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졌어요.
몇 번을 사귀었다 헤어졌는지 모르겠네요. 손으로 안 세어지네요. 전화로, 얼굴을 보며, 카톡으로, 문자로... 다양하게 고백하고, 받고, 헤어졌어요. 계속 사귄 이유는, 세상에서 제일 생각이 잘 맞는 아이였기에. 계속 헤어진 이유는, 서로의 결함, 결국 성격 문제였죠.
저는 화도 잘 나지도 않고, 본성이 우울한 놈이라서, 화내는 대신 자책하며 우는 편입니다.
그 아이는 너무도 화를 잘 내죠. 울기도 많이 울고, 웃기도 정말 잘 웃고, 저보다 훨씬 감정에 솔직한 아이예요. 그렇다고 제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건 아니에요. 가끔 감정 실린 실언을 뱉기도 하고, 우울한 감정은 서슴없이 드러내죠. 제가 상처받은 만큼, 그만큼 그 아이도 많이 받았겠죠.
헤어지는 오늘은 화낸 척을 했어요.
"나는 장난감이 아니야."
그 아이가 다음 상대에게까지 지 마음대로 다하면서,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그만큼 받지 말라고.
화나지는 않았어요. 울적했죠. 뭐.
그냥 뭐... 불쌍했어요. 서로가.
그 아이는 "연애, 다시는 안 하겠다"고 말했지만, 저와는 비교 못 할 정도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친구예요. 좀 걱정돼요. 잠깐의 감정에 심히 착각하는 바보니까요. 어디 갔다가 예전 다른 사람들에게처럼 당할까 봐.
일주일 대화만으로 고백하는 바보고,
두세 번 데이트로 헤어지자는 바보고,
그러고는 울면서 다시 만나자는 바보고,
실연을 쿨한 척 받아들이고는, 또 울며 붙잡는 바보고,
한 달 만에 아무렇지 않은 듯 전화 거는 바보고,
몇 주 만나고 다시 헤어지자는 바보예요.
충분히 사랑에 대해서는 너무 바보인 것을 잘 안다고요.
다시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차단은 못 하겠어요. 원래 인간관계를 끊어본 적이 없기에, 한 번도 사람을 차단해본 적이 없긴 해요. 그런데 꼭 끊어내야 할 일이잖아요. 모르겠어요. 아예 끊어지고 싶지는 않아요.
친한 친구한테 자주 말하던 게 있는데요.
"얘랑은 몇 번 헤어졌다 사귀었는지 모르겠다. 분명히 곧 헤어질 거야."라고.
그러면서 뒤에 항상 한 마디.
"그리고 또 얘는 돌아올 거야. 원래 그런 얘니까."
헷갈리는 제 감정을 갖고 놀면서도, 자기감정은 전혀 감당하지 못 하는 아이니까요. 한두 달만 지나면 분명 그럴 거예요. 항상 그랬으니까요.
그러면서도 제가 또 받아들일까 봐 겁나요. 아직 사랑하지만, 이제는 더 사랑할 수 있고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저도 너무 착한 척만 했어요. 다 받아주고. 다 들어주고. 다 해주고. 그러다보니 재미없게 끌려다니기만 하고... 아, 헤어진 이유는 그러면서도 더 잘 해주지 못 해서였네요. 의도야 잘해주려고 한거지만 결국은 귀찮게 말이죠. 부탁 받으면 나는 시간 쪼개며 달려가지만, 그 아이에게는 계획과 다른 모든 갑작스런 것은 귀찮은거니까요.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요? 다시 붙잡아달라는 걸까요? 아니면 평생 후회하라는 걸까요? 제 호구력을 측정해달라는 걸까요? 몰라요. 헤어진 지 십여시간이 지났는데, 저도 제가 잘 모르겠어요. 전혀 모르겠어요. 그냥... 마음이 여기저기 꼬이네요. 왜 저는 사람을 미워하지 못 하죠?
마지막으로 고마운 점도 써놓고 싶어요. 외모도, 학력도, 돈도 아무것도 없고, 신념 하나로만 사는 찌질한 허세남을 2년간 갈등 속에서 좋아해줬다는 것에 감사해요. 덕분에 많이 성장했어요. 제 모든 것을 변화시킨, 원망스러우면서도 고마운 첫사랑입니다.
부디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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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쓰고 결국 올리지 않았죠.
4일 지난 후에 현재 쓴 글.
개뿔 조오까! 받아라! 오줌 발사! 쉬이이잉잉 철철텅털
이기적인 쉐키릿 붐! 순간순간 감정에 상대방 싸그리 다 무시하냐! 너랑 2년 어떻게 사귄 지도 모르겠다. 시불 쉐키잇쉐키잇!
나는 바쁠 때도, 낭심이 휘룩쌉싸리 빠지게 시간 쪼개며 부를 때마다 가는데, 너는 계획에 안 맞으면, 잠깐의 시간도 안 내주잖아! 메가톤바! 수박바! 시밤바야!!!!
진짜 이기적인 것. 네 계획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다 뭐 같은 거지! 엉! 시불! 그 전에 과제 도와달라고 해서, 정작 도와주니 욕이나 하고 시이부울!!! 뭐든 네 맘에 들어야지! 시이이잉이이이이이불!!!! 뭐시중하냐고 시이이이이이이이이잉이이이이이이이이이불년아!!! 아니 도와달라며? 왜 욕하냐고? 나는 뭐든 다 들어주니까 종으로 보이데??!!?!? 예에 주인님 심기에 어긋났으니 절이라도 하굽쇼유오오오오!!!!
야. 내가 저 멀리서 4시간 거리까지 내려가니, 뭐시! '오늘은 맘에 안 들었어. 그러니까 헤어질래!' ㅈ.ㄹ.하.고. 앉.아.있.네!!! 그것도 다 만나놓고, 톡으로!!!!!! 톡!!!! 까까오또옥!! 까똑와쑝!!!!!!!!! 유가브메일!!!!!!!! 그래놓고, 한달 됐나? 또 나중에 톡으로 붙잡아요. 그래서 받아줬어. 엉? 그리고 또 친구로 지내쟤. 또 사귀쟤. 아 여기부터는 나도 인정. 나도 네 스타일 맞춰서, 친구하자. 사귀자. 하루는 사귀자. 하루는 친구하자 이 짓함. 너한테 배움. ㅇㅈ! ㅇㄱㄹㅇ ㅂㅂㅂㄱ! 그래. 이 짓 서로하다 내가 지치니까 아예 헤어지자고 했지. 알았다며? 그러고 왜 또 한달만에 다시 붙잡는디!!! 그리고 다시 헤어지쟤! 이번에는 내가 진심으로 좋아했고 다 했는데. 머ㅓ 썅썅바에 초콜릿 찍어먹을 것!! 사랑은 인간 그 자체로 다 받아들이며 좋아해야죠!! 내 플라토닉 러브에 삼일 묵은 똥칠한 새끼. 하루도 아냐 이틀도 아냐. 이건 삼일 묵은 딱딱한 똥이라고! 똥!!!! 헤어지쟤! 또!!! 똥!!!!! 뭐냐고 너!!! 네 감정만 감정이냐? 혹시 소시오패스냐? 남은 생각도 안 하고, 너만 다 생각하냐? 네 감정만 중요하냐? 어??? 뭐. 세상이 다 자기꺼 같지?
그래 잠깐잠깐 감정에 맞추는 라이프 스타일도 인정해. 근데 사람 대 사람이여. 이건. 난 네 소유물도 아니고 장난감도 아니고 사람이야. 생각하고 감정을 느낀다고.
내가 개호구니까 그렇지. 내가 사람을 미워하지 못 하는 걸 잘 아니까 그렇지. 사람에게 나쁜 말 한 마디도 못 하니까 그렇지. 다 받아주고. 다 좋게 생각하고. 다 참고. 다 들어주니까 엉!!!?@?@? 사랑에 빠지면 뭐든 다 용서하려고 노력하는 내 연애 신념을 아주 잘 이용했어. 아주 멋있어! 멋있는거야! 앙?!?!
시불 처음으로 사람을 미워해본다. 시불것아. 난 박그네가 개뻘짓하는데, 정책이나 방향만 욕했지. 박그네 자체를 미워하지는 않았다. 근데 시불 넌 박그네보다 더한 것. 어... 그... 부츠!! 같은 것! 어....그....부츠에 뱀이나 들어가라 휘룹휘룹!!!!
내 좌우명이 '아가페'란 거 알고 그런거냐? 시불! 좌우명이 뭐! 뭐시중하냐고!!!!! 시불년아!!!!! 아가페 발사! 지옥불 빔이다! 비이이이잉임!@!!@ 이 씨불!!!@@@@@@@@ 뜨거운 불구덩이 맛을 봐라!!! 시이부루ㅜ룽우우우루루!!!화르르르르르륻화르그르그르르륵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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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 썼는데, 걔랑 딱히 연락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함정. 이렇게 쓰니까 또 안 미움...;; 아까 쿨하게 연락함. ㅇㅇ... 내가 정신적으로 이상한건가벼... 훈육당한건가...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