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기사 펌. 별7개 호텔로 유명한 두바이가 얼마전에는 사막땅에 스키장을 만들었다고 해서 TV에 나온걸 봤었는데. 이 기사를 보니 온 나라 전체에 세금도 없다네. 그야말로 부자들을 위한 해방구. TV에서 본 바로는 두바이 사람들 자신들의 지도자인 세이크 모하메드 왕세자를 무지무지 존경한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이 모택동을 존경하는것 만큼이나. 하긴 이렇게 잘살게 해주었으니 존경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겠다. 낮기온 40도가 넘는 사막나라를 이렇게 화려하게 세계최고 럭셔리 도시로 개발한 두바이, 정말 대단하다. 똑같이 석유자원을 가졌으나 전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이라크가 새삼 안타까워라... [두바이의 허브전략] ‘봉이 김선달’식으로 돈 끌어모아 중동의 해방구 자처하며 부자들 집결시켜 …“없앨 건 없애고 만들 건 만들어” IT산업 육성을 위해 조성한 인터넷시티 모습. 마이크로소프트·HP·IBM 등 세계적인 IT기업 700개가 입주 원래 아랍의 대표적인 상인은 레바논인이었다. 고대인들은 이미 6000년 전 이곳에 도시를 만들었다. 지중해 무역을 장악해 번창했고, 당시 창안한 표음문자는 영어 알파벳의 뿌리가 됐다. 상대적으로 넉넉한 강우량에 해발 3000m가 넘는 산악지대를 등진 자연환경 덕분에 백향목 등 각종 특산품으로 상업이 발달했다. 1970년대 중동에서 ‘컨설턴트’라는 명함을 들고 다닌 사람도 바로 레바논인들이다. 당시 중동의 허브는 누가 뭐래도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였다. 베이루트는 1975년 레바논이 내전에 휩싸이기 전까지만 해도 서아시아 금융·상업·관광의 중심지였다. 또한 서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중계무역이 활발했고 문화적으로도 번영하여 중동의 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세금 없는 나라= 두바이에서 면세점 쇼핑을 하는 것은 헛수고다. 공항 밖을 나와도 모두 면세이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세금이 없는 나라다. 믿기지 않겠지만 개인소득세도 법인세도 없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돈을 벌어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부가가치세도 물론 없다. 거의 유일한 세금이 관세 5%다. 그나마도 각종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를 이용하면 면제된다. 특히 외국의 대기업은 자유무역지대를 이용할 기회가 많다. 제벨알리항 옆에 있는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 IT기업들에 면세를 해 주는 인터넷시티, 두바이 공항자유무역지대 등 각종 자유무역지대가 두바이 곳곳에 지정돼 있다.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는 전체 면적 100㎢로 100개국의 2200개 회사가 입주해 있다. 여기에는 혼다·필립스·소니·노키아·삼성 등 글로벌 기업이 망라돼 있다. 인터넷시티에도 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HP·IBM 등 세계적인 기업 700개가 입주해 있다. 세금이 없으면 어떻게 나라를 운영할까?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이다. 하지만 두바이 정부의 수입은 세금이 아니라 비즈니스에서 나온다. 삼성전자 이병우 중·아총괄은 “두바이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도 하지만 직접 비즈니스에 참가해 돈을 벌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가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항공사·정유사·부동산 개발회사 등이 비즈니스를 해 수익을 낸다. 이 돈으로 국가를 운영한다는 얘기다. 부르즈 알아랍 호텔, 팜 아일랜드, 부르즈 두바이 빌딩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건물들의 시행사가 사실상 다 국가다. 이마르·나킬 등 두바이를 개발하는 회사들이 국영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외국 부자들이 그 건물을 산다. 관광객들이 여기에 와서 돈을 쓰는 과정에서 남는 수익이 정부 몫으로 돌아간다. 관광객이나 기업들에 저항감을 주는 세금을 받는 대신 그들과 거래를 해 돈을 버는 형태다. 두바이의 실질적인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왕세자는 두바이라는 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셈이다. 두바이는 기업과 정부 간의 역할분담을 넘어서고 있다. ▶봉이 김선달식 장사= 두바이 역시 모래만 나부끼는 사막이었다. 하지만 지금 두바이 하면 돛단배 모양의 호텔이나 푸른잔디가 펼쳐진 골프장, 맨해튼과 같은 두바이 다운타운이 떠오른다. 최근에 개장한 실내스키장 역시 두바이의 상징이 될 만하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앉아 있는 밥 알 샴스 호텔 역시 이국적인 정취를 간직한 아이콘(상징)이다. 머지않아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아일랜드와 전 세계 지도를 본뜬 더 월드 등이 두바이의 상징으로 떠오를 것이다. 또는 세계 최고층 빌딩이 될 부르즈 두바이나 미국의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랜드보다 1.5배나 큰 두바이랜드가 그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설계 단계지만 해저 20m에 지을 해저호텔 역시 완공만 된다면 두바이의 명소로 손색이 없다. ▶두바이는 에미리트컵에 매년 타이거 우즈를 초청해 브랜드 가치를 올린다. 두바이는 이처럼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건축물로 사막의 무료함을 달래고 있다. 평면적이고 단조로운 사막을 누가 방문하겠는가? 특히 금융의 중심, 비즈니스의 중심을 노리는 곳이라면 반드시 볼거리·즐길거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두바이는 이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화려하고, 때론 황당해 보이는 프로젝트들은 이런 두바이의 발전 전략에서 생겨난 아이디어들이다. 그냥 막 짓는 것도, 재미삼아 짓는 것도 아니다. 미리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 대부분 선금을 받는다. 이마르의 프레드 두리(Fred Durie) 부사장은 “우리는 건설을 하면서 동시에 팔 곳을 찾는다. 아직까지는 외부에서 자금을 전혀 조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순조롭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르즈 두바이도 공사대금은 10억 달러지만 선분양을 통해 80억 달러를 확보했다. 팜 아일랜드도 첫번째 프로젝트는 이미 분양이 끝났다. 이제 막 기초를 다지고 있는 더 월드 역시 이미 30개의 섬이 주인을 찾아갔다. 이 외에도 향후 7년간 520억 달러 이상의 대형 개발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때로는 강력한 홍보전략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끌기도 한다. 부르즈 알아랍 호텔 헬기장에서 타이거 우즈가 걸프만을 보고 티샷을 날린 장면이나, 세계적인 최정상 테니스 선수인 로저 페더러와 앤드리 애거시가 테니스 경기를 하는 장면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슬람의 해방구= 아랍은 뛰어난 상술과 풍부한 석유자원에도 불구하고 이슬람교의 강력한 영향 때문에 세계화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 술을 금지시키고, 여성에게 히잡을 착용하게 하고, 일체의 향락산업을 공식적으로 불허한다. 하지만 두바이는 좀 다르다. 비록 호텔 내지만 술이 허용되고, 여성도 히잡 착용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음성적이긴 하지만 매춘도 존재한다. 이슬람 사회에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반미 정서가 팽배한 중동에서 미군기지 설치를 허용하고 서방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것도 다른 중동 국가와의 차별점이다. ABN 암로에 근무하는 사미르 조시(Sameer Joshi) 홍보담당 차장은 “두바이는 무엇을 하든 자유다. 그래서 이슬람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회사도 많다. 심지어 종교도 문제가 안 된다”고 두바이의 열린 분위기를 설명했다.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 레저단지, 쇼핑센터를 만들어 놓고 자유롭게 소비하게 함으로써 이슬람 세계의 해방구로 자리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 등 오일달러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주말이면 두바이에 와서 쇼핑과 휴식을 취하고 돌아간다.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두바이는 주변 국가의 부자들에게는 일종의 해방구다. 여기에 러시아의 신흥 부자와 유럽의 전통 부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두바이는 말 그대로 소비의 천국이 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룻밤에 1000달러가 넘는 호텔들이 어떻게 팔릴 수 있겠는가? 실제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급 호텔인 부르즈 알아랍 호텔에는 러시아인들이 80% 이상 투숙하고 있었다. 식당에도 러시아인 일색이었다. 돈은 있지만 충분히 소비할 곳이 없는 러시아인들에게 두바이는 안성맞춤이다. ▶이제는 돈의 허브로= 궁극적으로 금융이 빠진 허브 정책은 ‘앙꼬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다. 물류든, 관광이든 결국 돈을 모으기 위해 하는 것이고 돈만 모이면 사람들은 자연히 따라오게 돼 있기 때문이다. 두바이가 기상천외한 호텔과 관광자원을 만드는 것도 다 금융허브 정책의 일환이다. 엔터테인먼트와 같이 가지 않는 금융허브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최근 중동의 금융센터로 발돋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개관한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는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메릴린치, HSBC, 크레디스위스, 알리안츠 등 세계적인 금융기관의 중동 본사가 이곳에 있다. 특히 9·11 이후 미국에 있던 아랍 머니들이 다시 돌아왔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 돈만 18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이 돈이 다 두바이로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두바이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상대적으로 자국의 정세가 불안한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의 오일 머니들도 두바이에 있는 금융기관에 돈을 예치해 두고 있다. 심지어 현지에서는 알카에다 돈도 두바이에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KOTRA의 연영철 중·아 본부장은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고, 미국과의 관계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개방돼 있는 두바이에 돈이 모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바이는 나름대로 치밀한 전략을 짜 오늘날의 지위를 획득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 셰이크 모하메드라는 이른바 ‘계몽군주’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두바이를 일관되게 이끌고 있다. 내전으로 폐허가 된 베이루트의 대를 이은 건 바로 바레인. 아랍의 소국인 바레인은 한정된 인구와 석유 매장량을 일찌감치 깨닫고 아랍의 교역 중심지로 자처했다. 특히 바레인은 중동의 금융허브 전략을 폈다. 지금도 국제이슬람은행 본부 등이 바레인에 있어 여전히 중동의 금융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나라 규모가 작은 데다 2002년 바레인 금융위기로 국제금융기관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두바이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80년대 초부터 항만·빌딩·공항 등에 꾸준히 투자해오던 두바이는 90년대 들어서면서 중동의 허브 전략을 추구했다. 궁하면 통한다고 같은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속해 있는 아부다비와 달리 두바이는 석유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당연히 미래를 먼저 고민하게 됐고, 결론은 석유 없이 사막에서 할 수 있는 무역과 서비스를 유치하자는 것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 두바이는 세계 경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두바이는 에미리트컵에 매년 타이거 우즈를 초청해 브랜드 가치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