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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방관자 효과.
게시물ID : panic_887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름하늘
추천 : 15
조회수 : 158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25 06: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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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언제 시작하게 된 건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채영의 질문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평온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게... 내 딸 아이가 그 일을 당하고나서 한 3개월 정도 지났을 때지. 처음엔 그냥 세상이 원망스럽고, 나도 그냥 따라 죽어버릴까... 하루에도 수백번씩 그런 생각을 했다오. 그런데, 그렇게 나마저 죽어버리면 내 딸이 그렇게 가버린게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 벌써 10년이 넘었구려."

 "따님이 그 일을 당하신게 원인이 된 건가요?"

 노인은 가만히 채영을 바라보았다. 중소기업이라고는 해도, 수십명의 사람을 부리던 자여서인지,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알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키티 제노비스를 아시오?"
 
 채영은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멍하니 노인을 바라보았다. 노인은 그런 그녀에게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이야기했다.

 "1964년에... 뉴욕에서 강도에게 살해당한 여인이지. 그 여인이 살해당할 때 무려 30명도 넘는 목격자가 있었다오. 그러나 그들 중 피해자가 죽기 전에 경찰에 신고한 이는 아무도 없었지. 마치... 내 딸이 죽어갈 때 그랬듯이 말이오. 그때 난 생각했지. 그렇다면..."

 "그 결과가 이 발명품이군요?"

 채영은 테이블 구석에 놓인 물건을 흘깃 바라보았다. 빨갛고 거대한 스피커처럼 생긴 그것은 전기가 연결되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설치되어 있을 때 처럼 녹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렇다오. 목격자가 있다 해도 신고를 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걸 봐선... 차라리 사람에 호의에 기대지 않는 기계가 신고를 대신 해준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 것을 만들게 된거지."

 말을 마친 노인의 눈동자엔 거대한 회한이 담겨있었다. 채영은 그 후회가, 죽은 딸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노인의 삶을 향한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따님이 이 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계획되지 않았던 질문이 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노인은 그 말에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이내 두 눈을 감고 입을 꾹 닫아버렸다. 더이상의 인터뷰는 힘들겠다 생각한 채영이 수첩과 녹음기를 가방에 챙겼다. 









 -다음 뉴스입니다.
 밤길을 다닐 때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리라 믿었던 '무인 자동 신고기' 의 개발자이자 태성의 사장인 조인현씨가 10여년간 국내를 불안에 떨게 했던 여성 연쇄 살인범의 유력한 용의자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조인현씨는 '무인 자동 신고기'를 악용하여 범행을 저지르기 전, 범행 지역의 신고기를 끈 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 처럼 조작하여 만약에 있을 목격자들이 신고하는 것을 막는 데 이용하는 수법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에 경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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