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6년이 지났다. 하늘에서 내려온듯한 이쁜 4살 딸과 능숙한 아줌마가 다되어가는 아내.. 이렇게 두 여자와 동거를 하고 있다.
내가 사는곳은 회사의 사택이다. 아이 엄마들의 정보력은 회사공지보다 빠를 정도로 신속하고 이번 달 누구집이 뭘 샀는지도 훤히 알정도로 자세하다. 이런 환경에서 난 불행이도 무뚝뚝한 남편이다.
누구집 아빠는 새벽까지 일하고도 아침에 아이 어린이집 데려다준다더라... 부터, 누구집 아빠는 휴일에 마누라 늦잠자라고 아침 일찍 애 데리고 산책갔다더라... 하는 이야기 까지.. 쉴새없이 날 몰아부쳤다.
하필이면 사택에서 가장 자상하다는 남편 두 명이 다 우리팀 사람이다. 난 늘 비교당하면 당하는 입장이었다.
오해할까봐 변명하자면.. 난 퇴근하고 아이 목욕시키고 같이 놀아주고.. 휴일에 가족과 나들이도 가고...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문득 당할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6개월전즘..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목걸이가 가지고 싶단 말을 했었다. 그 때부터 본격적이로 야근.특근 을 법이 허용하는한 최대치로 일했고 용돈도 한달 10만원인데 7만원 이상씩 모았다.
그리고 드디어 6월달... 6월 중순경 결혼기념일을 노렸다.. 이 날.. 어마어마한 이벤트와 선물로.. 그간 자상함으로 날 괴롭혔던 사택의 아빠들에게 복수하리라.. 다짐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엔 이미 선물을 구입했다. 3년간 아무 생각없이 모았던 용돈.. 야근.특근비 6개월치.. 이 모든걸 모아... 약 400만원에 가까운 귀금속을 샀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짰다.
6년전 결혼할 당시 난 프로포즈를 안했다. 이걸로 신혼초 한동안 서운해하던데.. 6년이 지나 뒤늦은 프로포즈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린 12월에 첫 만남이 있었지만 그 해 크리스마스는 바빠서 서로 선물도 없이 지나갔다. 그래서 지난 겨울 딸 아이가 만들어온 빨간 양말에 귀금속선물을 넣어두고 출근할것이다. 물론 딸의 선물도 함께...
아침이면 난 출근하고 없을테고.. 딸이 먼저 양말을 발견하겠지. 그리고 이어서 아내도 의아해하며 선물을 뜯어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