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늘 힘든 일이 있어서 술 좀 마시고 글로 술주정 좀 부려봅니다. 히힛…ㅎㅎㅎ.
내가 3살쯤 됐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고 나는 친할머니 할아버지와 시골에서 같이 살았다. 시골 깡촌에서 나의 친구는 책이었다. 책 속에는 늘 흥미진진하고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었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에 나는 책을 그토록 좋아했나 보다. 초,중,고 매년 다독상을 받았고 책은 좋아했지만 재미없는 공부는 별로 안 좋아해서 고3 때 다독으로 전교 1등을 하고 담임선생님에게 엄청나게 혼난 기억이 난다.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막연히 작가를 하고 싶다 생각했지만 직접 해보니 독서는 좋지만 글쓰기는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었다. 남들이 대학을 갈 때 성적도 안 좋고 등록금도 문제와 대학이라는 곳에 대한 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어 바로 군대에 입대했다.
공군에 입대해서 여기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봤다. 거기에 군무원으로 도서관 사서분이 있으셨는데 항상 여유 있어 보였고 나처럼 책을 정말 사랑하는 분이라 공감대 형성도 잘됐고 사서라는 직업이 정말로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전역을 했다.
전역하고 서울로 올라가 독립해서 살았는데 고시원에서 자취하며 야간아르바이트를 해서 1년 동안 천만 원을 모았다. 나는 이 돈으로 안양에 대림대에 있는 사서교육원에 등록했고 정말 피나는 노력으로 1년 6개월 동안 평일에는 교육원, 도서관을 오가고 주말에는 12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독학사시험, 자격증 등으로 학점 140점을 만들어 2급 정사서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문헌정보학과 4년제 학사를 취득했다.
나는 냉정하게 사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만 2.8의 낮은 학점과 학사는 있으나 대학 간판은 없기에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취업 쪽이 아니라 공무원을 통해서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준비를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공부도 물론 어렵지만, 온갖 사건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나를 괴롭혔는데 대장암으로 말년에 고생하시다가 할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셔서 혼자 남으신 할머니를 모시기 위해 나는 다시 시골로 내려갔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했다.
암이 가족력인지 아버지는 전립선암 말기판정을 받고 병원에 들어가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셨고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어머니에 관해서 구청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머니가 정신병에 걸려서 주변에 피해를 너무 줘서 민원신고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니 법적 보호자인 나보고 책임을 지라고 해서 어머니 형제자매 분들과 힘들게 정신병원에 입원시켰고 어머니가 살고 계시던 집을 팔아서 병원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퇴원하시면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막막하다….
결국, 공무원 시험은 흐지부지되었고 나의 환경에 맘 편히 공부하기에는 글러 버린지라 할머니를 모시며 시골에서 다닐 수 있는 일자리를 찾다 보니 결국에 찾은 곳이 고졸 이상에 스펙은 거의 안 보는 월급 150만 원에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해 연봉 2000을 간신히 맞춰주는 중소기업에 들어가 공장 자재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오늘 우연히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 녀석 아버지는 부동산사업가에 어머니는 약사인데 중학교 때부터 미국에 유학을 보내서 지금은 미국 의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인 아버지가 근처에 공사를 따내서 하고 있으니 일자리가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한다….
같은 동네 사람이라 내 이야기를 주워들은 게 있어 동정하며 말하는 것 같은데 나를 지탱하던 무언가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다. 지금까지 나는 꿈을 쫓으며 열심히 산 것 같은데 남은 것이 없다…. 스펙, 친구, 애인, 자동차 등 남들이 가진 것이 심하게 부러워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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