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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왜 사라졌을까
게시물ID : readers_255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께소
추천 : 3
조회수 : 53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6/26 03: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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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왜 사라졌을까


1.
나의 코는
어미의 꼬리를 붙잡는다.
나의 귀는
크디크지만
비행을 겁낸다.
나의 발엔
쇠사슬,
지푸라기,
당신의 머리카락
꽁꽁 묶여
움직일 수 없다.
나의 이빨
쓸모없는 나의 이빨.
내 발바닥을
노리는 새앙쥐
그놈이 만들어 낸 검은 구멍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2.
검은 화면이 켜지고 하나, 둘, 세 마리의 코끼리가 나타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무서워 눈물을 뚝 그쳤다.
이후로 엄마는 내가 울음을 터뜨릴 때마다 코끼리를 보여주셨다.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시끄러운 양 대신 말없이 춤을 추는 코끼리를 셌다.
하나, 둘, 셋 하면 나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

시간이 지나 함부로 울지 않는 법을 배웠다.
아무리 슬퍼도 울지 말아야 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엄마는 더 이상 내게 코끼리를 보여주지 않으셨고 나는 잠든 척할 줄 알게 됐다.
검은 화면 속에 갇힌 코끼리를 다시 보게 되는 날,
바로 그 순간 울어버릴 내가 오늘도 스스로 울음을 틀어막는다.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저 춤을 추는 코끼리는 디즈니 에니메이션 <덤보>에 나와요. 저는 아예 기억이 없는데, 언젠가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말도 못 할 적의 나는 울다가도 엄마가 <덤보>만 틀어주면 눈물을 그쳤다고. 참 신기하게도. 전 잘 울지 않는 아기였대요. 혼자 누워서 잘 놀고 잠도 잘 자고 엄마, 아빠가 아침을 다 드시고 나면 그제야 느릿느릿 일어나는 착한 아기였대요. 그대로 자랐으면 좋았을 텐데, 어쩌다 보니 고집불통에 속만 썩이는 사람이 되어버려서는. 엄마는 지금도 제가 다시 갓난아기였을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죠.

요즘 장편 쓰느라 단편을 못 쓰고 있어요. 빨리 쓰고 싶은데. 으아...

다들 좋은 주말 보내세요. :)
출처 http://blog.naver.com/rimbaud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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