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게 된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친구 은희와 함께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순영은
주문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혀가 노란색으로 물들어 있는 것을 보았다.
순영은 웃으며 은희에게 아르바이트생이 사탕을 먹었나봐라고 말을 건넸다.
하지만 은희는 무슨 말을 하는거냐며 순영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의 혀가 노란색이라고 순영이 말을 건넸고
은희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 아르바이트생을 쳐다 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은희는 순영을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저녁 찬거리를 사기 위해 마트에 간 순영은 급하게 달려가던 남자와 부딪혔다.
죄송합니다라며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그 남자의 혀는 파란색이었다.
괜찮으시냐고 순영에게 말을 걸어오는 보안요원의 혀는 빨간색이었다.
은희가 아닌 그 누구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한결같았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혀가 빨간색이라니 무슨 말이야?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제서야 순영은 자신만 다른 사람의 혀가 다른 색으로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의 혀가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사람들의 혀만 다른 색으로 보일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반적인 혀의 색으로 보였다.
순영은 궁금했다.
자신에게 생긴 이 능력은 도대체 무엇인지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그러한 색깔의 혀를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순영이 그 의문을 해결하게 된 것은 이틀 전이었다.
순영은 뉴스를 통해 쏟아지는 각종 사건과 사고 소식들을 보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기 혐의로 구속되어 진술을 하는 범인의 혀가 노란색이었다.
동네에 사는 이웃을 살해하여 체포되는 범인의 혀는 파란색이었다.
빈집을 골라서 도둑질을 했다가 체포된 범인의 혀는 빨간색이었다.
전자 발찌를 찬 채로 살고 있다며 인터뷰를 하고 있던 성범죄자의 혀는 비록 모자이크된 상태라 흐릿하기는 했지만 초록색이었다.
순영은 자신이 타인의 혀 색깔로 인해 범죄자를 구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괜찮은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수 많은 사람들과 잠깐의 대화를 통해
아니 잠깐의 대화를 나눌 필요도 없이 혀의 색깔만 봐도
가까이 해도 될 사람인지 멀리 해야 할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순영은 자신의 이 능력이 분명 살아감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순영은 이 사실을 해외 출장 간 남편이 돌아오면 들려주기로 마음 먹었다.
남편도 분명 기뻐하리라고 순영은 생각했다.
자신의 능력 덕분에 앞으로 순영의 가족은 범죄자들과 멀리 떨어져 지낼 수 있을거라며 기뻐했다.
며칠 후...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곧 집에 도착한다는 전화를 받은 순영은 가볍게 집안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초인종이 울렸다.
순영은 남편임을 알면서도 인터폰을 통해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 달만에 본 남편은 조금 야위어있었다.
순영은 남편의 얼굴이 뻔히 보이는데도 누구세요? 택배인가요?라며 장난을 건넸다.
이윽고 남편이 택배가 아니라 남편 배달왔습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순영은 차마 문을 열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본 남편을 문을 열고 맞아줄 수가 없었다.
남편의 혀는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그리고 다른 모든 색들을
집어 삼킨 것 같은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이 남편의 혀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