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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얘기 잠깐 들어볼래? 길 수도 있지만... (bgm)
게시물ID : love_49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와룡대장
추천 : 0
조회수 : 25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19 01:07:33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fjiwe


안녕 얘들아.


시험도 끝났고


할 것도 없고 해서


어제 밤부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도 설치고 했는데


그냥 글로 풀어보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됐다.


몇 줄 안되지만 긴글 포비아가 있는 사람들에겐 부담감과 거부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거 잘 알고


그점 미안하게 생각한다. 최대한 짧게 써보려고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더라.


암튼 서두는 이만 줄이고 하고 싶은 이야기 할게.


쓴소리가 됐든 격려가 됐든 아무튼 뭐든 좋으니 댓글로 남겨줘. 


진심어린 조언이라 생각하고 가슴에 새길게. 


그럼 시작한다.


내 키는 165야.


어릴적부터 작았어.


어머니 아버지도 작으셔서 어릴 적부터 남들처럼 클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학창시절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항상 맨 앞에 서거나 적어도 키 작은 걸로 세 손가락 안에는 늘 들곤 했단다.


그래서인지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는 경우도 부지기수라서 


맞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공부했던 게 없지 않아 있었어.


공부를 도피처 삼아 한 것 치고는 곧잘 했단다.


그 덕분에 원하는 인서울 대학교에 진학은 했지만


다들 알겠지만 대학에 가기만 한다고 해서 없던 자신감이 샘솟는 것도 아니더라.


유년기부터 늘 맞지 않기 위해 부던히 눈치보고 조심하면서


내가 취해야할 행동이나 말 같은 걸


한 번 필터링을 거친 정제된 모습을 보이려 노력해온 탓에


어느덧 타인을 대하는 것이나 집단의 일원이 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스레스로 다가오더라.


그렇게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지나왔어.


누군가가 나에 대해 험담을 하거나 해코지를 하려하면


난 그럴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왔어.


지금 당장 내가 화를 내서 내 분을 삭이거나 왜 때리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지만 그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야.


키 작은 놈은 그런 수모쯤은 당연한듯 감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집단내지는 사회의 맥락을 충실할 정도로 잘 따라왔지.


그 덕분인지 지금도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힐 정도로 빠르다.


누군가가 날 꺼려하는지 아니면 내게 모든것을 터놓고 있는지 아닌지를


대화 사이의 미묘한 간극에서마저 캐치할 만큼 빠르고 정확하다고 자부할 수 있어.


덕분에 성인이 된 지금 내가 고백을 한 여자애들을 제외하곤 


어느 집단, 어느 그룹에서건


나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을지언정 최소한 꺼려하지는 않는 것 같다.


비록 소심한 성격 탓에 인간관계가 넓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 스스로는 그렇게 자부할 수 있고 또한


그렇다고 굳게 믿고 있어.


암튼 내 성격 이야긴 이쯤하고 중학교 때 있었던 첫 고백 이야기를 마저 하려고 한다.


내 중학교 3학년 시절 맘에드는 애가 있었지만 다가가질 못했어.


물론 나보다 키도 컸고 다리도 긴 여자애였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였어.


키 크고 싸움도 잘하는 아주 잘나가는 멋진 남자친구가 있었거든.


그래서 포기하려고 마음 먹었지만 그게 또 안 되더라.


사람 마음이란게 뭔지... 과녁에 조준한 활 처럼 목적지를 내맘대로 정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근데 그게 말 처럼 쉬운게 아니더라.


그래서 졸업식날 걔한테 가서 사진 한 장 같이 찍을 수 없냐고 물었지.


썩 내키지는 않은 표정이었지만 못 이기는 척 찍어주긴 하더라.


지금도 졸업 앨범 책자에 고스란히 꼽아둔 사진인데 보여줄 수 없는 점 이해 바랄게.


암튼 그렇게 사진을 찍고 걔에게 물었어.


나 사실 몇 달 동안 너 많이 좋아했는데


졸업하는 지금에 와서야 마음을 터놓게 됐다고


비록 고등학교는 다른 곳으로 진학하지만 가끔 연락하는 친구로 지내고 싶다고...


수줍은 듯 하지만 온 진심을 담아 


그렇게 내 인생에서 첫 고백이란 걸 하게 됐지.


결과는 어떻게 됐냐고?


물론 까였지.


그것도 참 가슴아프게 까였단다.


고백 직후 걔 눈을 봤는데 뭐랄까 처음 보는 눈빛이었어.


그때 본 그 아이의 눈빛은 말야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치심이란 감정이 서린 여자의 눈빛을 보게 됐어.


화가 난 듯 하면서도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만 같은


그런 불안한 눈빛 말야...


그리고 잠시 뒤 걔의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꺼져 좆만한 새끼야. 키도 좆 만한게..."


난 잘 못 들었나 싶어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아이를 쳐다봤지만


역시나 잘 못 들은 건 아니었어.


걔는 그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교실 뒷문으로 쏜살같이 사라졌어


내게서 멀어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는 것 외엔 어찌할 도리가 없더라.


망치로 뒷통수를 후려 맞은 듯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더라.


그렇게 몇 분이나 지났을까 졸업식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오뉴월 장맛비를 맞은 고양이 마냥 처량하게 서있던 내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친구 몇놈이 뭐하냐고 묻더라.


그제서야 정신이 든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고


별일 없었다는 듯 그렇게 졸업식을 마무리하고 집에 왔어.


그 이후로 지금 껏 그 아이의 소식은 들은 바가 없는데


아마 여전히 예쁘고 멋져서 여러 남자 울리고 다닐 거라는 건 확신한다.


그렇게 내 첫 고백은 개끗발로 끝나게 됐어


그래서 지금은 어떻냐고?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별볼일 없는 취준 도서관충이지.


모솔 딱지는 뗐냐구?


아니 여전히 모솔이야.


그 아이 이후로 수차례 도전하고 노력해 봤지만


타고난 열등한 피지컬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게 아닌가 보더라.


여자들 입장에서


키 165.4에 좆중딩 삘나는 동안찐따상의 안경 쓴 샌님은


잘해봐야 친구밖에 될 수가 없나 보더라.


내가 그들에게 남자로 다가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금기이자 터부의 영역인가 보더라.


이를테면 아직 채 여물지도 않은 과일이 철보다 일찍 시장에 나온 것 마냥


잘못 먹었다간 배탈이 날것만 같은 직감을 떨처버릴 수 없는가 보더라.


군대 갓 전역하고는 이런 현실에 극복하려 부던히 노력하고 달려나갔지만


나의 그런 노력이


여자들 입장에서는 불량품이 살려고 발악하는 발버둥 내지는


하자 있는 놈의 객기로 치부되기 일쑤더라.


그래서 요즘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어.


나 부족하고 많이 모자란 거 맞아.


그러니까 분수에 맞게 여자따위는 넘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그치며 하루를 시작한단다.


때론 견딜 수 없는 애석함에 괴로울 때도 있고


참을 수 없는 억울함에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지만


그냥 받아들이려고 해.


내게 주어진 숙명 내지는 필연을 말이야.


더이상 못 먹는 감 어떻게 해보려고 집적대지도 않고


못 오를 나무 애써 오르려 쳐다보지도 않을거야.


그저 묵묵히 내게 주어진 한도 내에서 즐기다 가려한다.


만약 내가 도태되더라도 누굴 탓하거나 하늘을 원망하지는 않을 거야.


이게 내 운명이니 납득하고 감내해야 한다는 일종의 소명의식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가려 한다 얘들아.


오유에 못생겨서 서럽고 돈 없어서 힘들고 키작아서 못사는 여러 사람들 처럼


나 역시도 분하고 억울한 생각에 지치고 힘들겠지만


이 소명의식을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보려 한다.



근데 말야...


요즘 들어 부쩍 간절한 소원 하나가 생겼는데


뭔지 아니?


그건 다른게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여자애와 단 둘이 손잡고 한강 벤치에 앉아 라디오를 같이 듣는거야.


같이 모텔을 가는 것도 아니고


펜션에 놀러가는 것도 아니라


그냥 단 둘이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앉아 달을 보면서 라디오 듣는게 정말 간절하다.


아마 평생 이루어질 수 없는 꿈 같은 것이겠지만


그게 내게는 평생의 소원이다.


쓰다보니 많이 길어졌는데


내가 가진 생각들 의식들 빠짐없이 터 놓은 것 같아 후련하고 개운하다.


더 쓰면 지겨울 수도 있으니 이만 줄일게


다들 힘내고


화이팅 해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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