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를 보면 시원하고 탁트인느낌도 들지만,
오히려 막막하고 답답한느낌이 들기도한다.
핵잠수함의 함장인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우리는 바다에 대해 아는것이 너무 없다.
내가 이런생각을 하게 된건 얼마전 발견된 흰수염고래의 사체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래가 죽어서 해안으로 밀려오는건 드물긴하지만 희귀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33.5M까지 자란다는 흰수염고래의 사체라면 사정이 좀다르다.
지난달 발견된 15M짜리 흰수염고래는 특히 더 그랬다.
언론이 난리난건 당연했다.
그건 반토막만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머리부터 짤려나간 반토막까지 15M, 아마 예측되는 길이로는 30M는 훌쩍 넘을꺼라고 예상됬다.
물론 언론에서 좋아하는 특종이었기에 연일 보도되었지만,
정부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
2마리가 더발견되기까지.
바다 생태자원의 고갈이라는 문제도 있었고,
언론과 여론의 압박이라는 문제도 있었다.
특히, 세번째 발견된 고래에 박혀있는 1M에 육박하는 이빨은
호사가들이 좋아하는 소재이다.
물론, 과거 공룡시대 가장큰 상어라는 메갈로돈의 이빨이 그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103mm라는건 최소한 그 10배에 달하느 거대한 육식동물이 물안에 있다는거겠지.
정부는 해양 과학자들의 반대에 무릅쓰고 그 '괴물'을 생포하기위해 조직했다.
해군의 핵잠수함을 더 깊은 수심에 견딜수 있도록 2중 보호를 하고,
탄소계 합금을 이용한 강한 제질로 만들었다.
물론, 그 '괴물'이 고래를 잡아 먹을만한 규모니 만큼 그에 대한 준비로는 부족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첨단 어뢰와, 순간적으로 1만볼트의 전기를 방전하는 전기 작살등으로 무장되어 있다.
생포는 무리겠지만 -물론 정부에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건 생포지만-
직속 상관의 명령을 통해 필요시 사살하는 명령이 떨어진상태이다.
이제 곧 고래가 출몰한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심해 입구에 다달았다.
여기서 부터는 육안은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정부에서 원한건 언론을 위한 사진과 영상이므로,
잠수함의 하부에 설치된 첨단 카메라와 심해에서도 500M까지 빛이 투과되는 고휘도 서치라이트가 불을 밝혔다.
"호오~"
모니터에 나타는 화면은 생각보다 선명하고, 또렸해서 짧은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깊은 바다는 아직 눈에 보이질 않았지만, 500M라는 거리는 주변을 살펴보기에 충분한 시아였다.
'삐빅'
통신을 위해 해수면에 띄워둔 유선 안테나를 통해 긴급 통신이 타전되었다.
"읽어봐."
통신병은 가볍게 복명복창을 하며 통신내용을 읽어갔다.
"포세이돈에게, 포세이돈에게, 본부에서 알린다."
"새로운정보가 도착했기에, 전달한다."
"기존에 발견된 그 생물의 이빨을 조사하던 팀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 생물은 치어인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시 한번 전달한다. 그 생물은 치어인것으로 확인되었다."
통신병의 당황하는 어조에서 조차, 이 통신이 대체 무슨 소리를하는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치어? 치어라니?
"하부의 바닥이 급속히 상승합니다."
레이더 관측병의 외침에 급히 정신을 가다듬으며 모니터를 돌아 봤다.
...
거기에는 수백, 수천에 이르는 검은 괴물체가 아니, 괴물체들이 까맣게 바닥을 형성하며,
반짝이는 눈으로 마치 신선한 고기를 발견한 피라니아처럼 거칠게 다가오고 있었다.