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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강가에 세워진 집
게시물ID : panic_888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27
조회수 : 181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6/30 20:55:18
강가에 세워진 집

십수 년 전 일이다.
나는 6살, 우리 형이 8살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추석에 부모님과 함께 넷이서 아버지 고향집에 놀러 갔다.

그날은 날씨도 쾌청해서 매우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밤에도 구름 한 점 없이, 은하수가 보였다. 경치가 최고였다.
불꽃놀이를 하고 논 후, 사촌 형과 사촌 누나, 우리 형, 나 이렇게 넷이서
밤 산책을 하기로 했다.
원래 이런 밤에 나갈 일이 거의 없어서 탐험하는 기분이 들어 왠지 의기양양했다.
사촌 형이랑 누나는 나이 차가 좀 있기 때문에 부모님도 흔쾌히 가라고 했다.

아버지 고향집은 매우 시골인데, 야트막한 언덕에 지어져 있다.
집 뒷편은 대나무 숲인데, 그 대나무 숲 너머에 작은 시내가 흐른다.
2차대전 전에는 그 시내를 따라서 길이 있었고,
이 근방에는 가장 중심이 되는 길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길은 사라지고 없지만, 그 흔적처럼 시내를 따라 집이 드문드문 세워져 있었다.
아버지 고향집을 포함해서 시내를 따라 세워진 집은 매우 낡았다.
적어도 2차대전 전에 세워진 집들이다.
아버지 고향집은 개조를 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다른 집은 너무 낡아서 왠지 폐허 같은 집도 있었다.

우리는 손전등을 쥐고 뒷뜰의 대나무 숲을 지나 시냇가로 갔다.
옛날에 길이 있었던 탓일까.
시내 옆 둑길은 평탄해서 걸어다니기 편했다.
사촌이 말해서 둑길을 따라 상류로 가기로 했다.
드문드문 서 있는 낡은 집들은 다 불이 꺼져 있었다.
집들이 어둡다고 사촌 형에게 말했더니
사촌 형이 잠시 망설이다가 말해주었다.
"이 시냇가 길은 우리 사이에서는 담력 시험 하는 곳이야"
사촌 형 말로는 이 시냇가에 세워진 집들은
상류에서부터 순서대로 기묘한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제일 상류에 있는 집은 30년 정도 전에 온 가족이 동반 자살했다.
두 번째 집은 그 10년 후에 화재가 나서 불탔다. 가족 5인 중 두 명이 죽었다.
세 번째 집은 혼자 살던 노인이 고독사했다. 두 달 뒤에나 발견되ㅏ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숙부와 숙부 친구가 발견했다고 한다)
네 번째 집은 금전난으로 아버지가 자살하고, 그 후 가족들이 흩어졌다.

"....그럼 다섯 번째 집은?"
우리 형이 물었다.
사촌 형은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대답했다.
"다섯 번째 집은 우리 집이야"
소름이 돋았다. 만약 사촌들과 숙부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침묵이 우리 넷 사이를 감싸 돌았다.
나는 어린 마음에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라서 아무 말 없이 사촌들을 따라 갔다.

몇 분 정도 걷다가 "두 번째 집"의 흔적에 도착했다.
어두워서 잘은 안 보였지만 경작지로 바뀐 것 같았다.
문득 내 눈에 보인 게 있었다.
폭신해 보이는 빛 구슬 같은 게 희미하게 떠 있었다.
깜짝 놀라서 들여다보았다.
빛 구슬은 두 세 번 위 아래로 움직이더니 훅하고 꺼졌다.
왠지 무서워서 "그만 집에 가자"라고 했다.
사촌들과 우리 형 모두 사실은 돌아갈 타이밍을 놓쳐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내 말에 다들 주저하지 않고 찬성하며 재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추석이 끝나 집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그 빛 구슬과 사촌 형이 해준 이야기를 잊을 수 없었다.
만약 아버지 고향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지란 생각에 잠 못 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또한 기억이 옅어졌다.
초등학생 때는 아버지 고향집에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놀러갔지만
점차 그 횟수도 줄어들었다.
형은 대학에 들어가서 자취하게 되었다.
그때는 둘 다 아버지 고향집에는 거의 가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던 여름, 형이 집에 왔다.
우리는 나름 우애좋은 형제여서, 저녁 식사 후에
둘이 좋아하던 영화를 틀어놓고 수다를 떨었다.
영화가 끝났지만 수다는 그치지 않았고, 계속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말이 나온 계기는 까먹었지만, 문득 대화의 화제가 그 여름 날로 돌아갔다.
"그때 들은 이야기 되게 무서웠어, 그치?
 아직 사촌 형이랑 누나한테 아무 일 없어서 다행이지 뭐야"
"그러게. 나도 아직 그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아"
내 말에 긍정하는 형을 보며, 이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
바로 빛 구슬 이야기이다.
왠일인지 이 일에 대해선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말이야~ 그날 본 게 있는데"
"불덩어리..라기보다는 빛 구슬? 같은 거.
 그 화재로 불탔다는 그 집터에서 봤어"
내 말을 듣더니 형이 놀란 눈으로 날 봤다.
"나도"
"뭐?"
"나도 봤어! 이상한 빛 구슬! 둥둥 떠 있었어!"
이번에는 내가 놀랐다.
어쩌면 내가 잘못 본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그 빛구슬을 형도 봤다니.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며, 서로 그 이야기는 하지 않게 되었다.
그날 밤 잠들지 못 했다.

그리고 몇 달 후, 형이 죽었다.
어느 사고로 인한 죽음이었다.
사고 내용을 쓰면 신분이 들킬 수도 있으니 언급하지 않겠다.
평범하지 않은 특이한 사고사였다. 뉴스에도 나왔다.

이듬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뒤따라가듯 할머니와 숙부가 돌아가셨다.
셋 다 같은 병으로 사망하셨다. (전염병은 아닙니다)
희긔한 병명이었고, 의사도 이런 우연이 있냐며 고개를 갸웃했다고 한다.
애당초 숙모는 돌아가시고 안 계셨던 지라
사촌 형과 사촌 누나만 남게 되었다.

숙부 장례식 저녁에 사촌 형과 누나랑 같이 술을 마셨다.
둘 다 이 집을 나간다고 했다.
"역시.. 무섭잖아. 믿는 건 아니긴 하지만..."

술이 세지 않은 탓에 술을 깨려고 잠시 밖으로 나왔다.
멍하니 뜰을 걷다가 뒷뜰로 나가봤다.
졸졸하고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당시엔 울창하던 대나무숲은 모두 잘려나갔다.
황폐해진 대나무 숲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끼며 뒤돌았다.
사촌 집 앞에 그때 봤던 빛구슬이 둥둥 떠 있었다.

왠지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얼마 후 죽을 지도 모르겠다고.
형과 같은 사고로...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무서워 죽겠습니다...

출처 http://occugaku.com/archives/3610712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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