 제 경험이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7~8개의 글로 나누어서 연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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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 밤부터 비가 내렸다. 오늘은 짐을 나르는 날인데.
아침, 나와 알바 2명이 박스와 마대자루, 8개씩 묶은 바디를 1층으로 날랐다. 3.5톤 용달차에 실었다.
짐을 나르는데 시간을 많이 써서, 일정보다 늦게 수원에 도착했다. 문화재단 건물에 딸려 있는 호스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차의 물건을 문화재단 지하 갤러리로 날랐다.
신재환님. 상상마당 16기. 가구 주문제작 스튜디오 우드캐비닛을 운영하신다. 축제 기간 동안 보조강사로 함께 일했다.
기둥에 밑판과 고정용 삼각부속을 연결하는 작업을 함께 했다. 밑판의 가운데에 기둥을 위치시키려면 우선 가로 세로 중점에 선을 그어 표시를 해야 한다. 나같으면 자로 재서 점을 찍어서 선을 그었을텐데, 그는 짜투리 나무에 포맥스를 순간접착제로 붙여서 자를 만들어서 썼다.
뿐만 아니라 드릴링 위치를 표시하는 자 또한, 마가렛트 과자상자를 잘라서 만들어서 썼다. 작업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뛰어난 기술자와 함께 일하는 즐거움.
즐거움은 오래 가지 못했다. 갤러리에는 나무 부속과 스티커가 짝을 구성하기 위해 줄지어 널려 있었는데, 스티커를 선 따라 자르는 작업이 오늘 내로 끝마쳐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일 수업 분량 60개를 완성하도록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나는 우선 스티커 더미에서, 바디타입 1에 해당하는 스티커만을 분류해서 우선 작업해달라고 요청했다. 스티커는 고등학생 봉사자들이 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했으니, 모두 손에 물집이 잡혔을거다.
이후, 나무조각과 스티커의 수량을 확인하여 종이가방에 넣고 종이가방에는 코드번호를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
바디타입 1에 해당하는 나무, 스티커가 넓은 갤러리 전체에 흩어져 있어서, 찾는게 일이었다. 코드 번호 순서대로 배열해 두었으면 훨씬 빨랐을텐데. 내가 작업의 초기때부터 관여하지 못해서 배열을 관리하지 못했다.
코드번호는 'P001-001' 이라는 식으로 구성되는데, 앞의 P001은 해당 그림이 있는 반차도 서류 페이지 번호, 뒤의 001은 순번이다. 따라서, 2번 페이지에서 가져온 그림이 없다면, P002는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작업자에게 혼란을 가져온다. 내 손에 P003이 들렸을 때, 앞에 P001, P002가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알 수 없고, 그렇다면 공간 내에 부속을 배치할 때 어떤 간격을 두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봉사자에게는 320개의 코드 번호가 공유되지 않았다.
또한, 수업을 바디타입별로 할 것을 미리 예상해서, 애초에 코드 번호 속에 바디타입에 대한 정보를 넣었어야 했다.
T001-002 이런식으로, 코드만 보고도 타입을 알 수 있도록 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작업을 지시할 때도 '코드가 T001로 시작하는 모든 종이상자를 왼쪽으로 옮겨주세요', 'T001의 001부터 025까지를 우선 확인 해주세요'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을텐데.
첫 수업 준비 완료.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문화재단에서 나올 수 있었다. 작가님의 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 갔다. 작업실의 컴퓨터를 사용해야 해서, 작업실에서 내렸다.
가는 내내 비가 왔다. 나는 꾸벅 꾸벅 졸았다. 작업실에 내리니 밤 10시가 넘어 있었다. 가서 바디타입별 목록을 4부 인쇄하고 가방에 넣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