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치다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곳에는 가게 사장님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뜨거운 철판 위에 마가린을 녹이고 있다. 그 솜씨는 마치 티비에서나 보던 생활의 달인에 모습이 떠오른다. 녹은 마가린 위로 식빵 두 조각을 무심하게 턱 하고 올려놓고는, 바로 컵에 계란과 양파 조금을 넣고 젓가락으로 몇 번 휘저어 반쯤 풀린 계란을 철판 위에 올려 프라이를 하고, 냉장고에서 넓적한 햄 하나를 꺼내 역시 철판 위에 척하니 올려놓았다. 뜨거운 열기에 사장님의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골 맺히며 곧 떨어질 것만 같다.
아랑곳하지 않고 빵과 햄, 달걀이 탈세라 뒤집어 주는 걸 보니 꼭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장인의 모습을 보는듯하다. 어느덧 철판 위에 모든 재료가 익었다. 이젠 각각 재료들을 합쳐서 토스트가 되는 순간이다. 바삭한 빵 위에 노른자가 살아있는 계란프라이, 노릇하게 익은 햄을 얹고는 다른 곳 가게에서는 보지 못한 채를 썬 양배추를 수북이 올려놓는다. 거기에 케첩, 마요네즈, 설탕을 아낌없이 넣는 걸 보니 칼로리 폭탄이 여기 있구나 싶다.
하지만 그만큼 맛있겠지.이제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빵을 덮어 토스트가 완성되었다 일반적인 토스트는 종이컵에 넣어 주겠지만, 종이컵이 담기엔 턱없이 큰 토스트를 어떻게 담아 주려나 생각하고 있는 사이 토스트는 쿠킹포일로 김밥을 포장하듯이 둘둘 말아서 먼저 왔던 손님의 손에 넘어갔다.
이제 내 몫의 토스트를 주문하고는 다시 한 번 장인의 솜씨를 구경하는 하는 사이 이젠 내 손에는 뜨거운 토스트가 들려 있었다. 쿠킹포일 아래로 설탕과 양배추의 수분이 속 재료의 뜨거운 열기에 서로 어울러 시럽이 되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럽 묻은 손을 입안에 넣어 맛을 보았다. 세상에나! 쥑이게 맛있다. 단맛만 있는 게 아니다. 안에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길거리 토스트의 범주를 벗어나 고급 레스토랑에 나올 것만 같은 맛이다. 기대감에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바삭한 빵, 신선한 양배추, 소스, 햄, 달걀계란 모든 재료가 입안에 가득 차서 풍부한 맛을 내고 있다. 케첩의 신맛이 계란프라이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설탕의 단맛을 햄의 짠맛을 조화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게걸스럽다란 단어가 나를 두고 하는 말이구나 할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든든하게 요기를 하며 앞으로 단골이 되어야지 다짐하며 돌아갔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그 가게에 갔지만 굳게 내려간 철문은 이제 장사를 그만두었음을 암시해주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몇 번 더 가보았지만 그 후로 한번도 그 토스트를 다시는 맛보지는 못하였다. 한번씩 토스트 파는 가게를 지나칠 때면 그때 먹었던 토스트의 맛이 생각나 사먹어 보지만 역시 그 맛은 나질 않는다. 나중에 한번 기회가 되면 내가 직접 비슷하게라도 흉내 내서 한번쯤 해먹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