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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살이 2키로 가량 빠졌습니다.
게시물ID : animal_1614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태연
추천 : 6
조회수 : 14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14 22:04:29


긴 고민글입니다. 



아버지가 5년간 키우던 아이가 있는데, 건강이 부쩍 나빠지셨고, 2년째 같은 병이 재발하게 되어 결국 저희 부부가 데려왔습니다. 
저희는 원래 1살 정도의 성묘 네 마리를 키우고 있었고, 합사가 잘 되었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고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게 작년 추석즈음이고, 당시 고양이 몸무게는 6키로가 조금 넘었고 저희 집에 온지 8개월 정도 된 지금은 몸무게가 3.9키로입니다. 

데려온 후에 검색해보니 성묘 합사가 쉽지 않다는 글이 많더라구요. 
네 정말 쉽지 않았고, 아직도 힘듭니다. 

이 녀석이 저희집에 오고 약 한 달에 거쳐 서서히 합사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저희집이 전세계약 만료로 인해 한달 만에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사 전까지는 펠렛 화장실에도 천천히 적응하고 있었고, 저희집 아이들과 심하게 싸우는 일은 없었는데
이사 온 후에 저희집 아이들과 영역을 공유하지 못하게 된 건지 심하게 싸우고 화장실도 거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욕조나 수채구멍 등에만 볼 일을 본 것인데, 그러고 나면 저희집 애들이 아무 데나 볼일 보는 게 맘에 안 드는지 가서 엄청 싸웁니다 ㅠㅠ... 뭐 가만 있어도 싸우지만요...
결국 모래화장실을 샀는데, 너무 불편하고 안 좋더군요. 게다가 아빠 집에서 가져온 모래 말고 다른 모래로 바꾸니 이것도 별로 안 좋아해서 다른 곳에 볼일 보는 건 여전하구요.
5년간 외동묘로 살던 놈이라 그런지 다른 고양이들과 친하게 지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암튼 아빠가 키우던 아이는 스트레스 때문에 털도 많이 빠지고, 저희집 애들이랑 싸우면서 뜯기는 것도 많고 그래서 지금은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는 게 눈에 보일 지경입니다. 
저희집 애들이 무른 변을 자주 봐서 사료를 변에 좋은 걸로 바꿨는데, 맛이 없는지 유독 잘 안 먹어서 살도 많이 빠졌네요. 
다이소에서 네트망 사다가 케이지도 만들어주고 그랬는데 답답한지 자기가 열고 나오고 지금은 들어가려고도 안 합니다. 

그래도 아주 조금씩은 사이가 나아지고 있어서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몸무게가 2키로나 빠진 걸 보니 너무 충격이 큽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60키로가 40키로가 된 건데...

이 녀석이 정말 애교가 많고 사람을 좋아해서, 모르는 사람(에어컨 설치기사님 등)이 방문해도 달려가서 부비적거립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랑스럽게 굴죠. 
남편은 그래서 저희가 2년 가까이 키운 네 마리보다 아빠집에서 데려온 녀석을 더 좋아합니다. 
사실 원래 키우던 네 마리는 저만 너무 좋아하는데, 안나(아빠 집에서 데려온 애)는 신랑 무릎에도 잘 올라가고 꾹꾹이도 잘 해주고 엄청 좋아합니다. 

일단 처음 데려올 때부터 1년은 지켜보자고 얘기했었고, 조금씩 나아지는 게 보이고는 있지만
몸무게가 너무 많이 줄어서 충격을 받았어요. 
얼마 전에 시댁에 잠깐 놀러갈 때, 안나만 데리고 갔었는데 처음 간 곳임에도 거실 한복판에 배 깔고 널부러져서 자더라구요. 
저희 집에선 다른 녀석들이랑 떨어져 있을 때가 아니면 늘 소파 모서리나 커튼 뒤 등에 숨어서 식빵 굽는 자세나 불편한 자세로 자거든요. 
시아버님은 동물을 워낙 좋아하시고, 집에 찾아오는 길냥이들도 챙겨주셔서 제가 시댁에 사료도 매달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나가 시댁에 가더라도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제가 이 녀석을 보내기가 너무 싫습니다. ㅠㅠ...
누워 있으면 배 위에 올라와 있는 힘껏 골골거리며 꾹꾹이를 해주고 부르면 대답하는 똑똑하고 애교 많은 녀석이랑 정이 많이 들었어요. 
신랑은 우리가 키우는 건 우리 욕심일 뿐이라고, 안나는 우리집에 있으면 불행하다고 보내줘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전 일단 1년만 채워보자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체중이 2키로가 줄어든 걸 보고 그냥 보내야 하나 생각이 들게 되었구요...
올해로 6살이 된 아이인데, 사는 집이 몇번이나 바뀌는 게 불쌍하고
아무래도 시골집이라 현관 등을 열고 다니는 일이 잦아 집을 나가기라도 할까 걱정스러워서 데리고 있는데
시댁에 보내는 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시부모님은 힘들면 데리고 오라고 하십니다. 
찾아오는 길냥이가 요즘 다른 고양이가 나타나면서 싸우는 걸 종종 보시는데 살벌하다고, 키우기 힘들면 괜찮으니 데려오라시네요. 
시댁은 시골의 단독주택입니다. 2층집인데 안나가 계단도 잘 오르내리고 잘 놀더라구요. 2층 발코니로 데리고 나갔더니 햇빛 드는 곳에 누워서 일광욕도 하고 벌도 잡고... 집안에선 화분을 파괴하고(ㅠㅠ)... 단 하루 있었던 거지만, 낯설어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제집인양 잘 놀았습니다.
 

아무튼... 어떤 게 맞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제가 데리고 있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 녀석이 행복한 곳에서 살게 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부딪히네요...
어떤 게 나은 선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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