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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어렸을 때 나는 인어공주가 되고 싶었어
게시물ID : humorbest_12272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6
조회수 : 6024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3/27 13:12:14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3/26 20:25:11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인어공주가 되고 싶었다.
많은 어린이들도 같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나이가 차면 반드시 인어공주가 되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어른이 되면 반짝이는 비늘로 덮인 통통하고 긴 꼬리로 물 속을 부드럽게 유영하는 나를 꿈꿨었다.
바닥까지 닿는 치렁치렁한 아름다운 빨간 머리도 갖게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공식적으로 인어공주가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나와 언니 네 명은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다들 나이가 훨씬 많은데도 나에게 정교한 가짜 꼬리를 만들어주며 나의 환상을 충족시켜 줬었다.
언니 한 명이 물에 빠진 왕자를 연기하고 내가 구해주면 모두들 환호성을 질렀다.
언니들이랑 팔짱을 끼고 다니며 바다로 수영도 하러 다녔다.
 
인어공주 얘기를 꺼낼 때마다 엄마는 비웃음을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인어공주는 진짜가 아니야."
 
심지어는 언니들한테 나와 놀아주지 말라고 혼내기도 하셨다.
"동생을 그렇게 부추기면 안되지."
 
엄마 말이 맞다고도 생각했었다. 
댓가도 없이 내가 아닌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까.
스무살이 되기 전 날 나는 현실을 알게 됐다.
 
나는 그 날 밤 언니들이랑 바위에 앉아 달빛을 쬐고 있었다.
어디선가 배 한 척이 다가왔는데 작은 어선이 방향을 잘못 잡은 모양이었다.
나는 언니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하려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런데 엄마가 나한테 고갯짓을 하셨다.
이제 내 차례였다.
나는 목을 가다듬었다.
입에서 썩은 생선 냄새가 나고 짠맛이 느껴졌다.
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해변에 널리 울려퍼졌다.
내 귀에는 다 죽어가는 동물의 울음소리로 들렸다.
고음과 저음이 엉망이었고 언니들도 큰 소리로 웃었다.
노래가 어찌나 듣기 힘든지 해변에 있던 동물들 마저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선장의 귀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들렸다.
선장은 바위 위에 있는 나를 바라봤다.
매끈하고 어린 몸, 어릴 때부터 갖고 싶었던 길고 붉은 머리카락이 내 모습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다리를 벌려 순진한 척 그에게 손짓했다. 
선장은 나의 미모와 노래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사실 나는 죽은 소녀의 살가죽을 입었다.
파충류를 닮은 얼굴에 뾰족한 이가 여기저기 돋아나있고 엄마를 닮아 파도를 부수는 세 갈래의 꼬리가 무기처럼 달려있다.
원래 배가 있어야 할 곳에 달린 입을 활짝 벌려 먹잇감을 기다렸다.
악취가 나는 지느러미가 내 몸통을 따라 길게 달려있다.
우리 자매들 중에 내가 가장 흉물스럽다.
만약에 언니들이 나를 조금 덜 사랑했다면 나를 질투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에도 그랬듯 선장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볼 수 있다.
선장을 배를 끌고 최대한 가까이 온 뒤 물 속에 뛰어들어 자신에 눈에 보이는 나체의 소녀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헤엄쳤다.
나는 계속해서 노래를 불렀다.
곧 언니들도 함께 했고 우리가 내뱉은 괴성에 파도마저 물결쳤다.  
여태 한 번도 근처까지 도착한 남자가 없었다.
선장도 우리를 코 앞에 두고 익사했다.
우윳빛 하얀 시체가 달빛에 광택을 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엄마는 배에 달린 입으로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잘했다, 우리 딸. 이제 저녁식사를 하자꾸나."
 
가끔은 인어공주가 되고 싶어하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물에 빠진 남자를 구하는 것 보다는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으니까.
 
 
 
 
 
 
출처 As a child, I Wanted to be a Mermaid
https://redd.it/484jey by EZmis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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