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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題噺] 10월 5일자 세 편의 산다이바나시
게시물ID : animation_1222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ktavia♪
추천 : 0
조회수 : 541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3/10/05 21:09:34
산다이바나시 (三題噺) 란?
세개의 제시어를 받아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짧은 이야기입니다. 

사실 제 글 같은걸 편이란 단위로 세는건 뭐랄까, 좀 자신감이 과한걸지도 모르겠어요!
논술시험 보러 가기전에 하나, 보고와서 하나, 그리고 지금 하나 썼답니다. 

1. 땅콩버터, 오징어, 냉장고 

소년은 생각했다. 

 자신의 식성은, 그다지 이상할게 없는데도 주변의 녀석들은 왜 이렇게 소란인지.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식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니까, 보통이잖아. 밥 대신 말린 오징어, 간식 대신 땅콩 버터. 음료 대신 과일 젤리.'

 소년의 생각으로는, 굳이 밥에 몇 가지 찬을 곁들이는 식사야말로 쓸데없이 요란스럽고 비 경제적인 행위라고, 그렇게 생각하고있다.

 '맛도 좋잖아, 오징어. 그리고 땅콩 버터. 단백질도 지방도 확실하게 섭취할 수 있고. 그리고 과일 맛 젤리의 비타민이라던가.'

 그 뒤로도 이어지는 갖가지 생각을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소년이 걷고 있는 곳은 동네의 대형 마트. 그 중에서도 수산물 코너. 그리고 건어물 냉장고의 앞.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 떨어진 말린 오징어를 보충하기 위해 온 것이지.

 "오, 럭키─ 마침 딱 다섯마리 남았네."

 한 끼에 말린 오징어를 한 마리 다 먹는건 꽤 배부른 일이다. 다섯 마리면 적어도, 일 주일 정도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냉장고 안의 오징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손이 닿는다. 말린 오징어 포장과, 다른 사람의 손에.

 말하자면 겨울 나무처럼 깡마른 손이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그의 손에 닿아있다.

 "아…"

 손의 주인은, 소년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소녀였다. 소녀는 탄식과도 비슷한 한숨을 작게 내쉰다.

 '어라, 오징어…사려는건가.' 

 소년이 바라본 소녀는, 애처로운 눈길로 어쩐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있었다. 

 '이걸 어쩐다…'

 남은 오징어는 꼭 다섯마리, 말하자면 양보는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마리라도 덜 산다면 필시 다른 곳으로 가서 수산물 코너를 배회하게 되겠지. 게다가 그건, 꽤나 귀찮은 일이다. 

 '그렇지만…'

 소녀는 이제, 어딘지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있었다.

 "어쩔 수 없지……"

 소년은 작게 중얼거리고는, 오징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꺼내든다.

 이 미터 가까운, 위턱이 날카롭게 벼려져있는 돛새치를─

 "여기에선 역시, 진검승부 외엔 답이 없지. Winner takes all. 승자가 모든걸 가져가는거야."

 소녀는 말이 없다. 하지만, 물러날 생각은 없는 듯 얼린 가자미 두 마리를 손에 쥔다.

 '쌍수어(雙手魚)…! 이거, 오랜만에 꽤 신선한 상대를 만났는걸.'

 소년의 몸을, 긴장감이 옭아맨다. 한껏 고조되어지는 감각. 

 "자, 그럼 승부를 내보자고."

 한 마리의 돛새치와, 두 마리의 가자미가 격돌한다─!


아무 생각 없이 썼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고있습니다.



2. 푸딩, 소녀, 설탕

몰랑거리는 젤라틴.

우유에 설탕을 섞고, 따뜻이 데우고.

젤라틴과 설탕이 스며든 우유를 조심스레 그릇에 옮겨담아.

처음 만들어본 푸딩.

소녀가 그 아이를 생각하며 만든 푸딩은, 너무나도 달았어.

어쩐지, 설탕은 아무리 넣어도 부족할 것 같았으니까.


짧네요. 소녀의 소년을 향한 마음은 그렇게나 달콤한걸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알아요 ㅅㅂ...




3. 오유에서 받은 키워드입니다. 연애, 그대로, 건포도

너의 얼굴을 바라보고, 처음으로 너의 손을 잡고. 그 때의 너는, 마치 제철 과일같은 상큼한 맛이 났었다고 생각해.

 포도같은 싱그러움이었어. 물기를 머금은 껍질 속에 감춘 부끄러움. 

 그렇게 흐르는 시간과, 그대로 내 곁에 남은 너.

 마주보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흘러가는 계절과 함께 무디어지는 감정.

 처음의 설레임과 두근거림은 잦아들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일상감과도 같은 감각.

 '우리, 아직도 사랑하고 있는걸까?' 라는 질문에 전하는, 나의 짧은 대답.

 상큼함도 싱그러움도 남지 않은 너. 서로의 치부조차 터부시하지 않는 우리의 관계.

 그렇다면 시들어 버린걸까?

 아니, 그건 그렇지 않겠지.

 잘 익은 포도알 같았던 그때의 너는, 지금에 와서는 조그마한 건포도와 같다고 나는 생각해.

 몽롱한 나를 깨우는 새큼함은 없어지고 남은 것은 쌉싸래한 단 맛.

 금새 사라지지 않고, 입안에 남아 여운을 남기며 맴돌아. 

 건포도는, 떨어져서 쉽게 곪아버리는 포도와는 달라.

 아직 내 옆에 남아있는 너, 네 옆에 남아있고 싶은 나.

 포도와는 다른 건포도처럼, 금새 불타버리는 화톳불이 아닌 화롯불처럼. 그렇게 그대로 내 곁에 남아있을 너. 

 분명 우리는, 아직 사랑하고있다고 생각해.  


키워드를 제공해주신 칠2콩까르네, 파란빛달, 라실리아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저에게 전혀 해당되는 바가 없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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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키워드 마구마구 받아볼게요. 저번엔 키워드가 네개뿐이라 고르기 쉬웠는데, 과연 고르기 힘든 날이 올까요?


아, 그래도 애니메이션 게시판(이라 쓰고 서브컬쳐 게시판이라 읽는다)니까, 이야기에 맞는 그림이라도 하나씩 손그림으로 그려서 올려볼까봐요.

역시 못쓰는 글쟁이, 못부르는 노래쟁이, 못그리는 그림쟁이를 표방하는 나 답네요.

달달한 글을 못쓰겠어서, 조금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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