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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또
게시물ID : panic_885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만동이★
추천 : 23
조회수 : 168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6/16 09: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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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 그러니까요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아 진짜 별일 아닌데 왜 이렇게 일이 커졌나 모르겠네...
네? 말 가려서 하라구요? 왜요, 솔직히 별일 아닌거 맞잖아요
 
알았어요. 알겠다니까요.
근데 드라마 보면 국밥이나 설렁탕같은 거 시켜주던데 전 뭐 없...
아 알았어요. 말할게요. 말 한다니까요.
 
지난 달에 선생님께서 마니또를 하자고 하셨거든요?
마니또가 뭐나면요. 일종의 비밀친구라고 보시면 돼요.
마~ 니 또 그랬나? 이건 줄 알았죠? 히히히히
아유 알겠어요. 정말. 분위기가 너무 칙칙해서 농담해봤어요.
 
반 아이들 이름이 적힌 종이를 뽑은 다음에
내가 뽑은 그 친구의 비밀친구가 되어서 선행을 베푸는게 마니또예요.
그 친구가 힘든 일이 있으면 몰래 도와주고
그 친구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축하해주는 일종의 수호천사같은거죠.
 
그런데 제가 뽑은 애가 바로 경선이였어요.
경선이가 누구냐면요. 우리 반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애예요.
얼굴도 예뻐, 공부도 잘해, 친구도 많아, 집도 잘 살아.
걔는 진짜 부족한게 없는 애예요.
그러니 제가 얼마나 당황했을지 짐작이 가시죠?
아니, 도대체 필요한게 없는 애한테 뭘 몰래 해주라는거냐구요.
 
분명 방학하기 전에 선생님이 마니또 정체를 공개하자고 하실텐데
이렇게 아무 것도 안 해주다가는 나중에 경선이가 실망할게 뻔하잖아요.
그러면 전 또 바보 되는거죠 뭐. 마니또 하나 제대로 못 한다고 놀림 받겠죠.
제 마음 아시겠죠? 왠지 아저씨는 놀림 받는 마음을 잘 아실 것 같은데...
아 죄송해요.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지금 이 상황이 장난같냐구요? 제가 언제 장난같다고 했나요 뭐.
 
어쨌든 전 나름 경선이 주위를 맴돌며 혹시 뭐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잘 살펴봤어요.
그런데 나 참... 걘 진짜 부족하거나 필요한게 없는 아이라니까요.
그러니 정말 미칠 노릇이었죠.
아니 어떻게 준비물을 안 가져오는 날이 하루도 없는거죠?
난 지난번에도 포스터칼라 안 가져와서 은택이한테 겨우 빌렸었는데...
아 혹시 내 마니또가 은택이??
 
알겠다구요. 바로 결말 얘기해드리면 되잖아요.
 
기말고사 성적 발표가 있던 날이었죠.
 
경선이가 성적이 생각보다 많이 안 좋게 나왔었는지
 
책상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더라구요.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이렇게 말했어요.
 
 
 
어떡해... 완전 망했어... 죽고 싶다...
 
죽고 싶어...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는데 제가 경선이 마니또였어요.
 
그 완벽한 경선이가, 그 부족함 없던 경선이에게서
 
드디어 제가 해 줄 수 있는 뭔가를 찾았는데
 
마니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었겠어요?
 
제가 경선이 마니또였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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