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6살 차이나는 남편이 있습니다. 그리고 백일이 채 안된 귀여운 딸래미도 있죠. 작년말에 법적으로 부부가 되었지만 사실 아직 식은 올리지 못했습니다.
임신과 남편의 직장 문제와 맞물려서 올해 4월에 하기로 하고 천천히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작스런 시아버님의 병세로 예정이 모두 어긋나버렸고 지금은 예식조차 올릴 수 있을지 여부조차 알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비록 형식만인 결혼식이라도 올리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집안에 틀어박혀 아이만 키우다보니 저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였는지 어제 결국 폭발하여 남편에게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1년넘게 같이 살면서도 손가락에 흔한 실반지 하나 없다는 것부터 시작, 아기가 태어났을 때 꽃 한송이 받아보지 못한 서러움하며 조산아였던 딸래미 끌어안고 혼자 대학병원을 다녀야 했던 일 등등.. 그동안 남편에게 야속했던 점까지 가슴 속에서 울컥 쏟아져나와버리더군요.
사실 남편 잘못도 아닌데...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화만 내던 저에게 짜증날 법도 한데 되려 남편은 저를 꼭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그제야 지금 무엇보다 힘들고 지친 건 남편인데 내가 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제대로 사과도 못하고 말았네요.
지금 병원에 있는 남편이 만약 이 글을 보고 있다면 꼭 전하고 싶어요. 저 때문에 오유를 배운 사람이니 아마 이 글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애기아빠 .. 가뜩이나 힘들텐데 철없이 굴어서 정말 미안해요. 친정엄마 갑자기 돌아가셨을 때 누구보다 힘이 되어준 당신의 모습을 어느새 잊어버리고 내 자신만 생각해버렸던 못난 마눌을 부디 용서해주고 이제는 내가 당신의 뒤를 든든히 받쳐줄테니 우리 이 시련 잘 이겨내고 딸래미 잘 키우면서 당신과 내가 그토록 바라던 행복한 가정 만들어 갑시다.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