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하고 포근한 이야기가 많은게 더 좋을 연애게시판이지만...
잠도 안오고 소개팅 다녀온 후 심란한 마음에 끄적여봅니다.
{
그사람과 전 회사에서 만났어요.
전 사내연애는 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냥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고 밖에서 밥도 사주며 지냈는데 그사람이 저에게 빠지더라구요.
(여기서 벌써 소설같아졌네요... -_-;;)
저도 그렇게 지내다보니 나쁘지 않은 마음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분의 집안이 꽤 잘산다는 것과 아버님께서 딸을 매우 아낀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리고 사내연애라는 것 떄문에...
이 관계를 지속하며 만나야하는건지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사람 마음이라는게 끌리다보니 꽃길을 같이 걷게되더라구요.
(그땐 그 길이 꽃길인 줄 알았습니다.)
몇달 지나지않아 아버님께서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게되었고, 처음부터 예상하고 시작한 길이었으니 당연하다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당신의 사랑스런 딸이니 그마음 충분히 이해하였고, 나름 괜찮은 직장에 어디가도 바른 사람이라는 소리 들으며 열심히 살았기에 노력하며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될 줄 알았습니다.
평일 통금시간 20시, 주말 18시 칼같이 지켜주며 부모님의 이해를 받으며 착실하게 만났습니다.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임대주택이기는 하지만 30평대 아파트도 구했지요.
그러나, 사람 생각은 역시 다르더군요.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흘렀으나 더 나빠졌어요.
마지막 즈음에 어머님께서 먼저 만나자고 하시더군요.
"우리 가족은 당신의 딸이 나를 만나기 전까지 너무 행복했다고, 이해할거라고 믿는다."
"당신의 딸 곁을 떠나주되, 딸에게 상처가 없기를 바란다."
그시기 즈음, 반대가 점점 심해지는걸 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제 책임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좋은 소리를 2시간 듣다보니 정신이 멍해지더군요...
앞에 계신 분이 어른이기에 예의를 다하고 있었지만... 남이 되어달라며 모진말을 하는 사람에게 내 의견 하나라도 말하고 일어나야겠다 싶더라구요.
"어떤 말씀이신지 충분히 알겠습니다. 대신 당신의 딸에게 상처가 없을거라는 것 까지는 책임져드릴수 없습니다."
그 후... 당연히 헤어졌죠.
헤어지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안좋은 모습을 많이 보였습니다.
전 어머님을 만난 이후 대인공포와 공황발작으로 정신과를 다녔구요...
}
헤어진 이후에도 많은 불안증세 때문에 힘겹지만 잘 이겨내왔어요.
이제는 한번씩 생각나면 짜증은 나지만 정신 잘 잡고 살고있지요.
오늘, 헤어진 후 처음으로 소개팅을 다녀왔어요.
상대방과 큰 어색함없이 이야기를 꽤 하다보니 상대방 가족이야기가 가볍게 나왔는데, 트라우마는 어쩔수 없나 보더라구요.
"아들이 많은 집안의 귀한 딸이라서 사랑을 많이 받았고, 부모님께서 사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사실, 그 분께서 말씀하신 톤은 가볍게,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으나... 트라우마는 제가 어찌 할 수 없더라구요...
이젠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닌가봐요...
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분의 부모님이 반대하던 시기로 돌아가 인연의 끈을 빨리 자를거에요...
제가 더 상처받지 않도록..
31살의 제가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그래서 앞으로 찾아올 좋은 인연에게 괜히 겁먹고 도망가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