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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음식사진 한 장 (주절주절)
게시물ID : cook_1820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화룡.정
추천 : 15
조회수 : 85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10 01:24:44
IMG_2560.JPG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핸드폰에 저장된 음식사진을 보다 보면 
이 땐 어디서 누구랑 먹었고 그날 날씨가 어땠는데, 맛이 어땠지 등등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얽힌 추억이 함께 떠오르게 되잖아요. 

저에겐 이 사진이 그런 역할을 해요. 
냉장고에서 닭똥집을 꺼내는 것부터 중간 중간 요리하는 과정, 
부엌의 노란 등불과 어둠이 내려앉은 창 밖 풍경 등 
이 사진을 보면 야밤에 닭똥집을 해 먹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히 살아나요. 

한국을 떠나 얼마 안 되는 주급으로 근근이 생활하던 시절 
마트에 가면 가격표부터 확인하기 바빴던 처지에
500G 가까이 하는 중량에 $2도 안하던 닭똥집을 발견하고 나면 
아무리 다른 고기가 할인행사해도 눈에 들어오질 않더라구요.

큰 보울 꺼내놓고 닭똥집을 우르르 쏟아부은 다음 밀가루로 구석구석 씻고 
한 입 크기로 잘게 자른 후 키친타올에 올려 물기를 빼주었지요. 
화이트와인에 재워 잡냄새를 잡아주고 그 사이에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몽땅 꺼내어 잘랐지요.
말린 것이 아닌 생 타임과 로즈마리, 그 밖에도 찬장에 있는 허브를 꺼내 손 가는대로 뿌려놓고 오븐에 넣으면 
다 익을 즈음 허브 냄새가 향기롭게 집 안으로 퍼졌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꺼내어 행복을 맛보고 
결국 저 날은 앉은 자리에서 그 많은 닭똥집 한 팩을 몽땅 먹어버렸어요. 
배 터지게 먹어도 부담없는 가격에 가장 자주 해먹었던 닭똥집은 
저에겐 당시의 추억이 담긴 음식입니다. 

다들 그런 사진이나 추억이 있으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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