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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호주에서 결혼생활 하게 된 이야기 [스압]
게시물ID : wedlock_25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22342
추천 : 10
조회수 : 1404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6/06/15 00:43:43
나와 남편은 사실 호주에 이민갈 것이라곤 전혀 생각도 안했다.
발단은 남편보다 좀 어린 나는 20대 때 더 많은 경험들을 하기 원했다.
지금의 남편(그때는 남자친구였...)한테 통보를 했다.

"2년만 호주와 캐나다와 일본 좀 돌아보고 올께~ 기다려죠"

남편은 5초간 생각하더니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2주 뒤 나는 남편과 유학원에 상담을 하러 갔고.. 한달 후 호주로 가는 비행기에 남편과 나란히 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잘 모르고 남편만 아는 호주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호주에 떨어진지 일주일도 안되어 시급이 꽤 괜찮은 레스토랑에 취직이 되었고 남편은 일자리를 못구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아있었다.
그렇게 급한 마음에 덥석 일을 구한 남편은 일주일도 안되어 그만두고 우울함+무기력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일해서 버는 돈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고 거기다 세이빙까지 할 수 있었으므로 나는 남편한테 괜찮다고 맘 편히 가지고 천천히 일 구해도 안늦다고 이야길 했지만..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있던 남편은 하루하루 매말라 갔다. 

남편은 웃는것도 먹는것도 자는것도 모두 사치라 했다. 나는 쉬는날마다 밖에 나오지 않으려 한 남편과 손잡고 산책을 했고 저녁엔 맥주를 마시며 그래도 같이 있어서 좋다며 웃었었다.

그렇게 삼개월이 지나고 남편은 일을 구했다. 청소일이었다.
처음에는 하루에 6시간 일을 하더니 점점 하루에 6시간 자기도 힘들만큼 일이 늘어났다.
버는 돈은 많아졌지만 나와 남편은 서로 자는 모습밖에 보질 못했고 너무 무리한 나머지 남편 건강에 적색등이 켜졌다.

결국 삼개월만에 남편은 일을 그만 두었고 나는 레스토랑에 휴가를 내고 남편과 여행을 떠났다.
약 3주간 한국과 일본을 다녀오고 그동안 일하느라 못갔던 근교에 있는 여행지를 찾아서 잘 놀고왔다.

여행에서 돌아와선 남편은 일주일에 4일 키친핸드 일과 레스토랑 서버 이렇게 투잡을 구했고 우리 생활은 안정기가 왔다.
 
우리는 비자를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왔기 때문에 1년동안 체류할 수 있었고 그 1년은 참 빠르게도 지나갔다.
세컨비자로 연장 할 수도 있었지만 남편 나이가 워홀 가능한 나이가 넘었기 때문에 학생비자로 연장 하기로 했다.

나와 내 남편은 그렇게 서류로 부부가 되었다.

학교는 나보다 공부욕심이 투철한 남편이 가기로 했고 난 계속 다니던 레스토랑에 다녔다. (오너한테 20시간까지는 텍스로 이후엔 캐쉬로 부탁을 했더니 흔쾌하게 들어주었다.) 

나와 내 남편은 영주권이 허락되는 전문직종과는 거리가 멀었고 디플로마를 새로 들어야 했기 때문에 학비가 상당이 들어갔다. 결국 남편은 공부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다시 찾기 시작했고 좋은 시급에 개인시간이 많이 나는 일을 찾았다.
 
남편은 공부와 일을 같이 병행 하느라 지치고 나는 한군데서 쭉 오랫동안 일해서 지루하고 이럴땐 둘이 휴가를 내고 간간히 여행을 다녔고 지금도 이렇게 지내고 있다.

사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아직 영주권자가 아니지만 남편이 디플로마를 졸업하게 되면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늘 나한테 꽃길만 걸으라고 가시밭길은 자기가 걷겠다는 남편이고 나는 그런 남편한테 가시밭길이던 꽃길이던 같이 걷자고 답한다.

우리는 아직 식도 안올렸고 서류로만 맺어져 있지만 이 힘든 시기가 끝이나면 아마도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꺼 같다. (사실 나와 남편은 한국에선 별로 식을 올리고 싶어하진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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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호주넘어와서 이거저거 생각해보니 우리부부가 서류상 부부가 된지 1년이 넘었고 호주온지는 3년이 다되가고.. 서로 연애한 기간은 10년이 되었네요 ㅎㅎ....... 

그동안 지낸 시간들을 생각하다 글로 남기고 싶어서 적어봤어요..
  
 좀 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 가진거 없이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넘어와서 어쩌면 더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타국에서 가족도 친구도 없이 그렇게 둘이 서로 의지하며 지냈네요.  

다들 행복하세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내 남편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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