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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영] 피상 - 한태진
게시물ID : drama_456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밀덕덕
추천 : 17
조회수 : 1674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6/12 03: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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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한태진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어려웠다. 등장했을 때마다 임팩트는 있었지만 내면을 파악하기엔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거나 지나치게 정적이거나 별 의미없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인물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피상적이었달까. 그런데 사실 그게 그의 정체성인 듯 하다.
 
피상적인 인물. 한태진.
 
 
 
1. 보이는 대로의 세상.
 
 
누나라는 존재에 대해 남동생들이 내리는 평가 중 가장 유명한 말은 '고추 없는 형'일 것이다.
 
통 넓고 허름한 바지에 늘어난 목티, 쉴 새 없이 군것질을 하며 손에서 리모컨이 떨어지지 않는 말년 병장의 모습을 가정에서 구현하시는 양반들.
 
떡이 되고 부스스한 모습에 꼴 보기 싫다고 머리라도 감으라고 하면 긴 머리 감는 게 얼마나 귀찮고 힘든 줄 아냐며 오늘 나갈 일 없다고 화를 낸다. 물론 그냥 닥쳐 한 마디로 끝내는 분들도 있다.
 
수채구멍(하수구) 막히니까 좀 자르라고 하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떠오를 때까지 버텨야한다며 반 념 넘게 끝단 정리만 하기도 한다. 가끔 고데기로 웨이브를 주기도 하는데 개털이 따로 없다. 물론 입 밖으로 내면 내 머리가 개털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정네 못지 않은 폭식을 간간히 하기도 하는데 맵고 짜고 달고 절대 조화롭게 어울릴만한 메뉴가 아닌 것들을 산처럼 쌓아다가 한 입씩 먹고 좋아라하는 경우도 있다. 호기심에 같이 먹어보면 니 맛도 내 맛도 아니고 돈 낭비다.
 
팩 할 때 예능 틀어놨다가 목침으로 뒷통수를 맞기도 한다. 팩 하는데 웃긴 거 틀어놨다고 던진 것. 난 봐야겠으니 네가 방으로 들어가라고 하면 소리라도 듣겠단다. 그리곤 귀신이 흐느끼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내겠지. 신종셀프고문 그런 건가?
 
가끔 화장실에서 묘한 비린내가 나서 주변을 둘러보면 둘둘말린 정체불명의 하얀 물체가 있기도 하다. 기겁해서 치우라고 하면 깜박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검은 비닐 봉지에 넣어서 입구만 봉했을 뿐 제대로 치우지도 않는다.
 
친구 만나서 술 처먹고 돌아온 다음 날 눈을 부여잡고 짐승처럼 울어제끼는데 렌즈 빼고 자는 걸 깜박해서 눈에 붙었단다. 인공눈물 사러 쓰레빠 끌고 한 겨울 아침에 쫒겨나는 남동생의 뒷모습을 본 적 있는가.
 
다이어트라도 시작하면 그 날부터 집안은 수도원이 따로 없다. 다행인 것은 대부분 기간이 짧고 워낙 다양한 레파토리의 다이어트가 있기 때문에 가끔 신세계를 접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는 점? 물론 양배추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그 순간 집 안에 들어가기가 두려워진다. 자고 나면 내 머리 속까지 걸레빨은 물에 담갔다가 뺀 느낌이랄까.
 
다행히 다 커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이유는 직접 움직이기 귀찮기 때문이다. 에너지 효율이 별로라나 뭐라나.
 
가장 심각한 상황은 집에 화장실은 하나인데 누나가 두 명 이상인 집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다. 아마 전국에서 수기만 모아도 백과사전급은 나올 듯. 
 
다 떠나서 여동생이라면 뭐 다를 것 같은가? 다를 것 같다고? 풉.
 
 
아무리 봐도 이게 여자인지 남자인지 정상인지 미친 건지 헷갈리는데 골 때리는 건 사귀는 사람에게 '어디가 좋아요?'하고 물으면 '얼굴도 이쁘고 조신하고 착하다'란다. 미친....
 
눈이 삐거나 머리가 정상이 아닌 게 분명하지만 사실을 알려줄 수는 없다. 알려주면 그 날이 내년 기일이고 집에서 얼른 치우려면 누군가가 십자가를 매야하니까. 그저 숭고한 희생에 묵념할 뿐.
 
 
하여튼 그렇다. 사람은 그저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세상과 대상을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꼭 문제가 터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내면과 외면이 같은 경우가 별로 없으니까.
 
수많은 남녀들이 결혼 뒤에 속았다고 느끼듯이 연애와 결혼은 분명 다르고 데이트와 생활에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다. 결혼까지 하려면 필히 그 사람의 내면을 깊이 들여보아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태진은 아무리 봐도 결혼직전까지 갔던 여자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2. 피상적인 인간관계 - 한태진
 
 
한태진은 극중 진행상 현재로서는 온전한 피해자이다. 타인에 의해 사업이 망했고 사기죄로 구치소에 다녀왔으며 약혼녀를 잃기도 했다. 가장 불쌍한 피해자 포지션에 있지만 그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서해영에 관한 일에 대해서 만은 그 역시 가해자이기도 하다.
 
 
가장 큰 잘못을 따지자면 헤어질 때 너무 '짜게' 굴었다는 것이다. 정을 떼려고, 이유를 묻지 않고 헤어질 말로 했던 '밥 먹는 게 꼴보기 싫어졌다'는 말.
 
이유를 묻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원래의 목적을 120% 달성한 발언이지만 그의 행동이 지나치게 짜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냥 그 자리에서 백배사죄하고 이유를 묻지 말아달라고 하던가, 아니면 적어도 사실대로 말하던가 했었어야 했는데 너무 자기본위였달까.
 
 
가장 골 때리는 건 서해영이 자기 회사에서 제철밥상이라는 한식 레스토랑 아이디어를 내서 주도적으로 밀었을 정도로 '밥'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는 것에 있다. 자기가 제일 신경 쓰고 있는 분야이고 가장 자신있어 하는 분야인데 그거 먹는 거 꼴 보기 싫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
 
사실 처음 이별씬을 보았을 때 서해영이 그 자리에서 두 말 없이 일어서는 것을 보고 좀 의아했는데 나중에서야 이 여자가 술 먹고 돌아와서 맨 밥에 물 말아 김치 얹어 먹을 정도로 밥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좀 이해가 되드라.
 
아마 한태진은 아무 생각없이 웨이터에게 들은 말을 고대로 뱉은 것에 불과하겠지만 이 말은 곧 서해영이 하는 일에 대한 정보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는 반증에 불과하다.
 
결혼까지 약속한 여자인데 그 여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 꽂혀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그냥 내밷은 것.
 
 
한태진이 서해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은 이후에도 몇 번 등장하는데... 한태진이 서해영과 약속을 잡고 만나는 곳들이 전부 양식집이다. 서해영이 좋아하는 메뉴는 대부분 한식과 분식류이고 술도 소주와 맥주를 주로 먹지 와인을 마시는 경우가 별로 없다.
 
반면에 박도경은 '원래 이런 거 좋아하는 스타일 아니잖아요'라고 말하며 딴 데 가자고 서해영의 손목을 잡아 끌고 가기도 했다. 이 남자는 이 여자랑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식습관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것.
 
박도경이 파혼에 관한 진실을 고백하기 위해 서해영의 회사로 찾아갈 때에 서해영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꽃다발 같은 거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다. 자기는 그런 거 받고 좋아하는 여자들이 이해가 안 간다면서. 그런데 한태진은 다시 프로포즈하기 위해 꽃다발과 반지까지 준비해왔다.
 
 
가장 이상한 장면은 서해영이 직접 '내가 태진씨 앞에서 어떻게 밥을 먹어'라고 대놓고 말했는데도 또 식사 약속을 잡는다는 것이다. 아니, 뭐 차 마시면서 이야기하면 안 되나? 꼭 밥 먹으면서 이야기해야돼? 서양에서 밥 먹으며 비지니스 이야기하는 이런 것도 아니고 뭐하러 밥을 먹냐.
 
물론 한태진 입장에서 보자면 같이 밥을 먹으면서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은 잊어줘. 밥 먹는 거 이쁘니까'하고 말할 계획이었을 수도 있다. 근데 이거 별로 효과 없을 듯 하다. 생각없이 뱉은 말에 입은 상처가 너무 커서 말 한 마디로 천냥 빚 갚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남자들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수 있겠는데 여자들 뒤끝 긴 것은 반드시 유념해두어야 한다. 임신 초기에 뭐 먹고 싶다고 말한 거 안 들어줬다고 환갑 지나서도 혼내는 게 여자들이다. 한 번 책 잡히면 만회하기 쉽지 않다.
 
 
아무튼 한태진이 피상적인 혹은 외적인 면만 볼 뿐 내면까지 접근하려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는 그의 친구를 통해 또 한 번 드러난다. 한태진의 친구는 한태진을 얼굴마담으로 세워놓고 투자금들을 횡령하거나 대출을 받아 현금화한 뒤 도망가려고 했다.
 
자신이 친구라고 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어떤 엿을 먹이려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도 못했고 그 이후로도 알고 있지 못 한다. 자신이 입건될 때 어떻게 사기죄로 입건되었는지 내막이라도 좀 파악해보았다면 뭔가 이상한 구석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한태진이 자존심 때문에 서해영을 차버렸다는 거야 뭐 이미 다들 아실거고... 친엄마에게도 파혼의 정확한 사정을 말하지 않을 정도로 쪽팔린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는 것 또한 다 아실테니 이에 대해선 넘어가도록 하자.
 
사실 인종차별로 한국에 돌아왔다는 설정에 맞추어 역차별 혹은 내리갈굼이나 계층화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까 했는데 드라마 속에서 딱히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았던 고로 패스하겠다.
 
하여간에 한태진이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서해영에게도 마찬가지였다는 건 위에서 쭉 말했는데... 이거 과연 한태진만의 잘못이었을까?
 
 
 
3. 피상적인 공범 - 서해영
 
 
이 안쓰럽고 사랑스러운 여자주인공을 갑자기 수면 위로 끌어내는 것에 의아하실 수도 있는데...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한태진이 서해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게 과연 한태진만의 잘못일까, 아니면 서해영이 의도한 상황이었을까?
 
이전 리뷰에 서해영이 약화된 회피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우리가 드라마속에서 보고 있는 서해영의 모습과 한태진이 만나고 결혼 약속까지 했던 서해영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하나씩 살펴보자. 왜 한태진은 서해영을 만날 때마다 스테이크 써는 곳으로 약속을 잡았을까?
 
대다수의 커플들에게 식사 메뉴의 선택권을 가진 것은 여자가 대부분이다. 커플인 남자들이 가장 미칠 듯이 싫어하는 상황을 먼저 예로 들어보자.
 
남: "뭐 먹을래?"
여: "글쎄..."
남: "그럼 고기 먹을래?"
여: "아니. 기름 진 거 싫어."
남: "그럼 한식으로 할까?"
여: "그것도 별로."
남: "중식? 일식?"
여: "글쎄. 그냥 아무거나."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있을리가 없다. 도대체 이유도 모르겠고 뭘 원하는 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고 남자 마음대로 메뉴를 골랐다간 눈총 받기 쉽상이다. 솔직히 필자도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원인이 너무 많으니까.
 
여자가 그 날 입은 옷차림, 실제 음식 취향, 다양한 음식에 대한 욕구, 신체적 조건, 심지어 총 데이트 횟수까지 원인으로 꼽을만한 요건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그 때 그 때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지 일괄적으로 딱 떨어지는 해답을 꺼내기가 어렵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을 응용해서 써 먹는 방법도 있는데... 그러기 보단 차라리 '그럼 일단 입가심으로 가볍게 시작해볼까'하면서 디저트류로 방향 전환을 하는게 더 현명하다.
 
 
하여튼 이렇듯 대부분의 커플에게서 메뉴 선택권을 가진 것은 어지간히 자기 중심적인 남자가 아닌 이상 여성에게 있다. 그럼 여기서 한 번 생각해보자. 한태진은 왜 항상 스테이크 집이었을까. 상식적인 추론으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바로 서해영이 그런 곳에서 먹자고 했었을 테니까.
 
다시 말하건데 이 여자는 원래 한식, 중식, 하다못해 맨 밥에 물 말아서 김치 얹어 먹는 서민적인 식성의 여자다. 그런데 한태진을 만날 때는 고상한 척 내숭 떤 거지. 한태진이 1급수였으니 1급수에 어울리는 여자처럼 행동한 것이다.
 
 
촉이 좋은 사람들은 1화에서부터 눈치챘을텐데 한태진과 만날 때 서해영이 입고 있던 옷의 스타일은 이후에 입고 나온 옷들과 확연히 다르다. 박도경을 만날 때는 추리링부터 편안한 캐쥬얼류의 옷들을 입었는데 말이다. 또한 한태진이 구치소에 나오고 첫 만남 뒤 서해영이 했던 첫 투정은 '하필 오늘 머리도 안 감았는데!'였다.
 
한태진이 서해영이 하는 일에 대해서 제대로 모르는 이유도 아마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한식 레스토랑은 어디까지나 패밀리 레스토랑이고 1급수인 한태진에게는 그리 친숙하거나 그럴 듯하게 보일리가 없으니 그저 자기 회사와 직급에 대해서만 두루뭉실 알려주고 넘어갔을 것이다.
 
 
사실 가장 큰 증거는 서해영 본인의 독백에 있다.
 
 
"생각해보면 다줄 꺼야하며 원없이 사랑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3화에서 한강에 불법투기를 저지르고 자전거 타고 돌아오며 하는 서해영의 대사다. 
 
돌이켜보면 이 여자는 아무리 독한 말을 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말도 안 되는 핑계 한 방에 그대로 파혼을 받아들이고 나왔다. 진짜 사랑했던 사이라면 그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어쩌면 딱 그만큼의 사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했던 남자와 사랑보다 자존심이 더 중요했던 여자.
 
보이는 만큼만 보던 남자와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준 여자.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겠으나 서해영이 그 자리에서 그대로 일어났던 것에는 아마 자괴감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자신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여자였던 것인가하는 자괴감. 가뜩이나 자존감 낮은 여자인데 파혼까지 당했으니 아마 바닥을 쳤을 듯. 
 
이후의 '난 모자란 여자. 그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찾아간 걸까'라는 발언에서 드러나듯 서해영은 한태진과 어울리면서 늘 불안해 했을 것이다. 자신이 이 남자에게 어울리는 여자인지 늘 걱정하면서 그에 맞추어 행동했겠지.
 
또한 본래의 자신을 숨기고 속여가면서 한태진에 맞추어 행동할 때마다 언젠가 들키지 않을까, 어디까지 하면 될까하고 늘 마음 졸여왔을 것이다. '우리 어차피 오래 못 살았어'라는 그녀의 발언에 그 속내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지 않았을까 
 
 
하여튼 한태진이 서해영이란 여자의 진실한 내면을 보지 못한 것에는 서해영의 탓도 있었을 것이다. 내숭 떠는 여자야 어디에나 있는 것이고 단지 서해영은 그 내숭에 아주 고단수였을 뿐이다. 그리고 한태진은 타인의 내면을 바라보는데 인색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결혼을 해서 잘 살 수 있었을까. 글쎄... 그랬을 가능성은 별로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분명 삐거덕 거리기 쉬웠을 것이고 연애 권력이 한태진에게 주로 몰려 있는 이상 서해영은 그다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을 것 같지 않다.
 
아니 애초에 결혼도 못했겠지. 한태진의 사업이 망한 건 애당초 박도경의 개입 유무와는 관련이 없었으니까.
 
여담으로 이에 관련된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고 마무리해보도록 하자. 한태진의 사업을 망하게 한 주체가 장회장이라는 사실이 언제 밝혀질 것인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실 이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 가능하다. 한태진이 박도경을 대상으로 고소하면 끝이다.
 
박도경이 피해보상으로 돈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고소를 하면 먼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마련인데 결국 그러다 보면 장회장이 투자금을 회수한 시기가 알려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진상이 박도경측 변호인으로 사건을 수임하게 될텐데 서류 몇 개만 봐도 박도경이 장회장에게 부탁한 것은 실제 투자금이 회수된 이후의 일이므로 시기가 서로 맞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게 되어 박도경은 무고로 밝혀지게 될 것이다. 의도는 있었더라도 실행 불가능하고 사건이 이미 발생하였으므로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한태진의 분노는 방향을 잃고 아마 혼돈에 빠지게 되어 더욱 수렁속으로 밀려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게 더 위험하지만 말이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한태진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게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일 것이다.
 
아무튼 이후에 기회와 체력과 능력과 시간이 된다면 박도경과 서해영이 그들의 만남이후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리고 이전의 성격들은 어떻게 버릇처럼 남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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