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흥분해서 썼던 터라, 생각나는대로 끄적였는데,
그래서인지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도 같고
스스로도 다시 읽어보니 설명이 부족한 것도 있는 듯 해 보충 설명을 하고자 해요.
여러분들이 댓글로 달아주셨던 추가 질문들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보겠습니다.
1. 왜 저 그림이 17억인지 설명해주세요.
이걸 많이 물어보시더라구요.
17억에 대한 변명이라고 해놓고 왜 이 그림이 17억의 가치를 가지는지 설명하지 않았다구요.
저도 아차 싶었습니다. 왜 저 작품이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했어도 정작 17억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거든요.
사실 그렇게 된 건 저 스스로도 저 작품이 17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입니다.
솔직히 저도 저 작품을 좋아하지만 똑같은 17억이 있더라도 저걸 그 가격에 사진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전 그저 작품의 중요성을 설명하느라 급급했네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예술품 경매는 수집의 한 분야지, 예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애초에 순수 예술은 마트에서 파는 정찰제도 아니고, 값을 따지기도 힘듭니다.
단지 그 가격이란 양도되는 가정에서 구매자들끼리의 경쟁이 만드는 것이지요.
17억? 그건 구매자가 17억을 들여서라도 사고 싶을 만큼 저 작품을 탐냈다, 라는 증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저 예술의 본질적인 가치는 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순수미술의 본질에 값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가령 예전에 마릴린 먼로의 머리카락이 억대의 고가에 팔렸다는 기사,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 억대의 가격이 단지 머리카락의 본질적인 가치가 될 수 있을까요?
그 가격이 형성되는 것은 본질적인 가치를 넘어 '희소성', 마릴린 먼로라는 네임밸류, 마릴린 먼로 컨텐츠에 관한 수집가들의 수집욕, 과도한 경쟁이 복합적으로 엮어진 결과물입니다.
경매는 이미 상업적인 영역입니다. 예술적인 가치를 논하는 자리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결코 17억에 구매되었다는 말이 저 작품을 무조건 17억원어치로 여겨야한다는 말은 아니지요.
또 다른 예로 피카소의 스케치를 볼까요?
피카소의 스케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억대에 판매되고는 합니다만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가격이 스케치의 예술적인 가치와 동격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고가를 형성한 것은
1. 피카소의 네임밸류
2. 유통되는 피카소 작품들의 희소성
3. 피카소 작품들을 수집하는 콜렉터들의 수집욕
4. 수집욕들의 경쟁
이겠지요. 그 고가는 지극히 상업적인 결과물입니다.
하지만 그런 고가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매라는 상업활동의 결과물이니까요. 희소한 물건에 대한 많은 수요가 기괴할 정도의 고가를 만든 것이죠.
미술품 경매시장이 워낙에 세계적으로 커지다보니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경쟁도 커져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을 뿐입니다.
누군가는 피규어를 100만원 주고 구매하고, 옛날 레코드판을 1억에 주고 구매하겠죠. 여러분이 거기에 신경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좀 천박한 비유이지만
어느나라 사람들이 바나나 한송이를 10만원씩 주고 사먹는다고 해서
바나나의 가치를 폄하하고, 바나나가 사기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그 정도로 간절한 사람들이 있었나보다, 간단히 생각해버리고
그냥 우리가 생각하는 정도만큼 바나나를 맛있게 여기면 되는 것이죠.
저 작가의 그림이 17억에 팔렸다고 해서, 그 작가가 내 작품은 17억이요, 하고 선언한 것은 아닙니다. 분명 저 작품은 그런 측면을 넘어, 작가의 개인적인 고민을 통해 얻어진 결과물이지요. 소비자들간의 경쟁에서 생겨난 거대한 숫자만으로 작품을 사기라고 넘기지 말아주세요.
영화가 재미있다고 우리가 그 판권을 사 소유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미술품도 구매가를 따지는게 아니라 우리 나름대로 모작 포스터를 수집한다든지, 미술관에서의 상설전시등을 노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 직접 경험하라, 라는 말이 오히려 일반인들에게 미술에 대한 거부감, 벽을 만드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라는 의견....
여기선 좀 흥분하겠습니다.
고가의 뮤지컬, 저 멀리 지방에서 열리는 영화제, 고가의 콘서트는 거리낌없이 즐기면서
고작 미술관 한 번 가는 것이 그렇게 거부감이 드는 행위입니까?
미술 전공자들이 미술 감상하는게 그렇게 건방지고 오만하고 고깝게 보이셨습니까?
미술관이라고 해봤자 요즘은 무료전시도 많고, 유료 전시라고 해봤자 1, 2 만원만 들이면 얼마든지 몇 시간씩 즐길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전시에 수십개의 작품을 즐길 수 있고 오히려 다른 예술활동보다 훨씬 저렴한 예술활동이죠.
17억에 팔렸느니 뭐니 한다고 여러분이 예술을 즐기는 방법 또한 고가가 되는 건 아니죠.
MP3 음악이 콘서트와 다르고
불법 다운로드 영화가 아이맥스 스크린과는 차원이 다른 것처럼
직접 미술관에서 보는 것과 컴퓨터화면, '점 하나 찍었다카더라'하는 농담의 느낌은 천지차이라고 말헀을 뿐입니다.
그리고 미술 작품을 공부해보라는거? 그게 그렇게 어렵나요?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중학교, 고등학교 때 미술 수업을 열심히 듣고, 대학교에서 교양 강의 한 두개 들어보고
아니면 그저 여러분이 유명한 밴드에 대해 인터넷을 검색해보듯
인터넷 한 두번 클릭해보면 좋은 설명들이 부지기수로 널렸습니다. 책을 빌리는 건 바라지도 않아요.
단지 이 말들 만으로도 거부감을 느낀다면, 애초에 색안경을 끼고 있으신게 아닌가요?
직접 경험해본 적도, 경험할 생각도 없으면서, 선입견만으로 순수미술을 깎아내리시는 건 아니신지?
3. 돈많은 사람들의 그들만의 리그.
이게 제일 빡칩니다.
현대미술이 돈 많은 사람들의 리그라구요?
당장 부모님한테 순수미술, 현대미술하고 싶다고 말씀해 보세요.
굶어죽고 싶냐고 악소리나 들을 겁니다.
윗사람들의 부패? 그들만의 리그?
당연히 순수예술에 있습니다.
학연, 지연만으로도 높이 평가되는 미술계 분위기 분명 있지요.
그런데 그게 미술계만의 문제인가요?
당장 네임밸류만으로 어필하는 수많은 음악, 문학들이 비판을 받는 시대 아닌가요?
오히려 미술은 배곪아죽기 딱 좋은 시점입니다.
지금도 수만은 순수미술가, 현대미술가들이 배 곪아가면서도
단지 열정만으로 미술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물들을 만들어내고 잇습니다.
진짜 위의 말은 너무나 큰 오해고 모욕이고 상처입니다.
미술하는 사람으로써 너무나도 슬픈 말이라구요.
네네네, 당장에 경매에 눈이 먼 재벌들, 그들에게 팔아넘기려고 안달난 예술가들 많겠지요.
그렇다고 지금 이순간에도 작업에 매진하는 사람들의 순수함까지 매도하지 말아주세요.
흥분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