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장편] <이미징> Prologue -선구의 시간-
게시물ID : readers_256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컨빌리
추천 : 0
조회수 : 2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30 23:17:51
옵션
  • 창작글
<이미징> Prologue -선구의 시간-
 
 
선구의 기억 속의 형은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도 이상하다면 둘째가라면 서운해 할 괴짜였지만 그의 형은 괴짜중의 괴짜였다.
내 이름이 우주인 이유는 말이야.”
선구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우주의 첫 마디였다. 둘은 매미를 잡고 있었다. 동네 약수터를 올라가면 약수터 보다 한참은 깊은 숲 언저리에 상수리나무가 즐비해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 곳이 둘의 안식처이자 놀이터였다.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의 인적이 전혀 없었다. 그저 푸른 잎들이 우거진 숲 안에서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밝은 햇살을 맞으며 매미잡기에 열중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참매미, 유지매미, 애매미. 선구는 매미에 관해선 척척박사였다. 그 점을 우주 또한 인정하고 있었기에 딴지를 좋아하는 그도 아무런 이견도 없이 선구의 말을 따라주었다. 매미뿐만이 아니었다. 상수리나무 근처에는 사슴벌레나 하늘소, 풍뎅이 같은 껍질이 딱딱한 것들이 많았다. 우주는 처음에는 그것들의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벗기며 몸에 뭐가 있는 지 확인을 하는 아이였다. 거의 모든 것들의 안의 것을 확인 했을 때 그것은 빈 깡통같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곤충은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그것들에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선구의 기억에 있던 그의 첫마디도 아마 그 무렵이었을 것이다.
뭘 것 같아?”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우주는 썩은 도토리 껍질들 위에 털썩 앉은 채 물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끝나고 주위에는 오직 짹짹 대는 종류도 모를 새들의 소리만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지어줬잖아. 이선구. 이우주.”
아니.”
우주는 단호했다. 선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우주를 쳐다봤다. 그는 채집통에서 녹색의 참매미 하나를 꺼내 손으로 잡았다. 매미는 순간 그의 손에서 파닥파닥 재빠른 날갯짓을 하며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이름을 갖는데. 그 이름이란 게 진짜 대단한 게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단 말야.”
?”
선구는 더더욱 이상한 눈빛으로 우주를 쳐다봤다.
그니까 나는 할아버지가 내 이름을 우주로 지어주기 전부터 우주가 될 운명이었던 거야.”
에이. 이름을 갖는 순간 운명이 결정된다며.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선구가 비웃으며 도토리 껍질 하나를 우주에게 던지자 그는 가볍게 그것을 피했다.
말을 잘못 했네. 그러니까 사람의 운명에 맞는 이름이 있다는 거야. 사람은 처음에 태어날 때 운명이 결정되는데 그 운명에 걸맞는 이름이 있다는 거지.”
모르겠다. 나는.”
운명은 정말 간단하면서 오묘한 거야.”
우주가 잡고 있던 참매미를 흔들면서 말했다.
이 매미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아?”
우리가 그 매미의 운명을 어떻게 알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
우주는 참매미의 파닥파닥 거리는 날개를 양쪽으로 잡고는 선구가 보는 앞에서 날개를 찢어버렸다. 선구는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눈을 질끈 감고 앉은 상태로 뒤로 헛걸음질을 치며 물러섰다.
무슨 짓이야! .”
이제 매미의 운명을 넌 알겠지?”
 
선구에게는 참 이상한 날이었다. 그 어린 시절 10살 때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에서 가장 처음의 강렬한 기억이었다.
 
-선구의 시간-
Prologue. end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