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한지 두달정도 됬어요.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면접을 볼 때도, 면접에 붙어서 처음 출근 했을때도 참 기뻤어요. 근데 두달째인 지금은 내가 여기서 썩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왜냐구요? 할 일이 없어서요.... 아침에 딱 출근해서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퇴근을 하는 시간까지, 할 일이 하나도 없는 날이 많아요. 그나마 할 일이 있는 날도 회의에 참가하는거나 간단한 사무처리에요. 지난 두달동안 제가 일 다운 일을 했던걸 합치면 한 열시간 남짓이 겨우 될듯하네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난 몇년간 아침에 회사 나오기 싫더는 생각은 요 근래에 처음 했어요. 그동안 회사가기 싫다는 말은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는 것이었지 정말 회사가 가기 싫은건 아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더 배부른 소리를 해볼까요? 이 아무것도 안 하는 자리애 앉아서 숨만 쉬고 있으면 회사에서 연봉 5500만원을 줘요. 아무것도 안하고 이렇게 받으니 행복할것 같나요? 아니에요. 가끔씩은 자리에 앉아서 모니터를 멍하니 보면서 아, 죽고싶다 생각을 해요. 미칠것 같아요.
제 상사도 제 상황을 알고 있어요. 사실 제 사수가 제게 교육을 시켜주고, 자기가 하는 일을 어느정도 저에게 넘겨줬어야 하는데 상황이 꼬이고 꼬여서 그게 미뤄지고 미뤄지고 하다보니 어영부영 두달이 흘러 버렸네요. 찾아서 뭔가 할 일이 없나 보려고도 해봤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네요. 사무담당직원이 따로 있는데다가, 제 상사가 일단 상황이 정리되면 바빠질거라며 그런건 하지 말라고 하네요. 다른 사람의 일을 배우는 것도 할 수 없는게, 몇몇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외근을 하는데다가 엔지니어들이거든요. 몇몇 부서에 상주하는 사람들의 일을 하고싶어도 그 일에 필요한 프로그램 라이센스에 관한 문제가 또 꼬여서 제가 받았어야 할 라이센스가 다른 사람에게 가 있는 상황이에요..
제 상사가 몇번이나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고 하는걸 보면 절 억지로 그만두게 하려고 이러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럴 바에는 두달 전에 저를 뽑지 않았겠죠..), 미칠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