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건너에 서있는 그대가 있네
뒤돌아서있는 뒷모습만으로도
그대인 것을 내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신호등의 신호가 바뀌는 순간
저도 모르게 걸음을 하는 다리를 막지 못해
아니 막고 싶지 않았으나
그 순간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그대에게 뻗은 손가락이 풍파에 깎이는
석고상마냥 부스러져 공중에 흩뿌려지고
다리는 땅에 붙어 그대에게 가는 것을 막구나
그럼에도 걷는 다리는
발바닥부터 부스러지며 걸어가지
그대까지 열걸음. 난 그대의 어깨쯤.
그대까지 일곱걸음. 난 그대의 허리쯤.
그대까지 네걸음. 난 그대의 무릎쯤.
겨우 고꾸라져 부서지는 것을 면하고는
그대에게 손이 닿을 때쯤
다시 불어온 바람에 민들레 홑씨마냥 흩어지고
그제야 바람에 머리카락을 쓸어내며 뒤돌아본 그대.
그런 그대를 바라보는 나는
아직도 길 건너편에 있고,
홑씨하나 그대의 옷깃에 매달리기만
오늘도 간절함이다.
-그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