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은 좆목질...이라는 글을 읽고
점하나 찍고 17억 받은 작품은 사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우환 작가의 조용에 대해 변명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실제로 보는 것과 컴퓨터 화면의 코딱지만한 이미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입니다.
여러분은 텅빈 화면에 점 찍고, 에서 뭘 상상하셨나요.
혹시 스케치북이나 A4용지에 마커펜으로 점 하나 달랑 찍은 그림을 상상하지 않으셨나요?
실제로, 위의 그림도 그렇게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여러분, 저 작품의 사이즈가 보이세요? 작가의 크기와 비교해서도 사뭇 큰 크기,
어림잡아 가로 세로 2m는 족히 되보이는 사이즈입니다.
인고와 번뇌, 저 말은 작가를 조롱하기 위한 말이 분명해 보입니다만.
실제 저 작품의 제작기간은 구상하는 시간을 제외한 순수한 작업시간만 따져도 세 달이 넘게 걸렸다고 합니다.
겨우 종이에 점 하나 찍은 그림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작가는 캔버스 천을 몇십번씩이나 하얀 물감에 담그고 말리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그 과정에서 캔버스는 단순한 도화지가 아니라 특유의 재질감과 두께를 가진 그 자체로의 형태가 되죠.
실제로 보면 가로세로 2m가 넘는 거대한 하얀 면은 마치 조각같습니다.
텅 빈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텍스쳐를 지닌 조각 말이죠.
그리고 미술관의 하얀 벽과 연장되어 공간과 연결되는 흰색은 압도적입니다.
이건 그들만의 리그고 뭐고가 아닙니다. 거대한 조각품을 볼 때의 압도적인 감각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같이갔던 미술지식이 없는 친구도 회화가 아닌, 조각이나 현대건축을 보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점의 위치를 우리가 중학교때도 배우는 통일, 균형, 비례를 작가 개인의 입장에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점이 꽂힙니다.
물론 인터넷 상의 그림과 현대미술에 대한 오해를 생각하면 위 그림은 하찮아보일 수 있습니다만.
회화란 원래 직접 보지 않고는 모르는겁니다.
백보 양보해서, 대중이 감동하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이해할 수 없다, 뭐 어떻다,' 하는 말은 적어도 회화의 세계에선 어불성설인 겁니다.
그건 거의 싸구려 녹음 테이프와 락 콘서트와의 간극만큼 넓죠.
그러니까 현대미술을 이해하지 못하시겠다는 분들
직접 경험해주세요!
물론 현대미술이 부패한 면이 있고, 부자들의 부자랑이 되어버린 현실도 많습니다만.
현대미술은 나름대로의 방향을 통해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쁘고 감동적인 그림이 일러스트라는 다른 장르로 구분되어버린 지금.
순수미술은 철학서와 동일한 위치선상에 있습니다.
니체니 괴테니 하는 어려운 철학서들이 한번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 의미까지 좆목질의 가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순수미술은 직접 보고, 그 의도와 철학을 논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어렵더라고 이해해주고 관심을 가져주세요.
ps. 예술적인 사족.
현대미술에서 캔버스 면을 벗어난 작가의 직접적인 행동, Action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이 의미를 가지듯,
그저 흰 화면을 몇 번이나 쌓아올리고 거기에 오직 유일하게 의도된 점을 하나 찍는 저 방식역시 작가 고유의 액션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