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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인 시위 후기 - 부산에서 느낀 2008년 촛불의 향수
게시물ID : sisa_923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지프스
추천 : 16
조회수 : 55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0/10/26 00:35:07

[1인 시위 1000일 D-516]   

 

 

부산대학앞역 - Sisyphus(시지프스) 

 

 

부산대학앞역 - 행동2

===============================================================

 

주말에 부산에 다녀왔습니다.

부산대학교 앞에서 언론문화제가 열린다고 해서 행언련 분들과 함께

찾아갔습니다.

 

토요일 아침 9시에 종로에서 출발을 했는데, 서울에서 단풍 구경을 나가는

사람들로 인해 길이 너무 막힌데다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불꽃축제에 가는

사람들로 인해 부산으로 진입하는 도로 역시 너무 막혀서 언론문화제가

끝나고난 뒤인 저녁 6시에 부산대학교 앞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행사가 모두 끝난 뒤라 몹시 허탈한 기분

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제가 부산에 내려간 것은 부산에서 1인 시위를

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명동에서 KBS수신료 인상 반대 서명전을

거의 매일 하고 계신 행동2님과 함께 부산대학앞역에서 1인 시위를 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의 1인 시위는 정말 제게 가슴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1인 시위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반응이 폭발적인 적이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부산의 시민들께서는 1인 시위가 너무나도 낯선 광경이었는지

모두들 큰 관심을 가져 주었습니다.

 

토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안을 지났는데, 지나는 사람마다 모두

피켓을 바라본 후, 피켓 뒤에 있는 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등뒤에서 두 여성분의 이런 대화도 들렸습니다.

"저거 뭐 하는 거지?"

"프리 허그 하나 보다."

피켓 앞으로 다가온 여성분들은,

"1인 시위네."

"처음 본다... 신기하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피켓 앞을 지나면서 "힘내세요!"라고 응원하는 분들도 많았으며,

"4대강 저거 꼭 막하야 한다!"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일텐데도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사가지고 와서

주고 가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을지로입구역에서 매일 무관심한 사람들만을 접하다가 이렇게 부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접하게 되자 너무나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부산대학앞역의 역무원이 나타나 제게 이곳을 나가라고 말했습니다.

처음 역무원이 왔을 때, "헌법 제 21조가 보장하는 1인 시위입니다."

라고 말을 하자 별다른 항변을 못한 역무원은 물러났습니다.

 

그런데 조금 뒤에 다시 나타나서 민원이 왔다는 둥, 부산대학앞 역이

사유지라며 제게 나가라고 했습니다. 황당해서 부산대학앞역이

민자역사냐고 묻자 그것은 아니지만, 자기들은 공무원이 아닌

준공무원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이라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계속 해오자 저는 "1인 시위는 대한민국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권리입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민원이 대한민국

헌법보다 앞서느냐?"라고 말 하며, "정 나를 쫓아내고 싶다면 경찰을

불러와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역무원은 언성을 높이며 제 몸을

밀쳤습니다.

 

그 순간, 주변을 지나던 부산 시민들께서 갑자기 피켓을 들고 있는

제 주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역무원이 조금만 더 무례한

행동을 하면 당장에 달려들어 말리기라도 할 기세였습니다.

그 기세를 느낀 역무원은 결국 꼬리를 내린 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저는 1인 시위를 시작한 이후 지난 484일 동안, 을지로입구역에서

1인 시위를 막는 역장과 공익 및 경찰 등과 여러차례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언성이 커질 때는 을지로입구역에서도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구경을

하긴 했지만, 부산역에서처럼 가로막을 기세 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서울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강한 호응을 부산에서 느끼며, 저는 이곳이

아직도 2008년의 촛불집회 때와 같은 감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서울 시민들은 2008년에 촛불집회를 하면서 많은 참여를 했습니다.

촛불집회라는 문화 자체가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촛불집회가 정의를

위한 올바른 일이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확신 하에 그것을 가로막는 부적절한

공권력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공권력의 무차별적인 폭력

속에서 결국 사람들은 지치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친 사람들은 결국 무관심한

모습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부산의 시민들에게는 '무관심'이 아닌, '관심'과 2008년 촛불에

동참하던 시민들이 가지고 있던 신선함에 대한 긍정적인 참여의 마음과

정당함에 대한 확신의 마음 같은 것이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아직 서울과

같이 공권력의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산에서 저는 커다란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당장 방아쇠 역할을 하는 어떠한 사건만 있어도 부산에서는 2008년 촛불집회와

같은 대규모 움직임이 있을 수 있어 보였습니다. 무관심 하지 않은 사람들과

방관 하지 않는 자세들 속에서 많은 가능성을 느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아쉬웠습니다. 부산에서 계속 1인 시위를

한다면 정말 많은 참여 또는 행동들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은데,

서울에 직장이 있고 모든 삶의 터전이 서울이기 때문에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 몹시 아쉬웠습니다.

 

비록, 저는 부산에서 서울로 다시 돌아왔지만 부산에 계신 촛불 시민들께서

제가 했던 것처럼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해주시길 간절히 빌어봅니다.

누군가가... 잘못 된 것을 잘못 됐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누군가가

저를 대신해서 부산에서도 행동해 주시길 기원합니다.

 

 

 

 

 

 

 

 

 

 

일요일에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오랜만에 봉하에 들렸습니다.

지난 5월의 1주기 때에 찾아갔을 적에도 굵은 빗방울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더니

다시 찾은 일요일에도 굵은 빗방울이 연신 떨어져 내려 대지를 차갑게 적셨습니다.

마치 누군가 흘리는 눈물처럼...

 

 

 

 

 

1주기였던 지난 5월에는 방문객이 너무 많아서 노무현 대통령님의 묘소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는데, 오늘은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적은 탓에 이렇게

묘소를 다시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신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던 사람들 중 다수가 이미 많은

부분에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을 잊은 채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삶에 치여

당장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에만 치중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불의를 방관한 결과가 얼마나 참혹한가를 이미 여러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또다시 방관을 반복할 수 있을 만큼 저는 강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가슴 속의 양심이 두꺼운 철판을 깔고 있지 못한 탓에 방관할 때마다

부끄러움과 후회가 밀려오기 때문에 앞으로도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의 묘소는 국민이 정치를 방관한 것에 대한 참혹한

결과물입니다. 이제 더 이상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역사의 희생자가

나타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께서 마지막 순간에 머무르셨던 부엉이 바위 꼭대기에서

넓게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넓고 사람도 정말 많은데, 왜 불의에 항거하는 사람의 수는

항상 몇몇 소수에 불과한 것일까?'

 

대통령을 보면 그 나라의 국민성을 알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이 바로 우리 국민의 모습을 대변해 주는 시대의

자화상인지도 모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과  김대중 대통령님의  시대정신이

바로 "불의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사장이 시키면

이유를 불문하고 열심히 뼈빠지게 일해라!"입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수많은 만행 앞에서도 이유를 불문하고

그냥 뼈빠지게 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계급투쟁을 선언하며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에 맞서 싸우는 프랑스의 많은

시민들과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과연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차이는 어디에

있나를 생각해 봅니다. 분명, 2008년에는 우리가 프랑스 보다도 더욱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그런데 왜 그 찬란했던 불빛을 순식간에 모두 잃어버린 것일까요?

 

이 답을 찾는다면 2008년의 촛불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며,

계속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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