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왜. 내가 하는 건 다 안 되는 일인데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난 솔직히 묻고 싶어. 지금의 나에게 뭐가 할 수 있다는 건데 지금의 나에게 있어 죽는 것 말고 무슨 최선의 수가 있다는 건데 왜 난 아직도 살아있어야 하는 건데 뭣 때문에 살아있어야 하는 건데 하다못해 누가 나에게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 차라리 누가 내 주인이 돼서 날 기르라고. 하지만 아니잖아? 난 지나가던 고양이가 아니고 날 길러줄 사람따윈 없어. 어디에도 내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따윈 없어. 꿈도 희망도 없어. 어느 것도 내가 살아있어야 하는 이유가 아니야. 특별한 사람따윈 없어. 어느 누구도 내가 살아있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아. 동물을 키워볼까 생각했어. 하지만 난 성실한 사람이 아니야. 또다시 내 손에서 무언가가 죽어나가는 건 보고싶지 않아. 키우고 싶지만 죽어버릴까봐 무서워. 귀찮은 건 싫어하니까 분명 방치하게 될거야. 그래서 그냥 안 키워. 어차피 우리집은 거지니까. 잘 됐지. 내 희망 내 욕망 언제나 우선순위에 오르지 못했으니까. 내가 원하는 것따윈 언제나 선택할 가치도 없는 거니까 오늘도 내 욕심을 억눌러. 날 이 세상에 살려두고 있는 건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다'라는 사실 뿐이야. 딱 한가지 날 이 세상에 붙잡아줄, 내가 시험해보지 못한 단 하나의 방법이 있어. 연애. 내가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이 된다면 난 그 사람을 위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난 누굴 좋아했던적이 없는걸? 앞으로도 불가능하겠지. 내 센서는 이미 녹슬어버렸으니까. 그럼 여기서 남은 유일한 방법이야. 다른 사람이 날 좋아해준다면. 날 사랑하고 날 필요로 해준다면 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걸 확인할 수는 없겠지. 언제까지나 클리어할 수 없는 도전과제. 아니면 지금 이 글을 보는 당신이 날 좋아하게 되는 거에 도전해 볼래요? 대신 내 얼굴 볼 생각은 하지 마세요. 집에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