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랑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왔는데 돌아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현관문이 열려있고 있어야할 고양이 두마리가 사라졌습니다. 덜컥 내려앉는 심장에 바로 건물을 뒤지니 다행히 한녀석을 꼭대기층에서 발견했습니다. 다른 한녀석도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건물은 7층짜리 빌라. 출입문은 버튼을 눌러야 열리는 문. 빠져나갈구멍이 없는데 안보입니다. 새벽까지 온동네를 뒤졌지만, 결국 찾지못했고, 건물주에게 얘기해서 cctv를 돌려봤습니다. 저희가 나가고 5분도 안되서 문이 벌컥 열리더군요. 레버식이라 누르면 열리는데 미닫이 여닫이 2중으로 문이 있어서 설마 두개다 열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그걸 다 열었네요.. 점프해서 손잡이에 매달렸나봅니다. 문밖으로 나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닙니다. 아래로갔다가 위로갔다가..
사람들 와도 도망안가고 옆에있고.. 쓰다듬는 사람도 있고.. 거의 1시간 넘게 그러고 다니다가 1층으로 내려갑니다. 5분만 있으면 저희가 돌아오는 시간인데 초조하게 지켜보는데 다행히 버튼식이라 문이 안렬리니 다시 돌아가더군요. 근데 그때 출입자가 있어서 현관문이 열립니다. 저때 빠져나갔나하고 봤는데 그냥 계단쪽에서서 지켜보고 있더군요. 문이 다시 닫혔는데.. 아... 그 사람이 고양이를 힐끗보더니 버튼을 누릅니다. 문이 다시 열리니 그녀석이 슬그머니 나가네요..ㅠㅠ 5분만 더 있었으면 저희가 돌아와서 녀석을 잡았을텐데....
사실 이녀석은 저희에게 매우 특별한 고양이입니다. 6년전에 와이프가 우울증이 심하게 걸려서 약물치료를 받고있을때 갑자기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하는겁니다. 한마리 분양받아줄까했더니 그러지말고 유기견센터에서 한마리 입양해오자더군요. 거기서 데려온 녀석이 그녀석입니다... 그많은 고양이틈에서 와이프가 손가락을 우리사이에 넣으니까 할짝 핥아준 녀석.. 그래서 이녀석이 우리 인연인가보다하고 데려왔는데...
첨에는 장난삼아 우리가 니 목숨 살렸으니까 충성을 다해라~했는데 살다보니 녀석이 우리를 살린거 같더라구요.. 지치고 힘들때 조용히 베개위에 올라와 체온을 나눠줬죠. 덕분에 와이프도 우울증이 빨리 나았고, 그뒤에 길에서 개에게 물린 고양이 한마리를 치료해준다고 와이프가 데려와서 4식구가 됐지만, 그녀석은 특별했습니다. 둘째가 애교도 더많고 사람을 잘 따랐지만, 와이프는 그녀석이 1순위였습니다. 나이 먹어서 하루종일 잠만자도, 털이 빠져서 듬성듬성해도 와이프에겐 이녀석이 친아들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자고있는 녀석을 꼭 끌어안고 '가리야~ 나중에 갈때는 꼭 엄마한테 엄마~ 저이제가요' 인사하고 가야돼~ 할정도로 와이프에겐 너무 소중한 녀석입니다.
몇시간을 찾아헤매다가 2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와서 억지로 재웠는데 4시에 얼핏 깨보니 또 혼자 찾겠다고 동네를 뒤지고 다니고 있더라구요.. 며칠째 잠도 거의 안자고 먹지도않고 찾아다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다시 우울증이 도질까 걱정도 됩니다. 와이프에겐 일부러 얘기 안했습니다. 더 마음아플거 같아서 그냥 cctv에 제대로 안찍혔더라고만 했습니다. 아마 예전 우리처럼 그녀석이 필요한 누군가 데려가서 잘 키워줄거라고 위로아닌 위로만 해줬습니다.
왜 조금더 조심하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일찍왔더라면.. 그사람이 문만 안열어줬더라면..
좀더 조심하지 못한 내 잘못이고, 그 사람도 길고양이가 들어왔다가 갇혔나보다해서 열어줬겠지만, 그 작은 친절이 저희에겐 너무 큰 상처네요..
나이도 많고 귀도 안들리고 사람손에 커서 길생활 적응도 못할텐데...
길에 새끼 고양이가 있다고 함부러 데려오거나 이동시키지 마세요.. 어딘가에선 애타게 찾을 가족이 있을지 모릅니다.. 친절을 베풀기전에 조금만 더 생각하고 베풀어 주세요.. 저도 이번일을 계기로 많은걸 배웠습니다. 저희같은 아픔을 다른분들은 겪지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