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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 03] 그와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게시물ID : readers_254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강지강이
추천 : 1
조회수 : 2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12 21: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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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소개 내용 : “아저씨, 우리 혹시 만난 적 있어요?”

9

낯익은 손님이 가게에 방문했어요.

“카레 덮밥 주세요.”

“아? 오늘은 김치볶음밥은 안 시키시네요?”

“아…….”

는 속내를 들켰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습니다. 그런 변화를 감지한 듯 서둘러 말을 이었지요. ‘오늘은 카레가 먹고 싶어서…….’ 라고 말을 흐린 후에 불안한 시선으로 가게 내부를 훑고 있었어요.

저는 다시 한 번 에게 궁금한 듯이 물었어요.

“보통 매일 김치볶음밥을 시키시잖아요. 오늘은 카레라니까 이상해서 물어봤어요.”

포장한 도시락을 건네주면서 짓궂은 농담을 곁들였어요. 는 제 농담을 예상한 듯 희미한 미소를 띠며 건네주는 것을 받아들었지요.

그러나 단호하게 문밖을 나가던 때와는 달리 조금 머뭇거리는 행동을 했습니다. ‘수저를 안 드렸나?’라고 의 행동을 보며 제가 빠뜨린 역할에 대해 되뇌고 있을 때 갑작스레 웬 쪽지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에?”

놀란 나머지 입안에서 미처 형성되지 않은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읽어보시고 고려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제야 전과 같은 의 모습으로 되돌아가 성큼성큼 문밖으로 나가더니 항상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골목으로 들어갔어요.

이 급작스러운 상황이 완벽히 은밀하게 펼쳐졌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주위를 돌아보니 사장님은 도시락을 만드느라 주방에서 분주하셨고 식당에서 식사하는 손님들은 서로에게 말을 건네느라 저쪽을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였죠.

쪽지를 열어보았어요.

시간 되신다면 일이 끝나신 후에

남광장 앞, 카페에서 얘기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오후 아홉 시에 그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이런 일을 처음 겪어봤던 지라 쪽지를 읽고도 여러 번 다시 읽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다가 ‘왜 번호 하나 남기지 않았을까?’라고 투정부리기도 하고 왜 제게 만나자고 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보기도 했지요.

결국, 아무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시침은 아홉 시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결정을 해야만 했지요. 만날까, 말까. 가게를 나서자, 고민의 속박에서 벗어난 듯이 만나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왜냐하면 어디선가 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죠. 만약 이 제의를 거절한다면, 다음 날부터 를 볼 때 불쑥 불편함이 생길 것 같아서 그런 확신이 생겼던 것도 같아요.

남광장 앞에 위치한 카페는 유행에 따라 그동안 간판과 내부 인테리어만 바뀌었을 뿐, 위치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주인이 바뀌어도 그 자리는 카페의 상징이었다는 듯이 버젓이 다른 이름과 분위기의 카페로 변모하였을 뿐이었죠. 계속 변화해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에 내심 흐뭇해하곤 했었어요.

그러나 앞으로 올 어색한 상황에 그 안으로 들어가려는 제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해했던 카페의 모습은 돌 벽처럼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는 듯 했어요.

주춤, 손잡이 근처를 배회하다 마음을 굳게 먹고 확 당겼어요. 띵동- 하는 차임벨 소리에 일제히 방문한 손님을 쳐다보는 종업원들은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들어섬과 동시에 바쁘게 카페 안 사람들의 얼굴을 훔쳐보는 제 시선은 영화의 한 촬영 기법을 연상케 했지요.

그러다 어느 한 곳에 시선이 고정되었어요.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도 제 쪽을 바라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는 정중하게 고개 숙였어요. 저도 반사적으로 인사를 하려 고갯짓 하였지만 어색한 상황에 멈칫거리기를 반복했습니다. 이내 자리에 앉고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제가 만나자고 한 이유는…….”

저를 바라보는 의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눈동자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웠지만, 그나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고독’이었습니다. 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주문을 받고 음식을 주는 상황에서 손님보다 POS 단말기에 정신이 쏠리기 때문에요. 가 풍겨내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압도당한 저는 당황하고 말았어요.

“아저씨, 우리 혹시 만난 적 있어요?”

말을 하려던 가 흠칫 놀라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 미안해요. 제가 말을 끊었죠? 계속 말씀하세요.”

“맞아요. 저도 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어요. 기억하실지 모르시겠지만…….”

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어요. 부영역에서 어느 사람과의 충돌을 언급하였고 그 사람은 분명 저였다는 점을 상기시켜주었어요. 그래서 제가 일하는 곳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고 말을 덧붙였지요.

무겁게 다물었던 가 입을 열었어요.

“전 사람들이 죽는 날짜가 보입니다…….”

“아니, 이 아저씨가…….”

저는 매우 당황스러웠어요. 사람 불러놓고 장난질이라니요.

“믿을 수 없으시죠?”

“그야 당연하죠.”

귀가 빨개지는 것도 같았어요.

“…… 그렇죠.”

오히려 담담했어요. 담담했던 의 모습은 도리어 기대조차 안 했다는 의미도 있었겠지요. 그 당시의 저는 믿을 수가 없었어요.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를 아느냐는 사람은 이미 신뢰의 ‘신’ 자도 아까울 지경인데 이 사람은 한 숟갈을 더 떠서 사람의 죽음이 보인다니요.

누구에게도 털어놓아도 아마 모두 정신과 상담을 권유했을 거라는 제 짐작은 틀리지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저 또한 그렇게 말하려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는 침착하게 행동했어요. 사기꾼들은 남을 설득하기 위해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여놓은 다음에 믿지 않는 반응을 보이면 증거도 없는 알아듣지 못하는 영어를 가져다 붙이면서 있어 보이는 척을 한다고 하지요. 그나마 그것이 그의 신분증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죠.

- 턱!

는 카페 탁자 위에 하나 파일을 올려놨어요. 그러더니 읽어보라는 듯이 손가락을 까닥거렸어요.

저는 파일을 들췄어요. 그러더니 그 안에는 빼곡히 적혀져 있는 글들이 저를 반겼지요. 찬찬히 살펴보니 깜짝 놀라 수밖에 없었지요.

400) 유원오, 남자, 1975/08/24 출생

(사망예정 : 2014/07/04)

그는 은행원이 직업이다. 그의 취미로는 등산이라고 했으나 최근에 막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7월 4일이 되는 시점에 7월 4일 되는 날에 바깥출입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안전을 기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2014.07.04 사망.

――――――――――――――――――――――――――

399) 이다솔, 여자, 1992/02/12 출생

(사망예정 : 2014/07/10)

그녀는 미술을 직업으로 하기 위해 미대를 다닌다고 했다. 성격이 인내심이 약하며 화를 억누르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최근에는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근근이 부모님 차를 몰고 나간다고 하였다. 그래서 7월 10일에는 몸을 사리고 자동차도 몰지도 말고 술자리 같은 곳은 피하라고 당부했다.

2014.07.10 사망.

구체적으로 적혀있는 진술이 더욱 소름 끼치게 만들었어요. 마치 살생부와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잠깐 생각이 들었던 것은 혹시 이 사람이 뉴스에 제보가 나갔던 연쇄살인마는 아닐까 하는 것이었지요. 이런 생각이 에게 전달되었는지 추가로 모아둔 자료집을 보여주었어요.

저를 두고서 이해할 수 있는 척도에서 벗어난 주제들을 가지고 다루고 있는 동시에 그 주제들의 증거가 뒷받침되는 자료들이 속속들이 눈앞에서 나오고 있는 광경이 한낱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어린아이가 고등학교 문제를. 아니, 대학교 문제를 푸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요.

하나 더 꺼내 든 자료집은 뉴스에서 보도된 기사였어요. 많은 기사 중에 는 몇 장을 빠르게 넘기더니 곧 멈추고는 손가락으로 어느 부분을 가리켰어요.

청계산 등반하던 40대 등산객 사망

―――――――――――――――――――――――――

7월 4일 오전 11시 50분께 청계산을 오르던 40대 등산객이 등산 코스로 등반하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천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청계산 등산로 절벽 40m 아래 지점에서 등산객 유모(40·지천)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다른 등산객이 발견해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원 등은 소방헬기를 이용해 유씨를 산 아래로 옮겨 지천시내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유씨는 결국 숨졌다. 』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었지요. 입을 벌리고 멍하니 기사만 쳐다보고 있는 제게 또 하나 기사를 더 보여주었습니다.

송두동에서 승용차 급발진…운전자 사망

――――――――――――――――――――――――――

7월 10일 오후 8시 13분께 지천 연소구 송두동 한 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 받은 승용차량이 완파된 채 서 있는 것을 인근 주민 김모(55·지천) 씨가 발견해 신고했다.

사망한 운전자인 이모(23·지천) 씨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진 후에 음주한 상태에서 직접 차를 몰은 것으로 알려져 지천경찰서는 수사에 지인들까지 처벌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천경찰서 담당 경찰은 “운전자가 음주 후 수면 상태로 인해 가속페달에 무게가 실려 차가 급발진을 하게 되어 가드레일을 크게 들이 받았고 결국엔 운전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사고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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