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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간신히 인간의 존엄은 지켰습니다.
게시물ID : poop_122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ostin
추천 : 10
조회수 : 79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10/06 19: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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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안경을 고치러 남대문으로 갔습니다,

출발하기전에 와이프가 강추한 우유가 함유된 커피를 사서 마셨습니다. 

맛은 있었습니다.

와이프 안경 수리를 맡기고 나오는데 아랫배가 '꾸륵'하더군요.

그래도 그때까지는 여유가 좀 있었습니다. 근처 대형건물들은 문을 닫았더군요. 


근처에 있던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갔습니다. 내 안에서 꿈틀대는 악의 기운을 몰아내기 위함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신세계 백화점이 안내표지가 없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5층 이하에 남자 화장실이 없을 줄은 상상을 못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1층을 돌아보다가 건물 인포메이션 표지를 보고 2층으로 이동했습니다. 구석구석을 뒤져봤는데...

화장실은 없었습니다. 2층으로 가봤습니다. 이때 뱃속은 꾸륵꾸륵 요동을 쳤습니다.

와이프로 설마 2층은 있겠지하고 들어오자마자 2층부터 가자고 했습니다. 와이프 말을 들었어야 했습니다,


저는 이때라도 회현역으로 내려갔어야 했습니다. 

구석에 박힌 2층표지에도 남자 화장실표지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네.. 다시한번 싸르르한 배를 부여잡고 식은땀이 나는 이마를 닦으며 한층 더 올라가봅니다. 화장실이 있을법한 구석으로 가봤습니다. 젠장..

또 여자 화장실입니다.

걸음이 힘들어집니다. 다시한번 에스컬레이터로 갑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괄약근을 조입니다.

4층으로 갔습니다. 역시 여자 화장실만 있고, 남자 화장실은 5층과 6층에 있다는 안내문구가 수줍게 적혀있습니다.

욕나옵니다. 백화점에는 남자 손님은 없답니까? 대기업이 운영하는 백화점이 남자 손님들을 이리 푸대접할꺼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계상황에서 마지막 기력을 쥐어짜서 5층 화장실로 갔습니다. 

오... 마이.... 갓.....

좌변기문 세개가 전부 굳게 닫혀 있습니다. 

더이상 못참겠는데... 전부 사람이 있는 겁니다. 아마 그분들도 저처럼 악의 기운을 뱃속에 담고 오층까지 올라오신분들이긴 개뿔!!!!!!!

내가 죽겠습니다.

뱃속이 뒤틀리고 거센 파도가 괄약근을 습격합니다. 간신히 견뎠습니다.

1시간 같은 5분이 지나고 좌변기에 물내려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나오는 사람이 있나봅니다. 이 순간이 제일 위험합니다. 자칫 긴장의 끈을 놓으면 인간의 존엄은 사라집니다. 문이 열리고, 얼른  들어가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침착하게 바지를 내리고 악의 기운을 무사히 몰아냈습니다.

일을 보고 나니 이 모든게 신세계 백화점의 음모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성화장실이 있는 층이 하필 남성복, 캐주얼 매장이었습니다.

존엄을 지키지 못한 남자들이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하고, 동행이 옷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듯 머리를 스쳤습니다. 

장 약한 사람은 남대문에 가더라도 절대 신세계 백화점과는 상종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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